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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숲 길 석양 물든 골목 벽화 밤바다 보다 더 아름답네
훌쩍 떠나 가을여행 - 여수 오동도·벽화 골목길
2014년 10월 16일(목) 00:00
2012년 봄 사람들의 마음을 온통 여수로 향하게 한 노래 한 곡이 있었다.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승팀인 버스커 버스커가 발표한 ‘여수 밤바다’. 당장에 여수로 달려가 그곳의 밤을 만나고 싶게 만들었던 곡이다. 여수의 밤바다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것 같은 기분. 밤 정취도 정취지만 여수의 낮도 특별하다.

아침·밤으로 바람이 제법 쌀쌀하지만 한낮에는 아직 포근한 햇살이 남아있다. 산책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바다와 숲이 어우러진 오동도 산책을 나서보자.

오동잎을 닮은 섬, 예전부터 오동나무가 많아서 이름 붙여진 오동도.

127,000㎡의 작은 섬이지만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은 1968년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오동도에서 남쪽 거제지심도까지 이어진다.

이름은 ‘오동’이지만 이곳은 동백나무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참식나무, 후박나무 등 190여종의 수목과 함께 동백나무가 큰 군락을 이르면서 ‘동백섬’ 또는 ‘바다의 꽃섬’으로도 불린다.

동백꽃이 끈기, 의지, 희생정신을 상징하는 만큼 강한 해풍을 견디며 오랜 시간 꽃을 피워낸다. 지금은 붉은 꽃잎 대신 파란 잎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 나름의 멋은 있다. 마음으로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걸음을 옮긴다. 동백이 기다리는 계절에 다시 한 번 걸음을 해보겠노라는 생각과 함께.

오동도로 들어가는 길에도 동백을 만날 수 있다. 오동도의 속살을 들여다 보기 위해서는 육지와 섬을 잇는 방파제길을 먼저 건너야 한다.

10분 정도 도란도란 걸음을 걸을 수도 있고, 자전거를 빌려 방파제길을 달릴 수도 있다. 그리고 동백열차를 타고 느긋하게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성인 편도 요금 800원. 걷는 속도와 다름 없는 느긋한 속도지만 열차는 여행의 다른 이름 같아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동백열차를 타고 동백섬으로 향했다.

음악분수가 춤을 추는 광장을 지나 산책로로 걸음을 옮긴다. 완만한 구릉성 산지라 특별한 복장과 준비는 필요 없다. 그저 시간만 있으면 된다.

바다를 지나 들어온 숲길은 고요하다. 아름다운 곡선으로 뻗어있는 후박나무와 한데 무리져 사람들을 맞는 동백나무, 하늘 높게 뻗어 오른 해송 등 숲을 지나고 나면 그 끝에 바다가 기다리고 바다를 지나 돌아가면 다시 숲이 이어지는 지루할 틈 없는 산책. 대나무의 일종인 시누대가 만들어내는 터널도 이색적이다. 마주보고 선 시누대가 서로를 의지하며 터널을 만들어내고 있다.

바다가 만들어낸 풍경도 일품이다. 암석해안에는 소라바위·병풍바위 등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용굴’도 지나칠 수 없다. 오랜 시간 이곳을 오가는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자연의 작품이다.

달팽이 우체통도 이곳의 명물이다. 느림보 우체통으로 불리는 ‘달팽이’ 우체통에 모인 엽서는 12월 일괄적으로 배송된다. 잠시 잊고 있던 추억을 뒤늦게 찾아온 엽서 한통에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바다 위 산책이 끝난 뒤에는 사람사는 풍경을 만나러 가보자. 여수 고소동 천사 벽화 골목길. 여수의 가장 오래된 산동네 골목 1004m길 담벼락이 그림에 담겼다. 1004m의 길이 이어져 있어서 ‘천사 골목’이라는 예쁜 이름도 붙었다.

거미줄처럼 구불구불한 길이 얽혀 있는 이곳에서는 여수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벽화를 쫓아 골목을 돌아나오면 바다가 보이고 돌산대교가 보인다.

오랜 삶의 흔적이 담긴 담벼락에는 고운 진달래꽃 그림에 시 한 수가 쓰여있기도 하고 귀여운 바다 속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낡은 담벼락에 물고기가 날아오르기도 하는 벽화 마을 풍경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화살표를 따라 골목길 탐험을 한다. 이곳을 터전으로 사는 사람들의 삶도 슬쩍 엿볼 수 있다.

여수 구항에서 시작해 고소동 언덕을 거쳐 진남관까지 총 7개 구간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끈다. 지치면 잠시 이순신 광장으로 내려와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바다를 보며 마시는 차 한잔 낚시대를 드리우고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를 더해준다.

벽화골목을 도는 사이 해는 뉘엿뉘엿 바다를 넘어 내일로 향해 간다. 어둑해진 하늘, 기다렸던 여수의 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싱싱한 해산물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앞바다에서 잡아왔다는 감성돔에 싱싱한 멍게, 해삼 등… 바다가 물컹하게 씹힌다. 좋은 안주에 술 한잔 빠질 수 없다. 눈 앞에는 밤바다가 잔잔하게 출렁이며 흥을 돋는다. 입과 눈으로 여수 바다의 맛과 멋을 느끼는 시간, 돌산대교의 불빛은 그 낭만에 온기를 더한다.

/글·사진=김여울기자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