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고 믿으며 배워라…광주 100세 어르신에게서 듣는 장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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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고 믿으며 배워라…광주 100세 어르신에게서 듣는 장수 비결
광주·전남 100세 이상 인구 740명
광주 남구 ‘장수축하금’ 올해 9명
2024년 06월 17일(월) 09:30
100세 이강일 할아버지
광주·전남에서 100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기준 740명(광주182명, 전남 558명)에 달한다.

광주시 남구는 2011년부터 14년째 100세 어르신들에게 100만원의 ‘장수축하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9명이 장수축하금을 받았고, 111세 어르신이 최초로 ‘천세축하금’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총 9명이 장수축하금을 받게 될 예정이다.

사람의 수명 중 가장 윗단계, 하늘이 내려준 나이라는 의미에서 ‘상수’(上壽)라고 불리는 100세를 맞은 광주 어르신들은 ‘건강비결은 긍정적인 생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100세 이강일 할아버지

일제 때 싸래기 죽도 감사

매일 세끼 먹는 지금은 ‘천당’

자유가 있으니 뭐든 해보길

이강일 할아버지는 지난 4월 25일 100세 생일를 맞았다. 장남 내외가 준비한 잔칫상을 받으며 “천당에 사는 기분”이라고 웃었다.

이 자리에는 김병내 광주남구청장을 비롯한 남구 직원들이 참석해 100세를 축하했다.

그는 장수의 비결을 “편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창의 농가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고통스러운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그는 “농사를 짓는 족족 일제가 빼앗아가니 먹고 살 수가 없었다. 쫄쫄 굶고 있으니 형수가 ‘싸래기 쌀’을 얻어와 죽을 쒀 먹었다. 짐승 먹이로나 쓰는 건데도 그때는 참 달고 맛났다”며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매일 세끼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할아버지에게 지금은 ‘천당’이다.

“운이 좋았다”는 그는 “지금은 누가 뭐래도 자유가 있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주어진 것을 감사히 여긴다면 힘든 일도 어느새 지날 것”이라고 젊은이들에게 당부했다.

103세 백삼봉 할아버지

가난에 울었던 젊은 날

미래에 대한 믿음으로 버텨

앞으로 남은 인생은 ‘보너스’

광주시 남구 진월동 한 교회의 목사이기도 한 백삼봉 할아버지는 오는 12월 103세 생일을 맞는다. 백 할아버지는 “이름이 백삼봉이니 103살까지 살 거라고 농담하곤 했는데 진짜 103세가 된다. 그 이후에도 살게 된다면 그건 보너스 같은 인생 아니겠나”며 웃었다.

그는 장수 비결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믿음”과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스스로 하려는 태도”를 꼽았다.

부친에게 받은 나락 한 섬을 장사 밑천 삼아 철물점을 시작한 그는 “6·25때 주변 가게들이 모두 망했다. 나는 철물점을 하고 있어 남들보다는 덜 망했다”고 농담하며 그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가난했던 시절 예배당에서 아이들을 끌어안고 울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고난에도 미래엔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놓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더 나은 미래가 올 거라고 강하게 믿고 기도해라. 무슨 일이든 진심을 다해 계속하다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보답을 받을 거다”고 강조했다.

100세 앞둔 정병호 할아버지

머리와 몸을 끊임없이 움직여

몇 년 전 영광까지 도보 여행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책상’

올해 100세를 맞는 정병호 할아버지는 광주시 남구 덕남마을 인근 산 속에서 살고 있다. 이날 취재진을 맞이하기 위해 땡볕에 집 앞 잡초를 모두 매놓았을 정도로 그는 정정했다. 40세 즈음 무등산 자락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60여년을 산 속에서 살고 있다. 한 여름 더위를 식혀줄 에어컨도 없지만 정 할아버지는 자연에 둘러싸인 보금자리가 건강의 터전이라고 말한다.

그의 방안에는 각종 책과 노트, 필기구로 가득했다. “필요한 게 있느냐”는 행정복지센터 직원의 물음에 “책상”이라고 답할 정도로 배우고 탐구하는 것을 즐긴다. 그는 “아직 학생이다. 혼자 살면서도 끊임없이 배우고 고민했기 때문에 아직 치매에 걸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몸을 늘 움직인다는 정 할아버지는 몇 년 전 광주에서 영광까지 도보여행을 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정미소를 운영했던 부유한 그의 집안은 해방과 전쟁을 겪으면서 급격히 기울었다.

10대 이후 집안형편이 어려워 100세가 될 때까지 산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는 “주변의 도움 덕에 아프지 않고 모자라지 않은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머리와 몸을 끊임없이 움직인 덕분에 오래 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모두가 타인의 도움에 감사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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