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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밥 한끼 든든히 먹고 친구들 만나니 좋아요”
[14개월만에 운영 재개 광주 북구 ‘천사무료급식소’ 가보니]
새벽 6시부터 어르신들 장사진…추위에도 웃음꽃
급식소, 500여 명에 식사 대접…김장김치 선물도
2023년 01월 04일(수) 20:30
4일 광주 지역 어르신들이 북구 두암동 천사무료급식소를 찾아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밥 한끼 든든히 먹을 수 있고 친구들까지 볼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다”

14개월 만에 4일 다시 정식운영을 시작한 광주시 북구 두암동 천사무료급식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무료급식을 받으려는 어르신들로 장사진을 쳤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했지만, 어르신 수백여명은 영하 4도의 추운 날씨에도 두터운 패딩 점퍼와 모자를 눌러 쓴 채 3~4시간 전부터 무료급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길바닥에 신문지, 폐지, 박스 등을 깔고 순번을 기다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얼굴에는 지루함보다는 웃음꽃이 피어 올랐다.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우산근린공원 인근에 있는 탓에 천사무료급식소는 저소득층 어르신들에게는 소중한 공간이다.

천사무료급식소는 2021년 10월 코로나19로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았다가 광주시 북구의 도움으로 지난해 12월 7일 다시 문을 열었지만, 정식운영에 앞서 도시락만을 제공했다.

1년여만에 다시 무료급식소에서 밥짓는 냄새가 퍼지자 인근에 사는 저소득층 어르신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날 무료급식소는 350여 명을 예상하고 재료를 준비했지만, 500여 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몰렸다.

급식소 측은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리자 있는 재료를 모두 동원해 급식소를 찾은 500여명 어르신 모두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첫 번째로 천사무료급식소에 입장한 박양림(여·87)씨는 “오늘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 6시부터 나와 줄을 서 있었다”며 “오랜만에 따뜻한 국에 밥까지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속이 든든하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박씨는 이어 “혼자 살면서 매 끼니 챙겨먹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급식소에서 1주일에 몇 차례라도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이날 무료급식소 점심 식사 메뉴는 설렁탕, 도토리묵, 김치, 삶은 달걀, 꿀떡, 귤 등으로 구성돼 추운 날씨에 어르신들의 속을 따뜻하게 데워줬다.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설렁탕에 밥을 말고 소금으로 간을 한 뒤 식사를 했다. 처음 몇 번은 후후 불어먹다가 나중에는 그릇째 들고 국물을 들이켰다.

자원봉사자들은 김치통을 들고 인산인해를 이룬 테이블 사이를 다니며 어르신들에게 추가로 김치를 주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은 옆사람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하나같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최순임(여·82)씨는 “다른 사람과 함께 밥을 먹으니 더 맛있는 것 같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왔는데 따뜻한 밥 해줘서 참 고맙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사)한국나눔연맹 관계자는 “어르신들 중 기초생활수급자도 계시지만, 혼자 사시는 독거노인 분들도 많다”며 “대략 30% 정도는 혼자 식사하시기 외로우셔서 오시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료급식소 측은 정식운영을 기념해 식사를 마친 어르신 모두에게 김장김치 10㎏도 제공했다.

일부 어르신들은 김치 박스가 무거워 혼자서 들고 갈 수 없어 인근 가게에 김치를 맡기기도 했다. 급식소 인근 두암우체국에는 할머니들이 나중에 찾으러 오겠다며 맡겨놓은 김치 박스와 장바구니가 한동안 쌓이기도 했다.

김치를 받은 김영수(75)씨는 “혼자 살아 김장도 못 담갔는데, 김치까지 주니 어떻게 감사 표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코로나로 문을 닫기 전부터 여기서 밥을 먹었는데 다시 문을 열어 너무나 고맙다”고 말했다.

/글·사진=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