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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선 폭력·폭언…사회에선 차별·혐오
[광주·전남 외국인 노동자 5만명 우리의 이웃 맞습니까]
<중> 한발도 못나간 노동인권
2020년 07월 01일(수) 00:00
#. 지난 2018년 도라지와 인삼을 재배하는 영암 한 농가에서 일하던 네팔인 아마네(31·가명)씨는 고된 노동으로 허리에 극심한 통증을 겪다 사업주에게 병원 진료를 요청, 몇 차례 통원진료를 받았다.

아마네씨는 허리 통증이 쉽게 낫지 않자 병원 진료를 재차 요청했다가 업주가 휘두르는 폭력에 부상을 입었다.

사업주는 아마네씨 짐을 내던지고 나가라고 고함을 치며 주먹으로 가슴 부위를 때리기까지 했다. 아마네씨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장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아마네씨는 사업장에서 쫓겨났지만 무단 이탈한 것으로 처리되면서 불법체류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

#. 광주시 광산구 하남산단 금속제단 공장에서 일하던 네팔인 헤만트(27·가명)씨는 지난 2017년 9월, 공장장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했다. “허리·어깨가 아파 병원에 가고 싶다”고 말 한 것이 이유였다. 공장장은 재차 병원 진료를 요청하는 헤만트씨에게 공사장에 있던 철근까지 휘둘러 부상을 입혔다.

해남 김 양식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최근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살인적인 수준의 노동 강도, 열악한 처우와 인권 침해 사례를 고발했다. 이들은 새벽 4시부터 오후 7시까지 거친 바다에 나가 15시간에 이르는 고된 노동을 했고 사장, 사장 가족의 폭언에 시달려야 했다. 불도 들어오지 않고 물도 먹지 못하는 곳에서 생활하는가 하면, 사업주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구해도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들만 그럴까. 여전히 사업주와 직장 동료의 차별적 시선과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외국인들의 하소연은 외국인 노동자 급증에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인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이주노동자 3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동실태조사서는 국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응답한 외국인 노동자 중 절반이 넘는 56.6%가 차별을 경험했다. 차별의 유형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만 더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일은 시킨다는 취지로 답한 경우가 40.7%로 가장 많았다.

월급(32.5%), 숙소(26.3%) 등 열악한 처우에 대한 차별을 겪었다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았다. 특히 국내 농수산업 등을 밑에서 떠받치고 있는데도, 한국어 장벽으로 인한 소통 부재와 전통적 인식 등으로 공장 근무자(53.1%)보다 농어촌 분야 외국인 노동자의 차별(65.4%)이 훨씬 더 많았다.

지난 28일 광주시 광산구 캄보디아공동체 전남광주지점에서 만난 캄보디아 외국인 노동자들도 한 목소리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희망을 찾으러 온 한국에서 접하는 절망과 아쉬움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평소 정장을 즐겨입는다는 네이르(30·캄보디아)씨는 “백화점에서 정장을 사려는데, 나한테는 안판다며 나가라고 했어요”라며 “돈을 가지고 있는데도 팔지 않겠다는 상가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이나 아울렛 점원들은 무시하는 듯한 표정으로 반말을 해요”라고 지적했다.

세인(26·캄보디아)씨도 “공장에서 일을 하다 문제가 생기면 모두 내 탓으로 돌리는 듯 해 씁쓸하다”면서 “한국말이 서툴다보니 해명도 제대로 못하고 억울한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인도네시아인 인드로(22·가명)씨는 왜 택시를 탈 때마다 외국인 차별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택시를 타자마자 만원을 내라고 하질 않나, 요금이 만원이 안 나왔는데 거스름돈을 주지 않고 오히려 돈을 더 달라고 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고도 줄을 잇고 있다. 안전 장비·수칙도 없이 작업하다 발생한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

미안마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는 지난 10일 밤 여수시 묘도동 인근 해저터널 공사현장에서 궤도차 바퀴에 깔려 숨졌고 지난 3월에는 순천 자원재활용업체에서 일하던 베트남 출신 외국인 노동자가 압축기 작동 과정에서 숨졌다.

지역 노동전문가들은 사업주 선의에 맡기고, 사고 후 표본 사업장만 감독하는 현 수준의 정책 방향으로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달 말 현재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중인 사업장은 광주 724곳, 전남 3954곳 등 4678곳. 이들 사업장을 돌면서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인권 침해 사례 등을 살펴보는 담당 공무원은 10명이 전부다. 그나마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여파 속에 사업주의 자율점검만 이뤄진 상태다.

공무원 한 명이 평균 478개의 사업장을 지도·감독하는 상황, 외국인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해 산재 사고를 줄일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윤영대 광주민중의집 대표는 “외국인고용 사업장을 관리감독 하는 노동부의 인력이 턱 없이 모자란 상황”이라며 “인력증원과 함께 외국인근로자와 함께 일하는 한국인 사업주와 근로자를 상대로한 인권교육 등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