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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김은영의 그림생각] (188) 보리밭 |2017. 06.22

지난 4월 직원 단합대회를 위해 다녀온 고창 청보리밭이 하도 머릿속에 떠나지 않아 다시 찾았더니 어느덧 수확을 앞둔 6월 황금빛으로 너울져 있었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청보리 물결이 무한한 지평선 끝으로 사라지고, 밭 너머 저편 유채꽃밭이 겹쳐 얼마나 황홀경이었던지.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미숫가루 한 잔 마시며 보리밭을 관광자원으로 일군 농장주의 혜안에 감…

[김은영의 '그림생각'] (187) 가뭄 |2017. 06.16

가뭄이다. 대지가 바삭바삭할 정도로 말라 버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만큼 극심한 가뭄이다. 지난주에는 오랜만에 잠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긴 했지만 툭툭 마른 대지만 건드릴 뿐 해갈에는 아득한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아이 젖 빠는 소리와 가뭄 난 논에 물들어가는 소리”라는 옛말을 떠올리면 비를 기다리는 농부들의 애타는 마음이 안타깝기 그…

[김은영의 그림생각](186) 장미 |2017. 06.01

“…눈 먼 손으로/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그건 가시 투성이었어//가시 투성이 삶의 온 몸을 만지며/나는 미소 지었지/이토록 가시가 많으니/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라고…” 〈김승희 작 ‘장미와 가시’ 중에서〉 장미 만발한 계절이다. 서울에서 곡성까지, 놀이동산에서 대학 캠퍼스까지 전국 곳곳에서 장미 축제 바람이다. 그 예쁜 장미꽃이 보고 싶어 큰 맘 먹고 …

[김은영의 그림생각] (185) 운림산방 |2017. 05.25

지난 주말 광주비엔날레재단에서 시민대상 교육행사프로그램 일환으로 마련한 남종화의 원류를 찾아 떠나는 남도기행을 다녀왔다. 강진 백련사 템플 스테이를 시작으로, 해남 녹우당과 남종화의 성지라 할 진도 운림산방을 탐방하면서 새삼 ‘예향’의 근원인 우리 남도 땅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진도군 의신면 첨찰산 아래 자리한 운림산방(雲林山房)은 조선 후기 …

[김은영의 '그림생각'] (184) 행복 |2017. 05.18

인간이 살아가면서 바라는 궁극의 목표는 행복한 삶일 것이다. 행복한 삶을 사는 길은 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와 같은 장삼이사들에게는 일상을 소소한 기쁨으로 채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만 같다. 거기에 먹고 사는 것이 충족되고, 마음이 평온하여 일상의 질서까지 더해질 수 있다면 두말할 것도 없겠다. ‘인류의 스승’이라 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김은영의 그림생각] (183) 맥베스 |2017. 04.27

얼마 전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공연된 ‘맥베스 411’의 작품명은 1606년 영국에서 초연 이후 411년 만에 재탄생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기도 했겠지만, 새삼 인간의 이중적이고 다면적인 내면 심리를 일찍이 꿰뚫어본 셰익스피어에 감탄해본다. 양심의 반란에 번민하고 공포와 절망 속에서 죄를 더해가는 맥베스의 갈등, 아니…

[김은영의 '그림생각' ](182) 부활 |2017. 04.13

부활주간이다. 올해 부활절인 16일은 특히 세월호 참사 3주기이기도 해 우리 마음 속 부활의 염원을 다시 새겨보게 한다. 서양미술에서는 수세기에 걸쳐 성서를 주제로 수많은 작품이 만들어졌고 예수 부활을 묘사한 빛나는 걸작들도 그만큼 풍요롭다. 안드레아 만테나, 조반니 벨리니,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등 거장들은 예수 부활을 형상화한 작품에 장엄하고 엄격…

