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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들여다보기] 고흥의 설화(說話)문학 - 김형주
2017년 11월 14일(화) 00:00
전남 동남부에 위치하는 고흥은 전남 22개 시·군에서 네번째로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반도형태의 지형적 특성에 힘입어 근래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고흥의 역사를 살펴보면 백제시대에는 조조례현(남양면), 두힐현(두원면), 비사현(동강면) 등 3개 현이 존재하였다. 고려시대에는 조조례현이 남양현으로, 두힐현이 두원현으로, 비사현이 태강현으로 변경되었고, 고려말에는 역관 유청신(柳淸臣)의 공적으로 고이부곡(고흥읍일대)이 고흥현으로 승격하였다. 조선초기인 1441년 고흥현과 보성에 속하던 남양현이 통합하여 흥양현이 되었고 1895년 흥양군으로 승격되었다가 1914년에 고흥군으로 개칭되었다.

역사적으로는 임진왜란 등 나라의 위난 시에는 송희립 등 많은 군민들이 초개와 같이 일어나 헌신한 충절의 고장이다.

고흥을 대표하는 주류 성씨로는 여산 송씨, 고흥 유씨, 평산 신씨 등이 있다.

광활한 터전을 가진 고을답게 고흥지역은 예로부터 설화(說話)문학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옛이야기를 통칭하는 설화문학은 세부적으로 신화·전설·민담의 3가지를 아우르는 명칭이기는 하지만, 일반적 또는 좁은 의미의 설화는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 즉 민담을 지칭하고 있다.

설화는 오랜 기간에 걸쳐 민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른바 구전설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구전설화는 시기별로 대규모 편찬발간 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단편적 또는 체계적으로 책자에 포함되어 문헌설화로 정착되기도 하였다. 예컨대 구토지설 등 몇 개의 민담이 들어있는 삼국사기, 야사와 불교문화 설화문학의 종합자료집인 삼국유사 등의 고려시대 저술이 나왔고, 조선시대에 들어 본격적인 야담집들이 발간되었다. 조선초기 성현의 ‘용재총화’와 강희맹의 ‘촌담해이’, 중기에 어우당 유몽인의 ‘어우야담’, 후기에는 ‘청구야담’, ‘동야휘집’ 등이 출간되었다.

어우야담(於于野談)은 1620년 펴낸 5권1책의 방대한 설화집으로 내용은 인륜, 종교, 학예, 사회, 만물편 등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한양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어우당은 문재가 뛰어나 23세에 사마시에 합격하고 30세때 증광시(대과)에 장원급제하였다. 홍문관 수찬, 강원도사를 거쳐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삼도순안어사로 세자 광해군을 호종하였고 전후 성균대사성, 황해도관찰사 등 요직을 지냈으나 반역 혐의로 안타깝게 옥사하였다. ‘어우(於于)’는 ‘과장하여 아첨한다’는 뜻인데 자신을 낮추는 반어적 표현이다.

고흥에서는 최근 개관한 분청문화박물관 내에 고흥을 본관으로 하는 어우당의 높은 학덕을 기리기 위해 설화문학실을 별도로 설치하였다. 설화문학실을 갖춘 분청문화박물관은 전시시설의 확충을 통한 문화향수 기회의 확대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소박하고 원초적 심성과 세계관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설화문학의 본고장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