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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먹이 아들 향한 선녀 엄마의 ‘애끓는 모정’
[5부 베트남 편] (5) 쌍둥이의 은총
젖먹이 아들 향한 선녀 엄마의 ‘애끓는 모정’
2013년 07월 15일(월) 00:00
해발 1000m 산에 둘러싸인 탐손 마을은 계단식 논밭과 그림처럼 놓인 집들이 장관을 연출한다. /베트남 하장성=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베트남 하장에서 동반으로 향하던 길, 가이드가 “‘선녀’를 만나게 해주겠다”며 해발 1000m에 마련된 휴게소 겸, 전망대로 취재진을 안내했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산의 품에 안긴 소박한 시골 마을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마을을 둘러싼 산과 계단식 논·밭, 그리고 그 안에 촘촘히 박힌 집 그 자체가 장관이었다. 석양 무렵 굴뚝에서 연기를 내뿜는 포근한 집들이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하게 했다. 시선을 옮기자 탐스럽게 솟은 두 개의 봉우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언뜻 여자의 가슴 같은 형상을 한 봉우리였다.

베트남 하장성 탐손 마을 사람들은 평지에 우뚝 솟은 ‘쌍둥이 산’을 ‘선녀’의 은총이 깃든 산으로 신성시 여긴다. /베트남 하장성=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하장에서 약 45㎞ 떨어진 곳에서 만난 ‘관바쌍산’. 평지에서 불쑥 올라온 이 봉우리는 모양이 서로 닮았다고 해서 ‘쌍둥이 봉우리’ ‘쌍둥이 산’, 여자의 가슴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젖무덤 산’ 등으로 불렸다.

취재진은 쌍둥이 산과 함께 매우 감동적인 전설과 마주하게 됐다.

옛날 옛적 탐손 마을에 소수민족인 몽족 청년이 살고 있었다. 이 몽족 청년은 젊고 잘 생긴데다가 재능도 많았다. 그의 미성은 지저귀는 새의 울림과도 같았고, 그의 저음은 바람을 타고 천리까지 퍼졌다고 한다. 그가 노래를 할 때면 아름다운 목소리가 숲 속 곳곳으로 울렸고, 그 소리를 들은 동물들이 그를 찾아왔다고 한다.

어느 날 그는 농사일을 마치고 산속 계곡에 앉아 한가롭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의 휘파람 소리가 바람을 타고 숲 속 곳곳으로 울려 퍼졌고, 하늘에 있는 선녀에게까지 들렸다. 선녀는 그 소리의 주인공이 너무 궁금했고, 자신도 모르게 옥황상제의 명령을 어기고 그의 휘파람 소리를 따라 탐손 마을로 내려오게 된다. 몽족 청년과 선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가 시작된다.

둘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고,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는다. 둘의 행복이 깊어갈 무렵, 옥황상제는 분노했다. 신하들을 시켜 딸을 잡아와 감옥에 가둬버리고 만다.

선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이 비가 되어 탐손 마을을 적셨다. 몽족 청년도 슬픔을 이기지 못해 아들을 돌보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매일 빗속에서 노래를 부르며 애타게 선녀를 찾았다. 선녀는 아직 젖도 떼지 못한 아들이 걱정돼 탈출을 시도해보지만 역부족이었다.

선녀는 아들을 위해 죽음을 결심하고 자신의 가슴을 잘라서 남편이 있는 탐손 마을로 내려 보냈다. 그 젖무덤은 마을로 내려와 두 개의 봉우리가 되었다. 선녀의 아들은 그때부터 먹지 않아도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랐다.

탐손 마을 사람들은 이 쌍둥이 봉우리를 신성시 여긴다. 이 마을과 하장성 일대가 일 년 내내 선선한 날씨를 유지하는 것도, 돌산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도 모두 선녀가 아들을 위해 선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가 내리면 선녀가 아들을 그리워하면서 흘리는 눈물이라고 생각하고, 아침 안개와 구름이 뒤섞여 두 봉우리를 감싸면 선녀가 옥황상제 몰래 아들과 몽족 청년을 만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믿는다.

실제 풍경은 보지 못했지만 휴게소에 전시된 안개 속 봉우리 사진은 장관이었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풍광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하노이에서 7시간 거리인 탐손 마을을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언뜻 한국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생각나 가이드에게 말했더니 “베트남에서도 초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얼개는 비슷했다. 나무꾼이 하늘나라에서 목욕을 하기 위해 찾아온 막내 선녀의 날개옷을 감추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고, 두 아이를 낳게 된다. 하지만 선녀는 뒤주 속에 감춰진 날개옷을 발견하고 하늘나라로 떠나버린다.

나무꾼은 다른 선녀의 도움을 받아 옥황상제 몰래 하늘나라에 들어갔다가 아이들과 함께 동아줄을 타고 탈출을 시도한다. 줄을 타고 내려가는 나무꾼에게 선녀는 북 하나와 밥 한 그릇을 주며, 발이 땅에 닿으면 북을 세 번 울리라고 말했다. 그러면 선녀는 줄을 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무꾼과 아들이 줄을 타고 땅으로 내려가는 도중 까마귀들이 날아와 밥알을 쪼아 먹는 바람에 북이 ‘둥둥둥’ 세 번 울려버리게 되고, 선녀는 그 소리를 듣고 나무꾼과 아들이 땅에 닿은 줄 알고 줄을 잘라 버린다. 이를 가엾이 여긴 옥황상제는 나무꾼을 구해서 하늘나라의 물 소떼를 돌보는 일을 시켰다. 그리고 1년에 한번, 7월7일 선녀와 나무꾼이 만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북을 울린 죄를 지은 까마귀 떼는 이날 다리가 되어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국립하노이 대학교 드엉 뚜언 안 교수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나라별로 결말이 조금씩 차이 날 뿐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은 물론 인도네시아, 이란 등 세계 곳곳에서 전해지고 있다”며 이라고 말했다.

/하장성=김경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