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니까 무거워도 괜찮아” … 여인들 모자 쓰고 한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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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니까 무거워도 괜찮아” … 여인들 모자 쓰고 한평생
[7부 태국 편] (5) 아카족 복식과 풍습
무게 5∼6㎏, 수백개 구슬 화려한 치장
영혼 지키는 ‘수호신’ 잠 잘때도 착용
결혼식, 마을 전체가 모여 3일간 잔치
2014년 04월 07일(월) 00:00
화려한 모양의 모자를 쓰고 있는 아카족 여성들. ‘파미 아카족’의 모자는 큰 구슬 장식이 특징이다. /김진수 기자
아카(Akha)족 여성들에게 모자는 단순한 머리 장식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들에게는 자신을 보호해주는 하나의 부적과도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고, ‘롱 넥 카렌족’이 목에 무거운 링을 두르는 것처럼 아름다움을 상징하기도 한다.

검정색 계열의 상의와 짧은 스커트, 정강이에 차는 아대가 아카족의 전통 복식이다. 그 위에 ‘우훼’라고 불리는 모자를 써야지만 비로소 모든 복장이 완성된다.

모자는 수많은 소수 민족 중에서도 가장 크고, 아름답다.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은구슬이나 함석판, 구슬, 동전 등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자는 그 무게가 2㎏에서 많게는 5~6㎏까지 나간다고 한다. 반면 남성들의 모자는 천만을 사용해서 만든다.

전통적으로 아카족 여성들은 평생 동안 모자를 벗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잘 때도 모자를 쓰고 잔다고 한다. 모자를 벗게 되면 영혼이 자신을 떠나버려서, 결국 죽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치앙라이의 아카족 마을 ‘훼이에꼬’(Hui E Ko)에서 만난 아카족도 일부는 아직까지 모자를 자신의 일부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성인 여성뿐만 아니라 어린 여자아이까지 대부분 아카족 여성들은 무겁게만 보이는 모자를 쓰고 다녔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모자의 모양은 아카족 내에서도 구분되는 울로(Ulo) 아카, 로미(Lomi) 아카, 파미(Pami) 아카 등 부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울로 아카는 원뿔 모양의 모자에 은단추, 동전, 구슬 등의 장식을 하는데, 붉은색으로 염색한 원숭이 털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특징이다. 로미 아카는 정사각형 형태의 모자에 단단한 금속판을 여러 겹으로 붙인 것이 돋보이고, 파미 아카의 모자는 구슬장식이 화려하다.

훼이에꼬 마을에 사는 아바 츠믕(여·58)씨에게 “무겁지 않느냐. 벗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름다우니깐 무거워도 괜찮다. 가벼운 것은 아름답지 않다”고 말했다.

신부에게 모자를 씌워주고 있는 모습.


무슨 사연이 있었기에 아카족 여성들은 이 무거운 모자와 평생을 함께 하는 것일까.

어느 날 한 아카족 청년이 사냥을 나갔다가 알몸으로 숲을 떠도는 예쁜 선녀를 만났다. 그는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위해 옷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마침 그 청년에게는 아카족들이 사냥을 하거나 여행을 할 때 들고 다니는 천으로 만든 가방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잘라 짧은 치마를 만들어 그녀에게 입히고 마을로 데려와 결혼했다.

신랑 가족들은 조롱박을 잘라 모자를 만들어 그녀에게 씌우고 예쁜 닭털로 신부를 치장해주었는데 이것이 아카족 여인들의 짧은 치마와 모자의 시초라고 한다.

한편 숲 속에 살던 다른 신들은 그 아름다운 선녀를 데려간 아카족 남자에게 복수를 계획하고 빼앗긴 선녀도 다시 찾아오려고 아카족 마을로 쳐들어간다. 이 사실을 눈치 챈 마을의 젊은 남녀들은 이 선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마을 공터에 모여 밤새도록 대나무를 잘라 쓰러진 나무에 두들기며 소리를 내고 춤을 췄다. 결국에는 마을과 친구, 선녀를 모두를 지켰다.

훼이에꼬 마을에서 우연히 젊은 아카족 남녀의 결혼을 볼 수 있었다. 전통 복장을 갖춘 20대 남녀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축복을 받으면서 결혼식을 올렸다.

전통적으로 아카족은 3일에 걸쳐 결혼식을 한다. 첫째 날에는 결혼 하는 남녀가 삶을 달걀을 반으로 나눠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날은 마을 사람들이 밤에 모여 닭을 한 마리 잡는다. 그리고 그것을 요리한 국물을 마을 연장자들이 나눠 먹는다고 한다. 또 마을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라’는 의미를 담아 준비해온 쌀밥과 물을 신랑, 신부가 있는 집에 뿌린다.

이튿날에는 마을에서 돼지를 잡아 음식을 만든 뒤 가장 먼저 신랑과 신부가 음식 맛을 보게 한다. 이후에 마을 사람들이 그 음식을 나눠 먹는다. 또 결혼식 마지막 날에는 닮을 잡아 요리한 뒤 마을 어르신들이 음식을 신랑, 신부에게 먹여주면서 행복을 빌어준다. 전통적으로 신부는 첫째 날과 둘째 날에는 하얀 치마를 입고, 마지막 날에는 검정색 옷을 입는다.

3일 동안 이어지는 결혼식에 춤과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아카족에게 결혼식은 하나의 큰 축제나 다름없다. 3일 동안 음식을 나눠먹는 것도 마을 어르신들이 새로 부부의 인연을 맺는 청년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해주기 위함이다.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 싹 딜레이(29)·랏쏘미 무포(여·25)씨는 “지금은 전통종교인 애니미즘 보다는 기독교와 불교를 믿는 마을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평생 모자를 쓰는 여성들도 줄어들고, 3일 동안 결혼식을 올리는 문화도 많이 사라졌다”며 “3일 동안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우리 두 사람이 결혼 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마을 사람들이 축하해주는 마음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치앙라이 훼이에꼬=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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