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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후식 칼럼
광주 환경의 마지막 보루, 민간공원 |2019. 11.20

나이가 들수록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진다고 하지만 온통 빌딩들로 둘러싸인 도심에서는 사철의 흐름을 제때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어도 그 정취는 아스라할 뿐이다. 치솟아 오르는 고층 건물과 성냥갑 아파트들이 장벽을 두르며 자연과의 교감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아파트 비율(79%)이 가장 높은 수직의 콘크리…

‘광주 정신’의 발화점, 학생독립운동 |2019. 10.23

일제 강점기 ‘광주학생운동’에서 촉발된 학생독립운동은 3·1운동 이후 최대의 독립운동이자 민족운동으로 평가된다. 항쟁의 불길과 파급 효과가 비단 ‘광주’에만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1929년 11월 3일 민족 차별과 식민지 노예 교육에 항거하는 광주 지역 학생들의 시위로 시작된 투쟁은 이듬해 3월까지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남으로 목포와 나주에서, 북으로 …

5·18 진상 규명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 |2019. 09.25

내년이면 40주년을 맞이하는 5·18 민주화운동은 국가와 세계가 공인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이정표다. 1997년 국가 기념일로 지정돼 해마다 정부 주관 기념식이 열리고 있고 2011년에는 관련 자료들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그럼에도 ‘오월 광주’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그날의 진실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포 명령자와 행방불명,…

무상(無償)의 도전, 지역의 자산으로 |2019. 08.14

‘등반은 무상(無償)의 행위’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등반가 리오넬 테레이(Lionel Terray)가 남긴 알피니즘에 대한 금언(金言)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나들며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수직의 거봉을 오르는 것은 아무런 보상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몸짓이라는 얘기다. 어디까지나 자신과의 싸움이며 그 순수성이야말로 등반의 위대함이자 매력이다. 얻…

다시 ‘광주의 시간’이 왔다 |2019. 07.10

지난 2015년 광주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치러진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둔 것이다. 광주시와 조직위는 ‘고쳐 쓰고’ ‘빌려 쓰는’ 철저한 예산 절약으로 8171억 원에 달했던 총 사업비를 6172억 원으로 줄였다. 20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한 데다 300억 …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데 |2019. 06.05

 여론은 힘이 세다. 그 안에 민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민의를 읽어 내는 도구 중 하나가 여론조사다. 따라서 그 또한 영향력이 크다. 여론조사는 쓰임새도 다양해 정치·경제·사회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중대한 정책 결정에도 활용된다. 찬반이 갈렸던 신고리 원전 5·6호기나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은 ‘숙의형 여론 조사’인 공론화로 결판났다. 선거 때…

광주를 넘어 오월을 넘어 |2019. 05.15

국립 5·18 민주묘지로 가는 길머리가 온통 하얗게 물들었다. 오월이 되자 진입로 양쪽에 도열한 이팝나무들이 어김없이 흰 꽃부리를 밀어 올린 것이다. 가늘고 긴 꽃잎들은 햇가지 끝에서 고깔 모양의 꽃차례로 소담스럽게 뻗어 나간다. 멀리서 보면 때 아닌 눈꽃이 핀 듯도 하고, 흰 구름이 몽실몽실 내려앉은 것 같기도 하다. 너른 품으로 추모객들을 맞이하는 꽃…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가 |2019. 04.17

촛불 시민의 염원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다음달 10일이면 출범 2년을 맞는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을 주도한 광장의 열기만큼이나 첫출발은 비장했다. 그 비장함은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도 잘 투영돼 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습니다.” ‘국민 통합’을 취임 일성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국민의 뇌리에…

다시 팽목항에서 |2019. 03.20

잿빛 먼지가 이른 봄날의 산하를 통째로 삼켜 버린 삼월의 아침. 국도 18호선을 따라 진도로 향한다. 세월호 참사의 상흔을 되새기는 기억의 행로다. 진도대교를 건너니 해풍을 맞으며 한데서 겨울을 이겨 낸 봄동 수확이 한창이다. 진도읍을 지나 서남쪽 해안을 향해 30여 분쯤 달리면 방파제 위로 붉은 등대가 또렷하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로 불리는 팽목…

성급했던 특사, 일그러진 정의 |2019. 02.20

15대 대통령 선거 나흘 뒤인 지난 1997년 12월 22일. 12·12 군사 반란과 5·17 내란, 5·18 유혈 진압,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전두환·노태우를 포함한 19명의 인사가 일제히 석방된다. 정부의 특별 사면 덕분이었다. 국민의 5·18 진상 규명 요구와 문민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로 이태 전 구속 수감된 전 씨는 1심에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2019. 01.16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는 말이 있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중국 춘추 전국 시대 제나라 선왕이 정치에 대해 묻자 ‘백성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왕도(王道)는 자연스레 열린다’며 민본주의 사상가 맹자가 들려준 경구다. 맹자는 나아가 백성이 바른 마음을 가지지 못하면 일탈에 빠지기 쉬운데 그들이 죄를…

대중교통, 진정한 ‘시민의 발’ 되려면 |2018. 10.17

평소 이동 수단으로 BMW를 애용한다. 출퇴근은 물론이고 행사나 약속이 있어 도시 내 먼 거리를 갈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최근 잇단 화재로 논란에 휩싸인 외제차 BMW를 몰고 다닐 만큼 생활이 넉넉하진 않다. 버스(Bus)와 지하철(Metro)을 타고 걷기(Walking)를 생활화한 사람들을 언제부턴가 ‘BMW족’이라 부르는데 그 일원인 셈이다. 한…

‘킬링 필드’에 스미는 광주 정신 |2018. 08.01

인도차이나의 젖줄 메콩강이 관통하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Phnom Penh). 이곳에서 바다 같은 호수 톤레샤프(Tonle Sap)를 따라 북서쪽으로 400km를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사원 앙코르 와트(Angkor Wat)에 이르기까지. 거리 곳곳에는 새하얀 꽃들이 곱고도 처연하게 피어 있다. 현지인들은 이 꽃들을 ‘프까 쩜빠이’라고 부르며…

대통령의 나라, 국민의 나라 |2018. 01.10

6월 항쟁 30주년이었던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1987’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직격 최루탄을 맞고 숨진 화순 출신 이한열 피격 사건을 파고든다. 두 열사가 쓰러진 6개월 동안 조작되고 은폐된 국가 폭력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의기를 발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정권 유지를 위해 인권을 무자비하게 짓밟은 공권력의 추악함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책상을…

그 시대엔 ‘어른’이 있었다 |2017. 11.01

“어른이 없다.” 언제부턴가 지역사회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다. 어른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다 자란 사람’이나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으로 풀이한다. ‘한 집단에서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 여기서 가리키는 어른은 맨 마지막 의미일 게다.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전통이 희미하게 남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