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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전남의 리아스식 해안]<7>끝없는 법정 싸움 … 지치는 어민·병드는 갯벌
간척 피해 어민들 정부 상대 15년째 소송 중
법원, 수문 개방 어민 손 들었지만 농민 반발
올해 “3자 합의로 해결하라” 판결 다시 원점
2016년 11월 30일(수) 00:00
이사하야 간척사업으로 황폐화된 갯벌 주변을 한 어민이 걸어가고 있다. 그 뒤로 이사하야 방조제와 수문이 보인다. /나가사키(규슈)=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이사하야 간척 사업 전후로 어획량이 급감하자 어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행동에 나섰다.

간척 사업으로 이사하야만에서만 3000ha(어민 측 주장)의 갯벌이 사라지면서 각종 어패류의 산란 장소가 사라져 어획량이 감소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를 상대로 간척 사업 완료 전에는 공사중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간척 사업 완료 후에는 수문 개방을 요구하는 소송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수백척의 배를 몰고 방조제 앞으로 몰려와 수문 개방을 촉구하며 선상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자연을 회복하면 바다와 갯벌이 되살아나고 어민들 삶도 한결 나아질 것이라는 바람에서다.

어민들의 법정 싸움은 지난 2002년 시작됐다. 사가현 지방재판소에 방조제 건설 등 간척사업을 중단해달라는 내용의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송에는 나가사키·사가·후쿠오카·쿠마모토 등 이사하야만이 포함된 아리아케해(有明海) 주변 4개 현 어민들이 참여했다.

어민들의 요청은 1심에서 받아들여져 공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소송을 거듭하면서 지난 2007년 11월 이사하야만에는 7㎞ 짜리 방조제가 결국 완성됐다.

방조제 완공 이후 어민들은 방조제의 수문(8개)을 열어달라는 소송을 정부에 제기했다. 지난 2008년 6월께다.

후쿠오카 고등재판소는 지난 2010년 12월 수문을 개방해달라는 어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3년 안에 5년간 수문을 열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2심 판결은 당시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확정됐다. 지난한 소송을 거듭해야 했지만, 결국 어민들의 바람대로 방조제 수문이 조만간 열리고 갯벌과 바다도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복병은 뜻하지 않은 곳에도 튀어나왔다.

간척지 농민 460여명 등이 지난 2011년 4월 ‘수문을 개방하라’는 판결 집행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나가사키 지방재판소에 낸 것이다. 수문을 열어 바닷물이 담수호에 섞이게 되면 농사를 망쳐버린다는 것이 이유였다.

재판부는 이번엔 농민들 손을 들어줬다. “갑문을 열면 바닷물이 들어와 농업 활동이 불가능해지는데, 갑문 개방으로 어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별로 크지 않다”며 이전 판결을 뒤집고 수문을 열지 말라는 농민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어민들에 따르면, 이사하야 방조제 수문 개방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 어민, 농민 등 3자는 계속해서 법정공방을 이어갔고, 올 1월 나가사키 지방재판소는 “어업인, 농민, 정부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취지의 다소 애매한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법정 다툼과 별개로 어민들은 수시로 배를 몰고 방조제 앞으로 몰려와 수문 개방을 요구하는 선상 시위를 꾸준히 열고 있다. 시위에는 이사하야만 주변 나가사키·사가·후쿠오카·쿠마모토 등 4개 현 어민들이 참여했다.

이사하야만에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바다생물들의 자궁 역할을 하는 갯벌이 사라진 것뿐만 아니라 아리아케해의 조류 변화까지 불러오면서 어족자원이 황폐화됐다는 판단에서다. 갯벌에서 넘쳐나던 키조개, 짱뚱어가 사라지다시피 했고 아리아케해에서 잡히던 물고기의 양이 대폭 줄어든 이유가 간척사업에서 비롯됐다며 어민들은 수문 개방을 위해 선상시위와 법정 다툼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사하야시청 관계자는 “어업 피해를 주장하는 어민들의 내용에 일부 공감 가는 측면은 있으나, 내용에는 동의하지는 않는다”면서 “방조제 수문 개방의 경우 농민과 정부, 어민 측 입장이 다르고 재판부 또한 매번 결과를 달리하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끝없는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나가사키(규슈)=김형호기자 khh@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