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반려시대-개·고양이를 뛰어넘어 식물과 돌멩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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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반려시대-개·고양이를 뛰어넘어 식물과 돌멩이까지
당신에겐 어떤 반려가 있나요
‘반려동물’인구 1500만명, 애완 넘어 삶의 벗
식물·악기·공구·로봇 등 무한한 반려의 세계
2023년 03월 06일(월) 19:20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는 개(75.6%)와 고양이(27.7%)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500만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제 반려의 대상은 개·고양이를 뛰어넘어 식물과 돌멩이, 악기, 공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식물을 입양해 키우는 ‘식집사’가 등장했고 나만의 공간을 새롭게 가꾸는 ‘플랜테리어’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반려이야기를 전한다.

◇“반려동물은 가족간 자연스런 소통 매개체”=“귀가하면 반가이 맞아주는 ‘콩이’ 덕에 기분도 업(Up)되고, 늘 (가정에) 웃음 바이러스가 퍼집니다.”

40대 가장 K씨는 4년생 푸들과 한 식구처럼 생활하고 있다. 검은 털 색깔에 눈빛이 초롱초롱해 ‘콩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2020년부터 4년째 함께 지내는 ‘콩이’는 가족 간 공동의 관심사이자 자연스러운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K씨와 아내, 두 딸 모두 ‘콩이’를 아낀다. 행여 아프기라도 하면 온 가족이 걱정하며 돌볼 정도로 신경을 쓴다. 배변 패드의 배설물은 10대 딸들과 당번을 정해 번갈아가며 처리한다. 반려견의 장점으로 개와 교감하며 느끼는 심리적·정서적 안정감을 꼽는다.

“‘콩이’는 마냥 내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언제든 기꺼이 맞아줍니다. 감정기복이 없고 한결 같습니다. 내 감정과 기분을 어느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고, 내가 느낄 수 있을 만큼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콩이’를 기르면서 교감하며 느끼는 행복감, 심리적·정서적 안정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반려(伴侶)의 사전적 의미는 ‘짝이 되는 동무’이다. 예전에 ‘인생의 반려자’처럼 쓰였다면 최근에는 ‘반려 OO’ 등으로 폭넓게 활용되는 추세다. 요즘 반려의 대상은 개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은 물론 식물, 나무, 악기, 공구, 돌멩이, 로봇견 등 광범위하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 호칭 또한 과거에는 유희의 대상인 ‘애완 동물’(Pet)이라 했지만 2000년대 들어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Companion animal)로 자연스레 변화했다. 2000년대 들어 반려문화가 한국인의 생활 속에 배어들고 있다. 이는 전체가구의 33.4%(2021년 기준)를 차지하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 만혼(晩婚) 등 사회적인 변화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더욱이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19 팬데믹은 ‘집콕’과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등 시행으로 반려문화를 더욱 촉진시켰다.

◇국민 4명중 1명… ‘반려동물 1500만 시대’=애완동물과 반려동물의 뉘앙스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길정현 작가는 ‘예술가와 네 발 달린 친구들’(토일렛프레스)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애완(愛玩)은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며 즐긴다는 뜻이고 반려(伴侶)는 말 그대로 짝이 되어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다. 애완은 귀여움을 즐기기 위함이라는 확실한 목적성을 품고 있는 말이고 반려는 그렇지 않다. 애완용 강아지라는 말은 있어도 반려용 강아지라는 말은 없다는 데에서 뉘앙스의 차이를 분명히 살펴볼 수 있다. 다행히도 지금 우리 곁의 동물들은 애완 동물에서 반려 동물로 진화하고 있다.”

여왕과 대통령의 반려동물은 대중들의 각별한 관심을 끈다.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70여 년의 재임기간 동안 30여 마리의 반려견을 키웠다. 타계 직전까지 길렀던 여왕의 반려견인 웰시코기 종(영국 웨일스 지역에서 목축견으로 쓰이던 견종) ‘믹’(Muick)과 ‘샌디’(Sandy)가 윈저성 문 앞에서 여왕의 운구차를 마중 나온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 대통령의 반려견은 ‘퍼스트 독’(First dog)으로 불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반려견 ‘보’(Bo)가 2021년 5월초 암으로 죽자 트위터에 “오늘 우리 가족은 진정한 친구이자 충실한 동반자를 잃었다”면서 “10년 이상 동안 ‘보’는 우리의 삶에서 지속적이고 다정했던 존재였다. 우리의 좋은 날, 나쁜 날, 그리고 그 사이의 매일, 우리를 만나서 행복했다”라는 추모 글을 올렸다.

