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의료·교육 인프라에…섬 떠나는 주민들
3년간 전남 섬 인구 1만 1000여명 줄어…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원인
관광객 유치 정책 치중에 거주민 소외…“병원 때문에라도 육지로 가야”
섬의 날에 들어 본 섬 주민 고충
관광객 유치 정책 치중에 거주민 소외…“병원 때문에라도 육지로 가야”
섬의 날에 들어 본 섬 주민 고충
![]() /클립아트코리아 |
“전복 값도 반토막나고 관광객도 코로나 이전에 비해 20%밖에 안 오는데 주민들이 섬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죠.”
김광근(57) 완도군 노화도 이장단장은 갈수록 섬에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완도군 노화도는 과거 2만명 넘는 인구가 거주해 인근 섬들의 중심지 역할을 해 ‘작은 목포’라는 별칭까지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올해 인구수는 4000여명대로 줄었다.
수입원과 생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니 유입되는 인구는 없이 외지로 빠져나가는 인구만 늘고 있는 것이다.
김 이장은 “지방자치단체 등에 인프라 등 투자를 요청해도 섬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내에 있어 개발제한이 돼 있다고 한다”며 “관광지라고 해봐야 보길도 유적지뿐이고, 먹거리도 특별할 것이 없는데 거주민을 위한 인프라도 못 만든다니, 누가 섬에 와서 살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최근 3년여만에 전남지역 섬에서 1만 1000여명의 인구가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섬 내 인프라 부족이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꼽히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남에는 총 2765개의 섬이 있으며, 이 가운데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는 272개다. 전남지역 섬 인구는 지난 2019년 17만 3794명에 달했으나 ▲2020년 16만 5415명 ▲2021년 16만 5995명 ▲ 2022년 16만 2932명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도 등이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섬의 날’(8월 8일)을 지정하고 전남도 등에서 연륙·연도교 설치, 관광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음에도 인구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남도가 관광객 유치 정책에 치중한 나머지 오히려 섬 거주민들을 위한 정책을 도외시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섬 내 병원·의원 등 의료시설과 초·중·고등학교 등 교육시설, 노인·어린이·장애인 복지시설 등이 부족하다 보니 연륙·연도교를 신설해봤자 인구 유출만 가속한다는 것이다.
당장 완도에서 인구 감소가 가장 큰 노화의 경우 섬 내에 의료시설이라고는 개인병원 두 곳 뿐인데, 주말에는 의사들이 육지로 가버려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섬 주민들의 불만이다.
결국 나이를 먹으면 병원 때문에라도 섬을 떠나 육지로 가야하는 셈이다. 한국섬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섬 인구감소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 또한 ‘기초 인프라 부족’을 섬 인구 감소의 첫 원인으로 꼽았다. 기초 인프라 시설 대부분이 인구 2만명 이상 대규모 섬에 편중돼 있어 작은 섬 주민들은 섬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유인도 중 의료시설이 없는 섬은 전체 유인섬의 62.3%, 보육·교육시설이 없는 섬은 76.3%, 복지시설이 없는 섬은 43.3%에 달했다. 이 중 전남 유인도 272곳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공공데이터포털에 공개된 ‘전남도 유인도정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남 유인도 중 246곳(90.4%)에는 병원·의원·한의원이 없었다. 또 노인·어린이·장애인 복지시설을 갖추지 못한 섬도 249곳(91.5%)에 달했다.
교육 환경도 열악했다. 유치원이 없는 섬은 224곳(82.3%), 초등학교가 없는 섬은 193곳(70.9%), 중학교가 없는 섬은 232곳(85.2%), 고등학교가 없는 섬은 256곳(94.12%)이었다. 이러다보니 교육 차원에서라도 젊은 인구들이 꾸준하게 섬을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월산(67) 영광군 송이도 이장은 “섬의 여건이 열악하다보니 새 사람이 올 이유도 없고, 있던 사람들만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며 “정부·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섬 인프라 지원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섬의 특성상 ‘종합 대책’으로는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구 수 1000명을 넘는 섬과 10명 미만인 ‘작은 섬’ 등 다양한 규모의 섬이 있는 만큼 모든 섬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대책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각 섬의 여건에 맞는 개별적인 섬 발전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남희 한국섬진흥원 정책연구팀장은 “병원, 학교 등 최소한의 인프라를 모든 섬에 갖춰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이제는 개별적인 섬별 발전계획이 수립돼야 인구 유출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또한 지금처럼 부처별, 지자체별로 섬 관리 주체를 나눌 것이 아니라 모든 섬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완도=정은조 기자·전남총괄취재본부장 ejhung@kwangju.co.kr
김광근(57) 완도군 노화도 이장단장은 갈수록 섬에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완도군 노화도는 과거 2만명 넘는 인구가 거주해 인근 섬들의 중심지 역할을 해 ‘작은 목포’라는 별칭까지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올해 인구수는 4000여명대로 줄었다.
