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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기억의 힘’을 믿는다면 |2019. 12.04

지난 2013년 서울 삼청동에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하 서울관)은 미술계의 ‘20년 숙원’이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큰 맘 먹지 않으면 선뜻 나서기가 꺼려질 만큼 접근성이 떨어진 탓이다. 그렇다고 서울관이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복궁이 자리하고 있는 데다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등록문화재이다 보니 각종 …

대표도서관, 고정관념을 깨라 |2019. 11.20

강원도 영월군에는 매일 밤 ‘두개의 달’ 이 뜬다. 하나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달이고, 다른 하나는 영월군 덕포리의 밤 하늘만 밝히는 달이다. 영월군에 두 개의 달이 뜨게 된 건 ‘월담 작은 도서관’이 문을 열면서 부터다. 은은한 달빛 아래 서책을 읽었던 옛 조상들의 감성을 되살리기 위해 도서관의 상징으로 LED 달을 옥외 조형물로 내세운 것이다. …

베를린과 광주 |2019. 11.13

지난 여름, 독일 문화관광의 현장을 둘러 보기 위해 베를린의 이스트갤러리를 찾았다. 관광 하기엔 조금 이른 오전 시간이었지만 이스트갤러리는 세계 각국에서 온 인파로 북적였다. 이들은 높이 3.6m의 장벽에 그려진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1989년 11월 9일 붕괴된 ‘그 날’을 기억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스트갤러리는 베를린 장벽의 아픈 과거를 생생…

광주는 왜 디자인비엔날레를 하는가 |2019. 11.06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문화적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공무원 아파트로 불렸던 친구의 집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내가 살던 단독주택과는 너무도 달랐다. 우선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이 마당 구석이 아닌 거실 한쪽에 ‘버젓이’ 자리하고 있는 게 신기했다. 그뿐인가. 주방 싱크대나 화장실의 수도꼭지를 틀면 따뜻한 물이 콸콸 쏟아져 …

참을 수 없는 행정의 가벼움 |2019. 10.30

지난달 중순 도시디자인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10여 명이 광주를 찾았다. ‘광주, 리브랜딩’을 주제로 광주디자인센터가 주최한 ‘2019 국제도시디자인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행사 전날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광주폴리로 이어지는 디자인투어를 실시했다. 이날 투어에 참가한 빈스 콘웨이 영국 노팅엄트렌트대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광주의 획일화된…

[박진현의 문화카페] 미술관보다 카페? |2019. 09.25

경남 창원에는 SNS 등에서 유명한 미술관이 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과 식물을 만날 수 있는 보타닉뮤지엄(Botanic Museum)이다. 근래 새로운 트렌드인 ‘그린 투어리즘’을 내건 사립수목원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을 겨냥한 힐링공간으로 2017년 4월 문을 열었다. 보타닉뮤지엄의 매력은 15만 본의 다양한 식물이 식재돼 날씨와 계절에 …

[박진현의 문화카페] 문화전당은 안녕하신가? |2019. 09.18

지난 여름, 부산 해운대는 평일인데도 수많은 인파로 활기가 넘쳤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해변인 만큼 연중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지만 이날은 유독 외국인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일부 단체 여행객들은 목좋은 곳에 자리한 ‘HAEUNDAE’ 조형물 앞에서 인증샷을 찍기에 바빴다. 비단 해운대 만이 아니었다. 1박2일동안 취재차 둘러본 부산 도심…

도서관은 살아있다 |2019. 08.28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건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학교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은 독서습관이다.” 지난해 여름 끝자락, 서울 마포중앙도서관 입구에 도착하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명언이 새겨진 표지석이 눈에 띄었다. 그 뒤에는 책을 펼쳐 놓은 듯한 기하학적인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건물 1층에는 커피숍, 제과점, 편의점, 서점 등이 들어…

[박진현의 문화카페] 문닫은(?) 예술의 거리 |2019. 08.21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주한 미국대사관에 근무하는 K씨로 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며칠 후 광주를 방문하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2005년 10월~2008년 9월 재임)의 동선을 짜는 데 필요하다며 궁동 ‘예술의 거리’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예술의 거리에서 꼭 봐야할 명소들과 사람들이 많아 피해야 할 곳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2박3일간의 …

당신의 올 여름 [ ] 해소법은? |2019. 07.31

매년 연말쯤이면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VIP’ 손님맞이로 분주해진다. 연중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게 미술관의 일상이지만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는 마음이 더 바빠진다. 다름 아닌 ‘미술관 멤버십 데이’ 때문이다. 이응노 미술관은 매년 12월 연회비 1만원을 내고 가입한 미술관 회원들을 대상으로 미술관 음악회를 개최한다. 미술관 음악회를 통해 일년 동안 미…

[박진현의 문화카페] 오지호 미술상 ‘유감’ |2019. 07.17

“광주에 가면 /크고 작은 세상일 굽어 보며/든든하게 버티고 앉아 있는 사람/ 오지호 화백이 있어/늘 넉넉하고 싱싱하게 가슴이 뛴다/(중략)광주에 가서/서울 닮지 않은 광주를 만나고 싶은 자/무등을 등에 업은/지산동 골짜기 초가집을 찾거라”(이성부 시인의 ‘광주에 가서’중) 지난달 중순, 광주 지산동 옛 딸기밭 아래에 자리한 오지호(1905∼1982) 초…

[박진현의 문화카페]D-2일, 축제를 즐기자! |2019. 07.10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많이 아쉬웠다.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광주세계수영대회·7월12일~28일) 이야기다. 10여 일간 떠난 독일 출장길, 현지에서 접한 세계수영대회 관련 기사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들었다. 취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CNN을 켜면 스포츠 뉴스는 2019 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이나 윔블던 테니스 대회…

[박진현의 문화카페] 광주산(産) ‘BTS 레가시’<유산>를 만들자 |2019. 06.05

2년 전 영국 출장길에 리버풀을 찾은 건 순전히 비틀즈 때문이었다. 한때 그들의 음악에 푹 빠졌던 탓인지 ‘비틀즈의 고향’이라는 이유만으로 괜시리 가슴이 설?다. 드디어 리버풀에 도착하던 날, 호텔에 짐을 풀어놓고 서둘러 비틀즈의 흔적들을 찾아 나섰다. 도심에서 그들과 ‘만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폴 매카트니가 거주했던 집에서 부터 존 레논의 이름을…

[박진현의 문화카페] 문화행정의 민낯 드러낸 ‘아트광주’ |2019. 05.29

지난 21일 서울 중구의 한식당에서는 ‘아트부산 2019’(30일~6월2일)을 홍보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를 주관한 이는 손영희 (사)아트쇼부산 대표. 개막을 10여 일 앞두고 서울지역의 미술담당기자들을 대상으로 아트페어의 일정과 규모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아트부산이 서울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건 전국구 행사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해로…

[박진현의 문화카페] ‘미디어 월’, 철거가 최선일까? |2019. 05.22

별이 유난히 반짝이던 지난해 가을 밤, ‘뷰폴리’(광주영상복합문화관 옥상)를 찾은 전국의 여행마니아들은 광주의 아름다운 야경에 탄성을 터뜨렸다. 인근 국립아시아문화전당(문화전당)의 지붕에 설치된 70여 개의 채광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불빛에 반한 것이다. 무엇보다 어두컴컴한 도심을 환하게 밝혀준 문화전당의 ‘미디어 월’(Media Wall·75x16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