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아파트단지 상가 손님은 없고 ‘임대’만 나부껴
  전체메뉴
썰렁한 아파트단지 상가 손님은 없고 ‘임대’만 나부껴
르포 - 광주 동네 상가 가보니
대형마트·온라인 유통 확대에 상가 건물마다 1~2곳 ‘임대’
지역경제 ‘터줏대감’ 위상 옛말 상인들 텅 빈 가게 보며 ‘한숨’
2024년 09월 03일(화) 20:40
3일 광주시 동구 용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유리창마다 임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광주시 동네 상권이 소비침체, 인구 감소, 온라인쇼핑 활성화 등으로 쇠락하고 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요즘 주변 상가는 대부분 공실이어서 썰렁합니다. 당일 저녁밥 재료조차 그 날 새벽에 온라인 배송해버리는 시대니까요.”

3일 오전 광주시 광산구 우산동 이른바 ‘하남지구’로 불리는 인근 지역의 하남 주공아파트 앞 거리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지난 1990년대 광주 대표 상권 중 하나로 자리잡은 하남은 근처에 구 하남콜럼버스 시네마, 이마트 광산점 등이 들어서고, 소규모 지역 시장인 우산매일시장 등이 활기를 불어넣는 등 호황기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연이은 인구 감소, 자동차 중심의 교통 시스템 정착, 온라인 유통업의 발달에 따라 북적였던 과거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20여년 동안 동네 주민들이 빈번하게 이용해 온 한 수선집은 어려워진 경기에 점포 정리 문구를 붙이고, 재고털이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인근 상가 건물마다 1~2개의 공실이 발생해 임대문의 안내문이 곳곳에 붙었고, 오랫동안 한 자리만 지켜오던 상인 대부분은 어두운 표정으로 텅 빈 거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상인들은 대형마트, 편의점 등의 등장에 이어 온라인 유통업의 확대가 동네 상권 몰락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자동차를 가지고 이동하면서 걷는 사람조차 없어 마케팅이나 이벤트를 해볼 수도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22년간 청과점을 운영해 온 김모(여·58)씨는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 하다 못해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상가 및 인근 상권을 이용하는 손님들도 꽤 있었다. 노력 여하에 따라서 단골손님을 많이 만들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들 온라인으로 집에서 배송시켜버리니 동네 점포들은 저렴한 가격 및 서비스의 질 향상 여부와 관계없이 그냥 손님을 만나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대표적인 동네 상권으로 불리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들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주거 인구가 보장돼 인기가 높은 만큼,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예상 낙찰가를 웃돌고 심지어 웃돈을 주고 거래되는 경우도 다반사였지만 최근에는 인기가 시들하다.

같은 날 오후 방문한 광주시 동구 용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 570세대 규모 이 단지에는 17개의 상가가 마련돼 있었는데, 이 중 4곳이 임대 상태로 남아있다. 일반적으로 단지 내 상가는 주변 상업시설보다 임대료가 비쌈에도 불구하고, 임대하려는 상인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한 공인중개업자는 “단지 내 상가는 보통 부동산업자들이 매입한다. 과거엔 많게는 10대 1을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가 임대 등 거래가 안되다보니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지역 경제의 근간으로 터줏대감 역할을 도맡아왔던 동네 상권이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 및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동네 상인들의 경제적 부담이 극에 달한 데다 인구 감소에 따른 소비자 감소, 온라인 유통업이 발달한 결과다.

이에 따라 동네 상권을 대표하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들마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동네 상권의 대부분을 이루는 소규모 상가와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2분기 광주지역 소규모상가 공실률은 전년 2분기(8.1%) 대비 1.1%포인트 증가한 9.2%를 기록했다. 전남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 역시 7.5%로 전년 2분기(6.5%)보다 1.0%포인트 늘어났다.

광주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올 2분기 기준 16%로, 전년 2분기에 비해 0.9%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국 평균(13.8%)치를 웃돌았다. 전남은 전년 2분기(12.8%)보다 0.9%포인트 늘어난 13.7%를 기록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동네 상권 살리려면 사람들이 걷고 머물고 쉴 수 있게 해야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