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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문화시민] <11> 로얄셰익스피어컴퍼니
국보급 작품 교재로 무대로 … 세대 초월 영국 ‘셰익스피어 사랑’
왕실·정부 지원 받는 최고 극단 ‘RSC’
매년 세대별 눈높이 연극 20편 무대에
관광객 500만명 중 57만명 순수 관람객
강연·토론·연극 체험 ‘여름학교’ 인기
2016년 09월 28일(수) 00:00
RSC는 영국의 국보인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미래의 후손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여름학교’, ‘학교 방송’, 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로얄셰익스피어컴퍼니 제공〉
지난 4월23일 저녁, 영국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번의 로얄셰익스피어컴퍼니(Royal Shakespeare Company). 올해로 68세를 맞은 영국의 찰스 왕세자는 수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에 등장, ‘햄릿’의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를 읊었다. BBC가 생중계한 이날 행사에는 주디 덴치, 이언 매컬런,등 영국 출신 명배우들이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가운데 한 장면들을 선보였다. 당시 영국을 방문중인 오바마 미 대통령도 이날 오전 런던 중심가에 자리한 글로브(Globe) 극장에서 ‘햄릿’의 일부분을 감상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찰스 왕세자와 오바마 대통령이 ‘햄릿’에 푹 빠진 이유는 올해가 대문호 셰익스피어(1564∼1616)의 400주기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개월이 흐른 지난 7월 초, 런던 시내의 킹스크로스역에서 기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2시간 30분 달리자 스트랫포드 어펀 에이번(Stratford-upon-Avon)에 닿았다. ‘에이번 강가의 스트랫포드’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지닌 마을은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놓은 듯 16세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생가와 학창 시절을 보냈던 그래머학교, 무덤이 있는 성 트리니티 교회, 그의 아내인 앤 해서웨이의 집 등이 중세 시대 그대로였다.

마을 입구에서 에이번 강을 따라 10분쯤 걸어 가자 시내 중심가와의 조금 다른 현대식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색의 벽돌과 굴뚝을 연상케 하는 로얄셰익스피어컴퍼니(이하 RSC)다. 점심시간을 앞둔 건물 안은 예상을 깨고 수십 여 명의 방문객들이 기념품을 구입하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약 10분쯤 지났을까? 1층 공연장 문이 열리자 단체관람을 마친 100여 명의 중학생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각지에서 온 관광객과 학생들이 뒤엉킨 RSC는 그야 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불과 인구 2만 7000여 명의 작은 마을이 연중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데에는 RSC의 차별화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한해 스트랫포드 관광객이 500여 만 명에 이르지만 그 가운데 약 10%인 57만 여 명이 RCS의 연극을 관람하러 오는 열혈팬이다.

로열(Royal)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는 RSC는 왕실과 정부의 지원을 받는 영국 최고의 극단이다. 영국의 국보나 다름없는 셰익스피어의 ‘유산’들을 젊은 세대(5∼25세)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흥미로운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서 설립됐다. 이를 위해 700여 명의 직원(배우·조명·분장·연출 등)들이 매년 20여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초등학생에서부터 중학생, 일반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각자의 눈높이에 맞춰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되는 점이 특징이다. 영국 정부와 왕실이 정책적으로 RSC를 지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영국은 중학생(KS3)의 교과과정에 셰익스피어의 작품 2편을 필수과목으로 포함시킬 만큼 셰익스피어를 국가 차원에서 계승·보전하고 있다. 정부의 미션을 부여 받은 RSC는 학생들이 편견이나 부담을 갖지 않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방송 교재와 프로그램을 학교에 제공하는 동시에 RSC의 연극을 현장수업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7개의 방송 프로그램에 약 9만 여 명의 학생이 시청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는 공연 내용의 일부를 담은 영상과 인터렉티브(Interactive)가 가능한 교실수업, 배우들의 리허설 장면 영상, 인터뷰, 공연사진 등이 포함됐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자막을 넣은 영상물도 제공한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는 매년 여름 개최하는 여름학교 (RSC Summer School)다. 올해로 69회째를 맞은 여름학교는 한해 평균 250여 명의 연극 애호가, 청소년 교사, 연극인들이 참가해 오전엔 셰익스피어 권위자들의 강연과 토론, 오후에는 RSC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관람한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만의 관점에서 새롭게 셰익스피어를 이해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독특한 체험의 시간을 갖는다. RSC의 간판 콘텐츠인 ‘학교 방송’(SCHOOL’S BRODCASTS)은 매년 영국 전역에서 약 50만 여 명의 학생들이 접속하며 15명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교육부서는 연령과 성별에 맞춘 다양한 주제의 ‘러닝프로그램’을 내놓는다. 스트랫포드 지역내 학교들이 참여하는 페스티벌, 다른 지역의 학교와 극장들을 연계해 운영하는 ‘알반 아카데미’(St Alban’s Academy), 패밀리 위크 등이 좋은 예다. 페스티벌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셰익스피어 작품의 배우로 출연해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한다.

RSC의 예술교육국장 재퀴 오한론(Jacqui O’Hanlon)은 “16세기에 쓰여진 셰익스피어 작품은 고어(古語)가 많아 요즘 세대들이 가까이 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대문호의 작품을 일상에서 접하도록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jh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