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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목싸목 남도한바퀴-고흥] 마셔봤니? 고흥커피 먹어봤지? 고흥유자
주동일·김미선 운영 ‘커피사관학교’
고흥 과역면서 커피 첫 대량 수확
쓰지않고 은은하면서 신맛 느껴져
따뜻한 햇살·해풍으로 자란 유자
비타민 C·식이섬유·구연산 풍부
감기예방·피부미용·피로회복 좋아
2020년 02월 18일(화) 00:00
'지붕없는 미술관’이라 불리는 고흥은 발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문화를 접할 수 있다. 국립 청소년우주센터와 우주천문과학관에서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우주체험 프로그램도 고흥만의 자랑이다. 유자와 석류, 커피, 장어 등 먹거리도 여행자의 입을 즐겁게 만든다. 2월말 고흥과 여수를 연결하는 해상교량이 개통되면 고흥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0 고흥 방문의 해’를 맞아 고흥의 역사와 문화, 자연속으로 들어가보자!

고흥은 난대성 기후 덕에 커피가 잘 자란다.
◇국내 최대 커피주산지 ‘고흥커피’= 에디오피아, 케냐 등 아프리카나 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 생산될 줄만 알았던 커피가 우리나라에서 재배될 거라는 걸 누가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기후조건이 맞지 않아 애당초 시도해 볼 생각도 없었던 커피가 기후변화와 하우스 재배로 인해 국내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지고 있다.

강릉이나 제주가 커피 고장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커피 재배의 시작은 고흥이다. 고흥군에 따르면 국내 처음으로 커피를 대량 수확한 곳이 이곳이다. 고흥은 한반도에서 기후가 가장 온화한 난대해양성 기후로, 전국 최대 일조량을 자랑한다. 연평균 온도 13℃, 강수량 1400㎜, 일조시간 2370시간 이상이다. 과역면과 봉래면, 점암면, 금산면 일대에서 15농가가 2만 4000여㎡ 면적에 커피나무 13만여 그루를 키우고 있다.

지난 1월초, 자칭 ‘커피愛 땅’ 과역면을 찾았다. 길목마다 ‘고흥커피사관학교’와 ‘커피마을’로 가는 안내판이 친절하게 세워져 있다. ‘과연 이곳이 바로 커피마을이구나’ 생각이 절로 든다. ‘커피사관학교’는 주동일·김미선씨 부부가 8년째 가꿔오고 있는 커피농장이다. 지금은 폐교한 옛 과역동초등학교 교실과 운동장을 이용한 곳으로 커피 하우스와 교육·체험장, 카페를 겸하고 있다. 커피농장으로 등록된 정식 명칭은 농업회사법인 고흥커피주식회사다.

“전북 익산에서 생활하면서 사과나 딸기, 친환경농업까지 많은 농사를 지어봤어요. 남편 건강이 안좋아지면서 농사를 접었는데, 결국 다시 농장으로 돌아왔네요. 커피를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우연한 기회에 아시는 분이 가져다 준 커피 씨앗이 시작이었습니다.”

싹을 틔운 커피나무가 점점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화분에 심었던 커피나무가 점점 커지자 땅에 옮겨심어 키워보고자 했다. 커피나무는 사실 열대식물이라 우리나라에서는 하우스 재배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익산은 유독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보니 커피를 키울 수 있는 다른 곳을 알아봐야 했다.

“고흥은 아열대 작물을 키우기 참 좋은 고장이에요. 커피나 올리브를 키우기 제격이죠.” 그렇게 찾아온 곳이 김씨의 고향 고흥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커피마을’이 들어선 과역면에 5000여 평(1만6500여 ㎡)의 땅을 구입해 나무를 옮겨 심었다. 김씨는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농업으로 시작한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고 이야기한다.

