SKT 유심칩 교체 첫 날 대리점마다 ‘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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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유심칩 교체 첫 날 대리점마다 ‘장사진’
광주·전남, ‘오픈런’에 품절 사태
유심 재고 소진돼 발길 돌리기도
고객들 “해킹 사고 소식에 불안”
2025년 04월 28일(월) 19:53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SK텔레콤 대리점에서 시민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나명주기자mjna@kwangju.co.kr
해킹 공격을 받은 SK텔레콤이 가입자들의 휴대전화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 칩을 무상 교체해 주기로 한 첫 날인 28일 광주·전남의 휴대전화 대리점에는 유심칩을 교체하려는 고객들로 품절, 오픈런 사태가 벌어졌다.

대리점 개점 시각인 오전 9시부터 ‘오픈런’으로 긴 줄을 서야 했고, 재고가 다 떨어진 오후 시간대에도 각 대리점에는 유심칩을 교체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모바일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노년층들은 자녀들에게 전화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하는 등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로 가입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날 광주시 동구 충장로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입구에는 정오께부터 ‘유심 재고소진으로 유심보호서비스 가입만 가능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었다. 이 매장에 있던 유심칩 200개는 오전 10시 개점 이후 2시간여만에 동이 났다. 유심 재고가 없다는 문구에도 시민들은 혹시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매장을 방문했지만, ‘유심보호서비스’만 가입한 채 발길을 돌려야했다.

인근의 또 다른 대리점에서는 이날 다음날 수량까지 미리 받은 400개 유심칩을 오전 11시께 소진했다. 대리점 직원은 “내일 유심이 입고될 지 미지수”라며 “지금으로선 유심보호 서비스 가입을 안내한 후 유심 교체 예약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심칩을 교체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던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유심 해킹 피해를 입었을 경우, 유심 정보를 도용하거나 복제하는 ‘심 스와핑’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커들이 이른바 ‘복제폰’을 만들어 휴대전화 인증 번호 등 본인 인증을 무력화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은행이나 가상화폐 계좌에서 자산을 훔쳐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가입자들의 불안감을 악용해 유심 교체, 보호 서비스 등 내용을 앞세워 외부 피싱 사이트로 접속을 유도하는 허위 사이트까지 등장하고 있는 터라 대리점에서 직접 유심칩을 교환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대리점을 방문한 박종윤(91)씨는 “지난해 12월에 SK텔레콤으로 통신사를 옮겼는데 후회스럽다”며 “개인 정보 유출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SK텔레콤에서 빠르게 조치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발을 동동 굴렀다.

오전 10시부터 대리점을 찾았던 안용석(79)씨는 대리점 앞에 70여 명이 줄을 서 있자 칩 교체를 포기하고 유심보호서비스만 가입했다.

안씨는 “유심칩을 바꿔준다고 해서 아침 일찍왔는데 재고가 없어 허탕을 쳤다. 바꿔야 할 사람들이 2500만 명이나 되는데 이 피해를 어쩔거냐”며 “내일도 오전 10시에 200개 정도 유심칩이 온다는데 바꿀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다른 매장을 돌아다녔는데, 대기자가 많고 재고가 언제 생길지 몰라 예약을 받지 않았다. 겨우 한 매장에서 유심 예약을 신청해놓고 왔다”고 말했다.

유심칩 교환에 실패했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문영태(85)씨는 유심 해킹으로 통장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갈까봐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문씨는 “걱정돼서 직원에게 꼭 바꿔야하냐고 물었는데 잘 모른다, 안 해도 괜찮다 등 답변만 받았다”며 “딸이 엊그제 통신사 해킹 사고가 났으니 모르는 사람한테 걸려온 전화를 절대 받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대리점 직원들 또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유심칩 교체 주기가 5~10년으로 길다 보니 재고 자체를 많이 쌓아두지 않았는데 갑자기 수요가 몰려 순식간에 재고가 동나버렸다는 것이다.

한 대리점 직원은 “오늘은 200개 재고가 있었지만, 내일은 몇 개 올 지조차 모르니 유심 교체 예약도 못 받고 있다”며 “유심칩을 교환하지 못한 시민들에게는 유심보호 서비스를 먼저 신청한 후, 재고가 쌓이는 5월 초, 중순에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하는 것조차 어려워 대리점을 찾은 이들도 많았다. 온라인 가입 신청자가 수십만명이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먹통이 돼 가입 신청 자체를 못 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박은성(27)씨는 “온라인으로 가입하려고 했지만 대기자 23만명, 65시간이 남았다고 뜨더라”며 “SK텔레콤 홈페이지도 먹통이고, 통신3사의 본인인증 앱 ‘패스(PASS)’도 먹통이다 보니 하는 수 없이 대리점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전국 2600여 곳 T월드 대리점 가입자 2500만명을 대상으로 유심칩을 무료 교체해 주고 있다. SK텔레콤은 5월 말까지 약 500만 개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심칩뿐 아니라 이심(eSIM·내장형 가입자 식별 모듈)도 교환받을 수 있다. 유심 교체 이후에는 휴대전화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해야하고, 카카오페이, 토스, 네이버페이 등 등록된 간편결제 서비스 비밀번호를 재설정해야 한다. 또 스마트폰 화면 잠금 비밀번호 변경 등 보안 업데이트를 확인하는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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