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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도 없는 시내버스 기사들 ‘찜통 버스’서 배차 대기
준공영제의 그늘 시내버스 기사들 <중> 열악한 복지
기·종점에 휴게실은 커녕 햇볕 피할 공간조차 없는 경우 부지기
지난해 운송원가 2086억원 중 휴게시설 개선비 5900만원 뿐
업체도, 1000억 투입한 광주시도 노동자 처우 개선엔 무관심
2021년 07월 23일(금) 00:00
22일 오전 광주시 북구 태령동 지원15번 종점 인근에 놓인 간이 화장실. 이 간이 화장실이 버스노동자들을 위해 설치된 유일한 휴게시설이다.
22일 오전 10시께 찾은 ‘지원 15번’ 시내버스 종점인 광주시 북구 태령동 신기마을. 도로변 풀숲 사이로 간이 화장실이 눈에 들어왔다.가로 폭 80㎝ 가량인 화장실이 1시간 20분 넘게 운전대를 잡고 간 버스기사들이 머물러 쉬면서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하는 유일한 휴게시설이다. 도심 속 화장실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위생적인 시설로, 날파리로 들끓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지원 15번 버스기사 A씨는 “누가 이 화장실을 이용하겠냐”면서 “급한 생리현상은 인근 수퍼마켓 화장실을 빌려쓰는데 눈치보여 음료수를 자주 사먹고 해결한다”고 했다. 기사들은 인적이 드문 길거리를 찾아 해결할 때도 적지 않다고 한다.

1187번 종점인 무등산 원효사 입구는 아무런 휴게시설조차 갖춰놓지 않았다. 광주시 서구 덕흥동에서 출발, 1시간 25분 걸려 도착했는데 쉴 공간 없이 그대로 돌려 1시간 25분을 몰고 가야 하는 셈이다. 노선이 한 개 뿐으로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기본적 시설조차 갖추지 않았다는 얘기다.

출발 대기 중이던 버스기사 B씨는 “종점이지만 이 더위에 햇빛을 피할 곳은 버스 밖에 없으니 버스에서 내릴 수가 없다”며 “버스 안에서 많게는 30분 가까이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스가 모자랄까 에어컨도 못 키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자동차연맹 광주지역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이 곳뿐만 아니라 승촌동, 혁신도시, 동림동, 서광주 회차지 등의 경우도 버스기사들의 휴게공간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준공영제를 도입하면서 버스회사들의 적자를 보전하는데도 버스기사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는 지난해만 10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지원했었다. 버스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지난해 10개 시내버스 회사가 버스기사들의 복지에 투입한 비용은 약 61억원. 식대, 피복비, 운전원 복지기금 등으로 운전원 1명 당 한해 평균 251만원을 지급받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광주시 설명이다. 하지만 버스기사들은 체감할 수 없다며 하소연한다. 버스노동자들은 “일반 정규직 노동자들이라면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복지를 특별한 복지 혜택인냥 취급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당장, 노사간 단체협약과 여객운송법상에 명시된 휴게시설조차 갖춰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9년 버스노동조합과 광주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단체협약을 통해 ‘기·종점에 휴식할 수 있는 장소와 화장실을 설치한다’라는 내용을 담았지만 휴게실은 커녕 폭염을 피할 공간도 없는 기·종점이 부지기수다.

이런데도, 지난해 버스노동자들의 휴게시설 개선에 사용한 금액은 고작 5900만원 뿐이다. 광주버스운송사업조합이 올해 13개 차고지 및 회차지의 휴게시설 환경개선에 2억 1650만원을 투입하기로 했던 계획도 여태껏 추진되지 않고 있다.

버스기사들은 이때문에 올 임·단협에서도 복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무관심한 상황이다. 현재 운영중인 버스기사들의 통근차 운영조차 폐지를 요구하는가 하면, 복지기금도 없애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되면 첫 차 운행을 위해 새벽에 2~3시에 집을 나서거나, 자정께 퇴근하는 버스기사들에게 알아서 출·퇴근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노조측 얘기다.

버스기사 1인당 12만원 정도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복지기금도 사측에서는 운송수입 감소를 이유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박미정 광주시의원은 “버스노동자들에 대한 처우와 근무 환경이 너무나도 열악하다. 시정질의를 통해 준공영제 하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노동실태에 대해 줄곧 문제를 제기해 왔다”며 “광주시와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