커피사관학교는 커피의 생장부터 수확, 가공, 로스팅, 커피음료가 되기까지의 모든 설비를 갖추고 있다. 현재 6000여 평에서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있으며 관련 교육, 식물학, 창업, 농업까지 모두 아우르는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 주씨 부부의 아들 주범준씨가 교육을 담당하는데 바리스타협회 국제심사위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전문가다. 여러 체험프로그램도 운영되며 취미·창업반으로 나눠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우스 재배를 하기 때문에 온도 조절만 잘 하면 사시사철 꽃이 피고 열매를 수확할 수 있지만 커피사관학교에서는 고품질의 커피를 위해 연 2회 수확을 기준으로 재배하고 있다. 은은한 커피꽃 향을 맡고 싶다면 개화시기인 5~7월, 빨간 커피체리 열매를 만나고 싶다면 4~6월에 찾으면 좋다.

김 대표가 내려준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향부터 맡아본다. 진하지 않고 은은하다. 맛은 쓰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약간의 신맛이 느껴진다.

“지금 느낀 그 맛이 ‘고흥커피’입니다. 시작은 아라비카종 이었지만 자체 생산한 씨앗으로 파종을 해서 재배하고 수확을 했기 때문에 고흥커피만의 맛을 갖게 되었다고 할까요. 재배환경에 따라 한국화, 지역화 된 것 같아요.”

한편, 고흥군은 지난해부터 2022년까지 농림식품부의 향토산업육성사업에 ‘고흥로컬커피 융복합산업와 사업계획’이 선정되면서 사업비 30억원을 지원받았다. 커피 생산과 가공, 유통 등 3차산업까지 연계해 커피를 지역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고흥은 전국 최고의 유자 재배면적을 자랑한다.
◇‘하늘이 내린 선물’ 고흥 유자= 찬바람 부는 겨울이면 집집마다, 카페마다 은은한 유자향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가을에 수확하는 탓에 ‘가을 비타민’으로 불리지만 정작 찾는 건 겨울이다.

고흥은 전국 최고의 유자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자랑한다. ‘유자골 고흥’이라는 이름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매년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단풍과 함께 진노랑의 유자가 황금물결을 이룬다. 고흥에는 현재 509㏊서 1830여 가구가 유자재배를 하고 있으며 연간 4826t을 생산, 전국 생산량의 42.7%를 차지하면서 최대 주산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고흥 전 지역에서 유자가 재배되지만 풍양면과 두원면이 가장 많다. (2019년 12월 기준)

고흥 유자.
고흥 유자청.
고흥 유자는 유독 향긋하다. 재배에 적합한 기후의 영향 덕이다. 유자 재배에 적합한 기온은 연평균 13~15℃로 영하 9℃이하로 떨어지면 힘들어진다. 일교차도 15℃ 이내여야 한다. 고흥을 둘러싼 팔영산과 마복산, 적대봉, 천등산이 기후변화를 줄여주며 냉해를 막는 역할을 한다. 따뜻한 햇살과 해풍을 맞으며 최적의 조건에서 자란 고흥 유자가 타지역의 유자보다 맛이나 향이 탁월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귤의 3배에 이를 정도로 비타민C 함유량이 높은 유자는 식이섬유와 구연산도 풍부해 감기 예방, 피로회복, 피부미용, 동맥경화 예방, 소화액의 분비촉진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자는 신맛이 강해 생과보다는 가공해서 먹는게 일반적이다. 가장 즐겨먹는 건 설탕과 유자를 1대 1로 배합해 담근 유자청이다. 유자청 외에도 유자빵, 유자떡, 유자향주 등 다양한 상품으로 가공된다.

고흥 녹동항 장어거리에서 유자청과 장어의 기막힌 궁합을 만날 수 있다. 성실장어구이에서 맛본 유자장어구이다. 붕장어 구이를 먹을 때 상추쌈에 유자청을 함께 넣어먹는 방식인데 의외의 맛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유자청을 첨가한 장어구이는 상큼함으로 장어의 느끼함을 줄여줬다.

풍양면에는 ‘유자공원’이 있다. 제주에 온통 귤밭이 펼쳐져 있는 것처럼 도로변 밭과 야산이 모두 유자나무 밭인 탓에 유자공원이라 이름 붙였다. 전망대와 산책로, 탐방로, 약수터, 쉼터 등이 갖춰져 있어 유자향이 가득한 고흥의 힐링장소로 꼽힌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고흥=주각중 기자 gjju@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광주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