김 이장은 “지방자치단체 등에 인프라 등 투자를 요청해도 섬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내에 있어 개발제한이 돼 있다고 한다”며 “관광지라고 해봐야 보길도 유적지뿐이고, 먹거리도 특별할 것이 없는데 거주민을 위한 인프라도 못 만든다니, 누가 섬에 와서 살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최근 3년여만에 전남지역 섬에서 1만 1000여명의 인구가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7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남에는 총 2765개의 섬이 있으며, 이 가운데 사람이 살고 있는 유인도는 272개다. 전남지역 섬 인구는 지난 2019년 17만 3794명에 달했으나 ▲2020년 16만 5415명 ▲2021년 16만 5995명 ▲ 2022년 16만 2932명으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도 등이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섬의 날’(8월 8일)을 지정하고 전남도 등에서 연륙·연도교 설치, 관광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음에도 인구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남도가 관광객 유치 정책에 치중한 나머지 오히려 섬 거주민들을 위한 정책을 도외시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섬 내 병원·의원 등 의료시설과 초·중·고등학교 등 교육시설, 노인·어린이·장애인 복지시설 등이 부족하다 보니 연륙·연도교를 신설해봤자 인구 유출만 가속한다는 것이다.
당장 완도에서 인구 감소가 가장 큰 노화의 경우 섬 내에 의료시설이라고는 개인병원 두 곳 뿐인데, 주말에는 의사들이 육지로 가버려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섬 주민들의 불만이다.
결국 나이를 먹으면 병원 때문에라도 섬을 떠나 육지로 가야하는 셈이다. 한국섬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섬 인구감소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 또한 ‘기초 인프라 부족’을 섬 인구 감소의 첫 원인으로 꼽았다. 기초 인프라 시설 대부분이 인구 2만명 이상 대규모 섬에 편중돼 있어 작은 섬 주민들은 섬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유인도 중 의료시설이 없는 섬은 전체 유인섬의 62.3%, 보육·교육시설이 없는 섬은 76.3%, 복지시설이 없는 섬은 43.3%에 달했다. 이 중 전남 유인도 272곳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공공데이터포털에 공개된 ‘전남도 유인도정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남 유인도 중 246곳(90.4%)에는 병원·의원·한의원이 없었다. 또 노인·어린이·장애인 복지시설을 갖추지 못한 섬도 249곳(91.5%)에 달했다.
교육 환경도 열악했다. 유치원이 없는 섬은 224곳(82.3%), 초등학교가 없는 섬은 193곳(70.9%), 중학교가 없는 섬은 232곳(85.2%), 고등학교가 없는 섬은 256곳(94.12%)이었다. 이러다보니 교육 차원에서라도 젊은 인구들이 꾸준하게 섬을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월산(67) 영광군 송이도 이장은 “섬의 여건이 열악하다보니 새 사람이 올 이유도 없고, 있던 사람들만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며 “정부·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섬 인프라 지원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섬의 특성상 ‘종합 대책’으로는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구 수 1000명을 넘는 섬과 10명 미만인 ‘작은 섬’ 등 다양한 규모의 섬이 있는 만큼 모든 섬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대책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각 섬의 여건에 맞는 개별적인 섬 발전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남희 한국섬진흥원 정책연구팀장은 “병원, 학교 등 최소한의 인프라를 모든 섬에 갖춰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이제는 개별적인 섬별 발전계획이 수립돼야 인구 유출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또한 지금처럼 부처별, 지자체별로 섬 관리 주체를 나눌 것이 아니라 모든 섬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완도=정은조 기자·전남총괄취재본부장 ejh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