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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직 → 마무리 → 국가대표 … 문경찬의 ‘반전 드라마’
시즌 초 김윤동 부상으로 마무리…55이닝 1.31 방어율 1승 2패 24세이브
프리미어 12 대만전서 국가대표 데뷔…“뿌듯한 한해 보내 자신감 커졌다”
2019년 11월 29일(금) 02:50
‘마무리에서 태극마크’까지 KIA 타이거즈 문경찬에게는 잊을 수 없는 2019시즌이었다.

문경찬은 지난 17일 끝난 2019 WBSC 프리미어 12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뛰었다.

단국대 재학 시절이었던 2014년 WBSC U-21 월드컵에 출전한 적은 있지만 한국 야구를 상징하는 선수들과 ‘국가대표’로 뛴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경찬은 “대학 때 대표팀에 갔던 것과 많이 달랐다. 이건 말대로 국가대표이고 그 때와 와닿는 게 달랐다”며 “좋았다. 재미있었다. 도쿄돔에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올라간다고 생각하니까 기분도 좋고 영광스러웠다”고 대표팀으로 보낸 한 달여의 시간을 돌아봤다.

대표팀 소집 초반 페이스를 생각하면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성적이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느끼고 얻어왔다.

문경찬은 “잘했으면 할 말이 많겠지만 내가 잘 못 한 것”이라면서도 “많은 것을 느끼고 왔다.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확실히 자존감이 많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함께했다는 것이 생각이 달라지는데 일조를 한 것 같다. 그 선수들이랑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생각하니까 좋았다”고 덧붙였다.

KBO리그에서 손꼽는 선수들과 ‘동료’로 지내면서 문경찬은 야구 선수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처음 동료로 함께 한 선수들도 있었고 대표팀도 처음이었지만 이내 익숙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문경찬은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했던 것 같다. 어색하지는 않았다”며 “원래 당황하지 않는 성격인데 대만전에서 (심판이)로진백(송진 가루 주머니)을 안 줬을 때는 당황했다”고 웃었다.

대회 예선 3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문경찬은 대만과의 슈퍼라운드 2차전을 통해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예상과는 달리 한국이 0-6으로 뒤진 상황에서 9회초가 시작됐다. 그리고 문경찬이 마운드에 올라 로진백 교체를 요구했지만 심판이 고개를 저었다. 대표팀 주장 김현수의 항의에도 심판은 로진백 교체를 거부했다.

문경찬은 “‘아,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결과가 좋지 못했다. 그런데 그 날 못했으니까 이야기 많이 안 하려고 했다. 못하고 하는 이야기는 핑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시즌 전 문경찬은 특별한 보직이 정해지지 않은 불펜 투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처음 마무리 역할을 맡은 김윤동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문경찬의 시즌이 전개됐다.

마무리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문경찬은 예상을 뛰어넘은 성장세를 보이며 이내 ‘임시’를 떼고 팀의 마무리가 됐다.

54경기에 나온 문경찬은 55이닝을 1.31의 평균자책점으로 틀어막고 1승 2패 24세이브를 기록했다. 자신감에 스피드까지 더해지면서 마무리 문경찬은 국가대표 타이틀도 얻었다.

문경찬은 “이제 공을 던지는 방법을 안 것 같다. 고척에서 첫 세이브 하고 나서 공을 던지는 법을 알겠다는 느낌이었다”며 “마무리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그냥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고 웃었다.

또 “올해 진짜 좋았다. 처음으로 뿌듯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며 “살면서 뭐든지 못할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내년에도 더 잘할 것이다. 올해보다 잘하면 가을잔치도 갈 것”이라며 더 발전된 2020시즌을 그렸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