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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작가 된 초등학생들
담양 고서 초등생 8명 글·삽화
배다인 동화작가와 6개월 수업
‘5학년 동화책’ 완간…7편 수록
출판기념회·원화전시회 개최도
2024년 02월 21일(수) 23:45
담양 고서 초등생들이 동화책을 발간하고 조촐한 축하 행사를 가졌다. <배다인 동화작가 제공>
“예상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훨씬 더 재미있어 했습니다. 스스로 자기 성과물을 낼 수 있었다는 데 만족해하는 것 같았어요.”

배다인 동화작가는 얼마 전 담양 고서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과 동화책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직접 글을 쓰고, 삽화를 그리는 과정이었다.

배 작가가 건넨 ‘우리도 동화책을 만들어요-고서초등학교 5학년 동화책’에선 시골초등학교 어린이들의 특유의 동심이 느껴진다. 8명 학생이 참여했으며 모두 7편이 수록돼 있다. 1명이 1편을 쓰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1편은 2명이 협업을 통해 완성했다.

각각의 작품은 ‘순이의 마법레시피 뺏기 대소동’(조하랑), ‘필통이 된 나나’(이명서, 이승아), ‘나의 담양 이야기’(김순덕), ‘꿈’(김도원), ‘개구쟁이들의 전쟁’(임지윤), ‘먹보’(이윤호), ‘상상’(이승연)이다.

이번 동화책 만들기 프로젝트는 예술체험과 지역 상징물을 동화에 접목해 상상력과 감성을 기르는 데 있다. 담양교육지원청이 담양문화원과 연계해 독서인문교육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담양의 상징물을 모티브로 지역 콘텐츠를 다양화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박서연 유초등교육팀 담당 장학사는 “외부 동화작가가 직접 와서 아이들을 지도해준 덕분에 표현력과 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다”며 “과정이 끝나고 아이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는데 ‘지도 선생님처럼 자신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내용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수업은 지난 2학기 10주간, 1주에 2시간씩 진행됐다. 삽화는 미술시간을 활용해 선생님 지도를 받아 내용에 맞게 그리는 순서로 이뤄졌다.

배 작가는 “작품의 소재는 담양의 상징물이나 특산물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자유롭게 취사선택 하도록 했다”며 “자기만의 생각을 글로 옮기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학생 중에 김순덕 어르신은 70대 후반의 연세이지만 충실히 과정을 이수했다. 배 작가에 따르면 어르신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학교를 다녔다. 2학년 2학기 때 허리 협착증 수술을 해서 어려움이 있었고 4학년 1학기 때는 밭에서 일을 하다 넘어져서 또 병원 신세를 졌다. 그러나 그 과정들을 다 극복했으며 이번 동화책 제작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나의 담양 이야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공부를 늘 하고 싶었습니다. 학교도 다니고 싶었습니다.(중략) 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교과서를 받았을 때 나는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1학년 때 김미희 선생님이 나를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동년배 시골 어르신들의 어려웠던 삶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자신만의 문장과 그림으로 묘사한 작품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조하랑 어린이의 ‘순이의 마법레시피 뺏기 대소동’은 대나무 마을에 사는 친구 대무와 나무, 죽순의 이야기를 엮었다. 스토리 공간도 죽녹원, 관방제림, 메타프로방스 등 친숙한 장소가 등장한다. 마법 등 판타지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해 상상력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배 작가는 “아무리 AI시대가 도래한다 해도 예술영역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분야이다. 또한 시골학교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분야가 지역과 밀착된 특화된 예술 교육”이라며 “아이들이 이번 동화모음집 만들기를 하면서 담양에 대한 상당한 애향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학교에서는 동화모음집이 완간되고 나서 간단한 출판기념회와 원화전시회도 가졌다. 아이들이 직접 책에 친필 서명을 해 ‘작가’가 되는 체험도 할 수 있었다.

한편 5학년 지도교사를 맡고 있는 김충만 교사는 “‘어린이 마음처럼’이라는 문구를 좋아하는데, 작은 학교의 강점이 아이들 마음을 하나하나 볼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이런 기회들을 통해 책과 가까워지는 경험을 아이들이 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