[김은영의 그림생각] (181) 마키아벨리 |2017. 04.06

이른바 ‘장미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요즘, 누가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명한 지도자에 대한 갈망이 리더십과 권력, 통치술을 설명하고 있는 ‘군주론’을 다시 뒤적여보게 한다. 영문 번역본이 오류가 많아 이탈리아 원전을 번역했다는 새로운 버전도 소장해 보았지만 역시 압권은 저자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 연구한 책인 것 같…

김은영의 '그림생각' (180) 동백 |2017. 03.30

“여자에게 버림받고/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맨발로 건너며/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이 악물고/그 까짓 사랑 때문에/그 까짓 여자 때문에/다시는 울지 말자/눈물을 감추다가/동백꽃 붉게 터지는/선운사 뒤 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김용택 작 ‘선운사 동백꽃’〉 ‘아직 일러 피지 않은’ 동백꽃을 노래한 미당 서정주 시인 탓에, 동백꽃만 보면 우리들 마음은 어…

[김은영의 그림생각] (179) 법 |2017. 03.16

검사출신 변호사가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검사 시절에는 법을 지키지 않으면 그렇게 밉더니만, 변호사 개업을 하고보니 법 안 지키는 사람들이 그렇게 예쁘더라”고. 설마 예쁘기까지 했겠는가마는 법을 대하는 우리 사회 이중적 태도가 드러나는 한 예가 아닌가 싶다. 지난 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보면서 법의 이성과 논리에 감탄했다. 때로 ‘권력의 시…

[김은영의 그림생각] (178) 페기 구겐하임 |2017. 03.09

‘중독’이라는 단어는 참 치명적이다. 예술이든, 사랑이든, 활자이든 간에 그것에 젖거나 빠져들면 더 이상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탐닉하지 못하는 내게 한 ‘예술중독자의 삶’은 경이롭기만 하다. 지난 주말 광주극장에서 관람한 영화 ‘페기 구겐하임:아트 애딕트’가 그랬다. 전설적인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1…

[ 김은영의 '그림생각' ] (177) 암살 |2017. 03.02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는 프랑스 파리 혁명 시기에 ‘민중의 친구’라는 신문을 발간하며 혁명을 선동하다 자신의 욕실에서 암살당한 장 폴 마라(1743∼1793)를 그린다. 미술사학자 샤이먼 샤마(컬럼비아대 교수)는 저서 ‘파워 오브 아트’에서 다비드가 그린 ‘마라의 죽음’(1793년 작)은 ‘거대한 거짓의 역사 한 편’이라고 잘라 말한다. …

[김은영의 '그림생각' ] (176) 사임당 |2017. 02.23

천재는 자신의 시대를 초월하는 사람이지만, 시대를 초월할 수 있는 것도 충분히 시대의 자식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때는 현모양처의 상징이었다가 현대에 와서는 워킹맘으로서, 천재예술가로서 재해석되고 있는 신사임당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신의 시대를 초월한 사람이다. 오백년을 건너서도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형으로 여겨지니 말이다. 드라마 ‘사임당’을 두고…

[김은영의 '그림생각' ] (175) 백설 |2017. 02.16

“…백설이여! 잠시 묻노니, 너는 지상의 누가 유혹했기에 이 곳에 내려오는 것이며, 그리고 또 너는 공중에서 무질서의 쾌락을 배운 뒤에, 이 곳에 와서 무엇을 시작하려는 것이냐? 천국의 아들이요, 경쾌한 족속이요, 바람의 희생자인 백설이여! …”〈김진섭 작 ‘백설부(白雪賦)’ 중에서〉 지난 주말, 모처럼 펄펄 눈 날리는 거리를 걸으면서 경건한 눈 마중으…

[김은영의 그림생각] (174) 그랜드 투어 |2017. 02.09

미술전공자나 애호가들에게 올해는 몹시도 마음 설레는 한해일 것 같다. 2017년은 매 2년마다 열리는 국제현대미술제를 뜻하는 ‘비엔날레’라는 용어의 원조 격인 베니스비엔날레가 개최되고, 매 5년 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 매 10년마다 문을 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대륙 안에서 펼쳐지는 굵직한 미술행사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