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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봐도 다 못 보는 세계 3대 박물관
겨울궁전 등 여섯 개 건물 연결 … 지붕에 176개 조각상
1764년 예카테리나 대제 미술관 컬렉션 초석 … 1852년 공개
고대유물·보석·조각 등 고대∼근세 세계 명작 300만점
약탈 없이 정당하게 구입 … 스페인·브라질 등 해외분관 추진
2015년 10월 08일(목) 00:00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고대유물에서 르네상스, 근세에 이르는 세계의 명작 300만여점의 전시돼 있다. 볼셰비키 혁명의 발원지인 궁전광장에서 바라 본 에르미타주 박물관 전경(아래)과 전시된 작품들(위). /상트페테르부르크=박정욱기자 jwpark@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양파 모양의 러시아 정교회 성당과 박물관이 곳곳에 널려 있다. 철도 박물관, 대포 박물관, 해군 박물관, 프로이트 꿈 박물관, 종교역사 박물관, 러시아 정치사 박물관, 쇄빙선 박물관, 에로틱 박물관…. 이 중 백미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이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관광객 일부는 이곳을 보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는다고 한다. 박물관에 오는 관광객은 연 300만 명에 이른다.

겨울궁전인 에르미타주는 궁전광장과 네바강변을 접하고 있다. 궁전광장은 넵스키 대로가 시작되는 옛 참모본부의 아치를 지나면 나타난다. 옛 참모본부 건물은 두 개의 건물을 이어주는 개선문과 개선문 지붕 위 6마리의 말이 승전마차를 끄는 모습의 청동상이 압권이다.

또 광장 중앙에 우뚝 서 있는 알렉산드르 원주기둥이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원주기둥은 알렉산드르 1세가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기념물이다. 붉은색 화강암으로 기둥의 무게가 600t, 높이가 48m에 달한다. 무엇보다 궁전광장이 의미 있는 것은 1917년 11월7일 볼셰비키 혁명의 발원지라는 점이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아주 넓다. 건물 여섯 개가 연결돼 있어서다. 지붕에 176개의 조각상을 이고 있는 겨울궁전, 소(말라야) 에르미타주, 구(스타 루이)에르미타주, 신(노브이) 에르미타주, 에르미타주 극장 등이다.

주건물인 겨울궁전은 러시아 황제들의 겨울 거처로, 네바강을 따라 230m나 길게 쭉 뻗어있다. 로코코 양식으로 1056개의 방과 117개의 계단, 2000개가 넘는 창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에르미타주는 1764년 예카테리나 대제가 미술관 컬렉션의 기초를 마련했고, 외부에 처음 공개한 때는 1852년이다. 일반에 공개하기 전, 왕실이 겨울궁전 옆에 작은 궁전을 지어 미술작품을 보관·전시했기 때문에, 이 궁전에 에르미타주(ermitage·은둔자)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게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기원이 됐다.

1917년 10월 혁명 후, 귀족에게 몰수한 수많은 미술품이 에르미타주 박물관으로 옮겨와 약 300만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컬렉션은 고대유물을 비롯한 보석류와 장식미술, 조각, 회화 등 고대에서 르네상스, 근세에 이르는 세계의 명작들이 망라돼 있다.

세계의 명품을 1분씩만 감상한다고 해도 5년이 넘게 걸릴 정도로 방대하다. 그야말로 러시아 문화의 진수이자 보고다.

에르미타주 관람에 앞서 가이드는 이어폰을 나눠준다. 박물관 안에는 관람객이 너무 많아 육성으로는 설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관람의 시작은 요르단 계단이다. 초상화와 천장화가 일품이다. 가이드는 “시시때때로 고개운동을 잘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에르미타주의 수많은 전시실 중에서 서유럽 전시실이 인기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루벤스, 렘브란트, 모네, 드가, 르느와르, 세잔, 피카소, 고갱, 고흐 등 서양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화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학창시절 미술교과서에서 봤던 작품들이다.

그 중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리타의 성모’와 ‘베누아의 성모’는 늘 수많은 관람객을 불러온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화의 하나로 알려진 렘브란트의 걸작 ‘돌아온 탕자’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무릎 꿇고 있는 만신창이가 된 아들의 등을 두 손으로 가만히 감싸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렘브란트가 죽던 1699년에 완성한 그림이라고 한다.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상도 친근하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신들이 당장에라도 달려나올 것처럼 생생하다.

시시때때로 고개를 들어야 한다. 천장화와 샹들리에의 화려함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중간 중간에 유리창 너머로 알렉산드르 광장과 운하가 보여 운치를 더한다.

이탈리아산 흰색 대리석으로 꾸며진 게오르기홀(대옥좌관), 나폴레옹 전쟁에 참여했던 장군들의 초상화가 모여 있는 전쟁갤러리, 벽과 천장이 모두 황금으로 도금된 황금응접실 등도 발걸음을 오래 붙잡는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수많은 작품을 휙휙 지나며 보았지만 신관의 말레비치와 칸딘스키와 샤갈, 마티스는 결국 시간에 쫓겨 볼 수 없었다.

에르미타주 관람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다리만 아플 뿐이다. 너무 많다 보니 집중력도 떨어진다. 방법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을 때마다 꼭 들러 탐독하는 것이다.

에르미타주는 세계 3대 박물관인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과 차이점이 있다. 대영과 루브르의 작품 상당수가 제국주의 기치를 내세워 약탈한 것이라면 에르미타주의 작품은 정당한 대가를 주고 구입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더욱 당당하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해외 분관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스페인 말라가에 분관을 설치한 데 이어 오는 2017년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두 번째 분관을 열 예정이다. 또 브라질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 쿠바 아바나도 검토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정욱기자 jw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