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열광시킨 K콘텐츠의 비결은…K콘텐츠 다룬 책 잇단 발간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봉준호 코드’ ‘페미돌로지’
한류의 창의성·K팝 아이돌의 팬덤문화 다각도 조명
한류의 창의성·K팝 아이돌의 팬덤문화 다각도 조명
![]() 넷플릭스 사상 최장 1위를 기록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
지난해 9월 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론칭한 ‘오징어 게임’은 세계에서 52일간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 사상 최장 1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한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 영화매체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감독을 일컬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고 평했다. 영화감독 하마구치 류스케는 “‘기생충’은 ‘걸작’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현대 영화의 한 도달점”이라고 상찬했다.
방탄소년단-BTS를 비롯한 케이팝 아이돌은 ‘국가와 젠더 경계를 넘는 아이돌’로 우뚝 선 지 오래다. 이들의 선전은 팬덤인 아미의 영향력도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가 반한 K콘텐츠의 비결과 팬덤문화 등을 다룬 책이 잇따라 발간돼 눈길을 끈다.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봉준호 코드’, ‘페미돌로지’가 그것.
먼저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 등 7명의 저자가 필진으로 참여한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은 각계 전문가가 ‘오징어 게임’ 성공 방정식에 초점을 맞췄다. 정 원장은 흔히 내러티브(narrative)로 알려진 일반적 서사의 의미인 ‘사건의 서술’에 힘이 있다고 봤다.
“‘오징어 게임’을 전체적으로 보면 영상의 스펙터클보다는 작품의 깊이와 내면성에 역점을 두는 가운데 치밀한 구성, 차분한 속도감, 점층적인 몰입 등을 구사하는 느낌을 준다. 이 과정에서 돋보이는 것은 서사의 힘이다.”
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오징어 게임’의 창의성은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제작 정책이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작품이 정해지면 제작진에게 자율성을 주는 방침이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황동혁 감독이 제작 발표회장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표현하면서 잔인한 요소가 빠질 수 없는데, 제작 과정에서 넷플릭스가 수위에 제약을 두지 않아서 창작자로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홍경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끈 요인으로 현실 반영에서 오는 공감론을 꼽았다. 부의 양극화, 약자의 냉혹한 현실에 세계가 반응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은 오늘날 목숨을 담보로 일확천금을 바라거나 부동산을 ‘영끌’해서 사는 모습 등을 반영한다.
두 번째 책 ‘봉준호 코드’는 이용철 영화평론가 등 3명의 전문가가 7편의 영화를 12개 테마로 ‘봉준호 월드’를 주목했다. 저자들은 몇 가지 핵심 테마가 영화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코드화되고 관객은 그 코드를 어떻게 수용하는지 들여다봤다.
12개 코드는 엄마, 소녀, 노인, 하녀, 계단, 비, 돈, 자연, 먹기, 달리기, 섹스, 바보짓이 그것이다. 분석 대상 영화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이다.
이현경 영화평론가는 봉준호의 영화에서 서사의 결정적인 변화를 암시하는 장치로 비를 든다. ‘살인의 추억’, ‘마더’, ‘기생충’에서 비는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기생충’에서 기택 가족이 캠핑을 떠난 박 사장네 거실에서 술파티를 하는 장면이 있다. 폭우가 쏟아지는 캄캄한 저녁 갑작스럽게 울리는 초인종은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류진희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교양대학 교수 등이 펴낸 ‘페미돌로지’는 K팝 아이돌, 팬덤문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다각도로 조명한 책이다. 책 제목 ‘페미돌로지’(Femi-doloy)는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아이돌로지(Idology)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지행 미디어문화 연구자는 ‘미디어와 팬덤의 담론 전쟁’에서 BTS 팬덤인 아미가 서구 미디어의 왜곡된 담론을 반박하는 사례를 제시한다. 이 연구자는 “전 세계 아미는 BTS를 둘러싼 담론 투쟁의 장에 참여하면서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어 일종의 세계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인식을 획득한다”며 “세계 시민적 관점에서 편협한 인종주의와 영어 중심주의로 구성된 서구 음반 산업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노출하는 초국적 팬덤으로서의 담론 주체가 된다”고 주장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미국 영화매체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감독을 일컬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고 평했다. 영화감독 하마구치 류스케는 “‘기생충’은 ‘걸작’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현대 영화의 한 도달점”이라고 상찬했다.
세계가 반한 K콘텐츠의 비결과 팬덤문화 등을 다룬 책이 잇따라 발간돼 눈길을 끈다.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봉준호 코드’, ‘페미돌로지’가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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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오징어 게임’의 창의성은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제작 정책이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작품이 정해지면 제작진에게 자율성을 주는 방침이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황동혁 감독이 제작 발표회장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표현하면서 잔인한 요소가 빠질 수 없는데, 제작 과정에서 넷플릭스가 수위에 제약을 두지 않아서 창작자로서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홍경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끈 요인으로 현실 반영에서 오는 공감론을 꼽았다. 부의 양극화, 약자의 냉혹한 현실에 세계가 반응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은 오늘날 목숨을 담보로 일확천금을 바라거나 부동산을 ‘영끌’해서 사는 모습 등을 반영한다.
두 번째 책 ‘봉준호 코드’는 이용철 영화평론가 등 3명의 전문가가 7편의 영화를 12개 테마로 ‘봉준호 월드’를 주목했다. 저자들은 몇 가지 핵심 테마가 영화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코드화되고 관객은 그 코드를 어떻게 수용하는지 들여다봤다.
12개 코드는 엄마, 소녀, 노인, 하녀, 계단, 비, 돈, 자연, 먹기, 달리기, 섹스, 바보짓이 그것이다. 분석 대상 영화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이다.
이현경 영화평론가는 봉준호의 영화에서 서사의 결정적인 변화를 암시하는 장치로 비를 든다. ‘살인의 추억’, ‘마더’, ‘기생충’에서 비는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기생충’에서 기택 가족이 캠핑을 떠난 박 사장네 거실에서 술파티를 하는 장면이 있다. 폭우가 쏟아지는 캄캄한 저녁 갑작스럽게 울리는 초인종은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류진희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교양대학 교수 등이 펴낸 ‘페미돌로지’는 K팝 아이돌, 팬덤문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다각도로 조명한 책이다. 책 제목 ‘페미돌로지’(Femi-doloy)는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아이돌로지(Idology)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지행 미디어문화 연구자는 ‘미디어와 팬덤의 담론 전쟁’에서 BTS 팬덤인 아미가 서구 미디어의 왜곡된 담론을 반박하는 사례를 제시한다. 이 연구자는 “전 세계 아미는 BTS를 둘러싼 담론 투쟁의 장에 참여하면서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어 일종의 세계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인식을 획득한다”며 “세계 시민적 관점에서 편협한 인종주의와 영어 중심주의로 구성된 서구 음반 산업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노출하는 초국적 팬덤으로서의 담론 주체가 된다”고 주장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