예술인들에게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이 아닌 창작의 영감 원천이다. ‘고양이 집사’인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2)는 ‘고양이’(2018년), ‘문명’(2021년), ‘행성’(2022년) 등 ‘고양이 3부작’ 장편소설을 차례로 펴낸데 이어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집대성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2022년)을 선보였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반려 역할을 하는 배구공 ‘윌슨’.
◇배구공 ‘윌슨’과 반려돌 ‘돌돌이’=“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 계속 숨을 쉬어야지. 내일은 또 해가 뜰 테니까. 파도에 뭐가 밀려올지 누가 알겠어?”

지난 2001년 개봉된 영화 ‘캐스트 어웨이’(감독 로버트 저메키스)에 나오는 명대사다. 화물기 추락사고로 아무도 살지 않는 섬에 표착한 주인공(톰 행크스 분)은 우연하게 배구공 ‘윌슨’(Wilson)을 반려로 삼는다. 영화에 소품으로 사용됐던 배구공 ‘윌슨’은 지난해 8월 해외 경매에서 23만 파운드(한화 3억6500만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다.

영화 ‘로봇 앤 프랭크’(Robot & Frank)(감독 제이크 슈레이어)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담은 SF영화이다.
일본 소니에서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는 인공지능 강아지로봇 ‘아이보’.
일본에서는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반려 로봇’이 일찍이 1999년 세계 최초로 시판됐다. 소니에서 출시한 인공지능 강아지 로봇 ‘아이보’(AIBO)이다. 주인의 손길을 인식하고, 인공지능(AI) 기반 학습능력으로 새로운 행동을 익혀 주인과 소통하며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영화배우 임원희(53)는 계란만한 조약돌을 ‘반려’로 키운다.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새끼’와 ‘신발 벗고 돌싱포맨’ 프로그램을 통해 애완 돌멩이 ‘돌돌이’를 공개했다. 그는 “(돌을 키우는 것이) 위안이 되느냐”는 다른 출연자의 물음에 “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답했다.

식물을 반려로 삼는 ‘식(植)집사’(식물+집사)는 어떤 마음일까.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여러 마음의 병을 앓던 심경선 작가는 ‘죽고 싶은 내 두 손에 식물이’(날)에서 죽은 듯 보였던 올리브 나무에 물을 주었다가 소생하는 모습을 보며 삶의 용기를 되찾았다.

“겉으로는 내가 일방적으로 가꾸고 돌보는 것 같지만, 그들은 한순간에 무너지는 내 마음이 언제나 건강할 수 있게 강력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마음 깊은 곳, 그 누구에게도 쉽게 끄집어내기 어려운 마음속을 다독여준다. 마치 내가 그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찾아온 것만 같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인들의 법적 책임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동물보호법’은 2개월령 이상의 개를 반려목적으로 키우는 사람은 본인 거주지 시·군·구에 동물등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동물 보호법’에서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등 5종을 맹견(猛犬)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법 범위 밖의 개들이 사람을 무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그런 만큼 애견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 해소와 상호 이해가 필수적이다.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반려인들은 ‘펫로스(Pet loss) 증후군’을 앓는다. 아직 전국적으로 반려동물 장묘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다. 반려동물이 급증하면서 반려동물의 분실과 유기, 학대 문제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15살 ‘포로리’와 6살 ‘보노’와 함께 살고 있는 이소영 작가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예의’(뜨인돌)에서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이렇게 강조한다.

“반려동물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사회화 교육을 받듯이, 사람들도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규범을 존중하고 지키기 시작할 때,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던 문제의 크기도 조금씩 작아지지 않을까.”

인간이 개와 고양이를 길들인지 1만~1만5000여년….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변할 지라도 인간과 반려 대상과의 본질은 변함없을 것이다. 인간 또한 사회적 동물이다. 개나 고양이가 아닌 식물, 돌멩이, 악기, 공구, 인공지능 로봇이더라도 반려와의 ‘교감’과 ‘공감’은 필수적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과 반려의 관계,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共存)일 것이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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