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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지나온 10년, 다가올 10년 |2021. 11.10

2014년 여름, 취재차 방문한 영국 런던의 바비칸 아트센터는 평일 낮인 데도 런더너들로 활기를 띠었다.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로비와 카페에는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이들이 많았다. 로비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수많은 예술서적과 CD, DVD가 꽂혀 있는 자료실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 감상을 즐기는 풍경이 펼쳐졌다. 공연이 없는 낮엔 썰렁하기 짝이 …

‘엔지스’와 수영장 |2021. 11.03

2년 전 둘러 본 서울 동대문디자인 플라자(DDP)는 개관 초기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코로나19로 방문객이 많지 않았지만 알림터, 배움터 등 5개의 시설이 만나는 광장은 예전의 삭막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군데 군데 들어선 파라솔과 벤치에는 혼자서 책을 읽거나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2014년 개관 당시만 해도 ‘국적불명의…

2년 6개월만에 끝나는 ‘전문가 영입’ |2021. 08.31

코로나19 이전의 일이다. 인구 109만 명의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한 고양아람누리 공연장(이하 아람누리)을 찾던 날, 낯선 풍경에 적잖이 놀랐던 적이 있다. 평일 낮인 데도 공연장 주변은 시민들로 활기가 넘쳤다. 특히 공연장의 부대시설인 레스토랑과 커피숍에는 40~50대 주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하는 클래식 아카데미에 참석하기 위…

광주에 초고층 ‘트윈타워’가 들어선다면 |2021. 08.03

지난달 중순, 광주동구예술여행센터는 한국여행작가협회와 공동으로 동구의 명소들을 소개하는 팸투어를 진행했다.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명성을 얻고 있는 여행작가 20여 명은 무등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일빌딩, 광주폴리 등을 둘러 보며 동구의 숨겨진 매력을 체험했다. 얼마 후, 동구예술여행센터가 팸투어를 마친 이들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

도시의 미래를 바꾼 미술관 |2021. 06.15

경기도 북부에 위치한 의정부시는 인구 46만 명의 중소도시다. 우리에겐 한국전쟁이후 70년간 미군이 주둔한 군사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한 곳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되다 보니 시민들을 위한 문화인프라 건립은 제약을 받았다. 실제로 인구 규모가 비슷한 경기도의 다른 도시에 비해 미술관이나 공연장이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의정부시는 문화도…

‘이건희 컬렉션 투어’ |2021. 06.02

오랜만에 만난 지인은 올 여름 근사한 여름 휴가를 세웠다며 자랑했다. 코로나19로 이번 여름 휴가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건너 뛰려고’ 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녀의 마음을 들뜨게 한 주인공은 바로 ‘이건희 컬렉션’이었다. 지난 4월 고 이건희 삼성회장 유족으로 부터 2만3000여 점의 작품을 기증받은 국·공립 미술관이 오는 6월부터 내년 3월까지…

광주비엔날레 잔혹사 |2021. 05.12

“요즘 광주비엔날레는 어떤가요?” 지난주 취재차 만난 서울의 미술계 인사는 첫 인사로 광주비엔날레의 ‘안부’를 물었다. 폐막일을 며칠 앞둔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관심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비엔날레 기간중 뉴스를 통해 알려진 재단의 내홍이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툭 던진 한마디. “창설된 지 26년이 지났으니 이젠 자리 잡을때도 되지…

굿모닝! 광주사직공원 |2021. 04.14

“뉴요커들은 악명 높은 땅값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산다. 그럼에도 뉴욕은 누구나 한번쯤 살아보고 싶어 하는 도시다. 집 밖으로 나오면 1㎞ 간격으로 센트럴파크 같은 크고 작은 공원이 많다. 삶의 질을 높이는 건 ‘걸어서 갈 수 있는’ 공원과 도서관이다.” 지난해 7월 광주일보 주최로 열린 ‘제8기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강연한 건축가 유현준(홍익대 교수)…

빈집의 이유있는 변신 |2021. 03.24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세노내해(內海)의 나오시마(直島)는 인구 3000여 명의 외딴 섬이었다. 불야성을 이루던 제련소가 문을 닫은 후 주민들이 하나 둘씩 도시로 떠나면서 부터다. 하지만 예술의 낙원으로 거듭난 지금은 한해 100만 명이 다녀가는 글로벌 관광지가 됐다. 그 중심에는 나오시마 지추(地中)미술관이 있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피카소가 정읍을 찾은 까닭은’ |2021. 03.03

“모처럼 수준높은 예술작품들을 보면서 코로나19로 찌든 심신을 달래고 왔습니다. 어떻게 시골 미술관에서 피카소 전시를 개최할 생각을 했는지,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엊그제, 지역에서 활동하는 원로화가 A씨가 상기된 목소리로 내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 주말 지인과 함께 정읍시립미술관(명예관장 이흥재)에서 열리고 있는 ‘피카소와 동시대 화가, 정읍에서 사랑…

‘당신의 자화상’ |2021. 02.17

지난해 11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컬렉터의 애장품을 소개하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이름하여 ‘세종 컬렉터 스토리-저 붉은 색깔이 변하기 전에’. 지난 2019년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문 웅 전 호서대 교수였다. 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평생 모은 3000여 점의 미술품 중 오윤, 오지호, 배동신, 이응노, 박고석,…

“폴리야 놀자” |2021. 01.27

초록색 잔디와 빨간색 조형물이 어우러진 라빌레트 공원은 한폭의 그림이었다. 돗자리를 깔고 일광욕을 즐기는 금발의 미녀, 아빠와 배드민턴을 치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 자동차 소음과 매연이 가득한 파리 시내와 달리 평온한 기온이 감도는 낙원이었다. 벌써 6년이 지났지만 파리 라빌레트 공원의 추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특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건…

‘We will survive’ |2021. 01.13

지난 1월1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는 매우 ‘이색적인’ 새해맞이 행사가 펼쳐졌다. 예년 같으면 전 세계에서 몰려든 100만 여명의 인파와 화려한 볼거리로 불야성을 이뤘지만 올해는 180도 달랐다. 코로나19로 뉴욕판 ‘제야의 종’ 행사인 ‘타임스퀘어 볼드롭’(Times Square ball drop)이 취소된 데다 초대장을 받은 40여 명 만이 참…

마음을 치유하는 ‘종이약국’ |2020. 12.09

오랜만에 둘러본 ‘워드 온 더 워터’(Word on the water)의 페이스북에는 슬픈 소식이 올라와 있었다. 책방지기인 존 프리벳(Jon Privett·55)이 모친의 부고를 한장의 꽃 사진과 함께 전한 것이다. 그의 짧은 글 아래에는 한때 ‘그 곳’을 다녀간 이들이 건넨 위로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2년 전 가을, 밀려드는 고객들로 바쁜 와중에도 취…

개관 5주년 맞은 ACC의 ‘비애’ |2020. 11.25

최근 워싱턴 D.C 자리한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이 국제 미술계의 뉴스메이커로 등장했다. 워싱턴과 뉴욕에 19개의 미술관을 거느리고 있는 글로벌 미술관 인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조금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로 장기폐쇄되면서 적자가 늘어나자 정규직 239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연간 운영비의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