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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김은영의 '그림생각'] (200) 남한산성 |2017. 10.26

누군가는 흥행에 참패했다고 성급하게 말하는 영화 ‘남한산성’을 두 번 관람했다. 한 번은 팬으로서 이병헌 연기를 보기 위해서였고, 또 한 번은 김훈 작가의 원작소설을 뒤늦게 읽고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서였다. 영화의 3요소나 시나리오의 중요 요소가 무엇인지 이제는 가물가물하지만 적어도 영화 ‘남한산성’의 압권은 주화파와 척화파로 대표되는 두 연기자가 쏟아내…

[김은영의 '그림생각'] (199) 원근법 |2017. 10.19

벌써 한 주가 지났지만 긴긴 열흘 연휴가 끝났다. 여행과 역귀성을 다녀온 후 여가의 게으름까지 누렸던 날들이다. 역귀성길, 광명에서 송정역까지 내려오는 동안 차창에 펼쳐지던 가을 초입의 황금들녘, 가로수가 늘어선 시골 신작로가 멀리 한 점으로 사라지던 황홀한 풍경에 거듭 감탄했다. 서양미술에서 길게 뻗은 가로수 길을 지평선 상의 소실점으로 사라지게 그릴…

김은영의 '그림생각' (198) 해바라기 |2017. 09.28

지인으로부터 그림 한 점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가게를 개업하는 친구에게 재물 운을 불러온다는 해바라기 그림을 선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미술 작품은 안목이 아니라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잠시 머뭇거려진다. 해바라기 그림에 그런 기복적 기능이 있는 줄을 나만 몰랐던 것 아닐까. 좋은 작품은 미술사가가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때론 고상한 …

김은영의 '그림생각' (197) 소방관 |2017. 09.21

“신이시여!/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힘을 주소서//너무 늦기 전에/어린 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그리고/신의 뜻에 따라/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신의 은총으로/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어느 소방관의 기도’ 중에서〉 강릉 경포 석란정 화재…

김은영의 '그림생각' (196) 갯벌 |2017. 09.14

바야흐로 낙지 철인가 보다. ‘잡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친구가 갯벌 체험 다녀오는 길에 잡아보지 못한 낙지가 아쉬웠는지 시장에서 낙지를 사서 그 중 스무 마리를 보내왔다. 살아 꿈틀대는 무안 뻘낙지라 그런가. 낙지 탕탕이에 연포탕 등 무엇을 요리해도 후루룩 목 넘김이 아찔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무안 뻘낙지를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

[김은영의 '그림생각'] (195) 전운 |2017. 09.07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성공 발표에 한반도 안보 위기는 물론 세계 곳곳에 전운이 감도는 듯 분위기가 흉흉하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전쟁의 공포는 영화나 인터넷 게임처럼 구경거리나 뉴스의 일부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설마 전쟁이 나겠나 하는 안보 불감증인 것도 같아 요즘에는 와락 불안해진다. 미국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

김은영의 '그림 생각' (195) 전운 |2017. 09.07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성공 발표에 한반도 안보 위기는 물론 세계 곳곳에 전운이 감도는 듯 분위기가 흉흉하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전쟁의 공포는 영화나 인터넷 게임처럼 구경거리나 뉴스의 일부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설마 전쟁이 나겠나 하는 안보 불감증인 것도 같아 요즘에는 와락 불안해진다. 미국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

[김은영의 '그림생각'] (194) 번개 |2017. 08.31

누가 봄 날씨를 변덕스러운 여자 마음 같다했는가. 맑은 하늘에 내리는 여우비, 하루에도 몇 차례씩 굵은 장대비 좍좍 쏟아지다 금방 그치고 마는 올해 여름 날씨야말로 변덕 그 이상이었던 것을. 기상이변 때문인지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요란한 소나기도 올 여름 유난했던 것 같다. 미국 출신의 월터 드 마리아(1935∼2013)의 ‘번개 치는 들판’(1971∼…

[김은영의 '그림생각'] (193) 계란 |2017. 08.17

“대낮 골방에 처박혀 시를 쓰다가/문밖 확성기 소리를 엿듣는다/계란…(짧은 침묵)/계란 한 판…(긴 침묵)/계란 한 판이, 삼처너언 계란…(침묵)계란 한 판/이게 전부인데/…/인이 박혀 생긴/생계의 운율/계란 한 판의 리듬/쓰던 시를 내려놓고/덜컥, 삼천 원을 들고 나섰다”〈고영민 작 ‘계란 한 판’중에서〉 계란 한 개로 간략한 한 끼를 해결하기도 하는…

[김은영의 '그림생각'] (192) 피서 |2017. 08.10

“환하게 비추는 태양이 싫어/…/태양을 피하고 싶어서/아무리 달려보아도/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고…” 대중가수 비가 불렀던 노래에서처럼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 이 찌는 듯한 더위를 벗어나고 싶은 날들이다. 태양을 피하고 싶은 이유야 노래를 불렀던 가수와 다르겠지만, 도무지 이 여름을 견디기가 어렵다. 입추가 지나서도 꺾이지 않는 이 긴 여름 더위…

[김은영의 '그림생각'] (191) 여름 |2017. 07.27

폭염과 폭우가 교대하면서 무더운 여름이 절정이다. 나무 아래 쏟아지는 매미소리가 여름날 소나기 휘몰아치는 음향처럼 들리는 것도 그만큼 이 여름이 뜨겁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옛 선인들이 누렸던 피서법 중의 하나인 탁족이 떠오른다. 산간 계곡의 물에 발을 담그면서 더위도 씻고 정신 수양을 하기도 했던 탁족은 문사들과 화가들에게 좋은 예술적 소재가 되기도 …

[김은영의 '그림생각' ] (190) 프로필 |2017. 07.13

새 정부의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후보자들의 인물 소개와 총평을 더한 프로필(profile)이 관심이다. 그 프로필을 보면 한 사람이 살아오면서 이룩한 학업이나 성취, 종사했던 직업의 발자취를 알 수 있지만, 서양미술에서 프로필은 ‘사람의 정측면을 묘사하는 미술 장르’를 뜻했다. 특히 서양미술에서 프로필은 중세 말에서 르네상스시기 초상화에서 유행했는데…

[김은영의 '그림생각'] (189) 뇌 |2017. 06.29

최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열명 가운데 한명이 치매환자라고 한다. 새 정부가 질병이 아니라 재앙이 되어버린 치매를 국가가 돌보겠다는 의지로 ‘치매국가책임제’를 구축하겠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요즘 주변에서 뇌와 관련한 서적이나 융합 뇌 과학 등에 관심이 뜨겁다. 어른 주먹 2개 정도 크기로 불과 1.4kg인 뇌, 우리 몸 속의…

[김은영의 그림생각] (188) 보리밭 |2017. 06.22

지난 4월 직원 단합대회를 위해 다녀온 고창 청보리밭이 하도 머릿속에 떠나지 않아 다시 찾았더니 어느덧 수확을 앞둔 6월 황금빛으로 너울져 있었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청보리 물결이 무한한 지평선 끝으로 사라지고, 밭 너머 저편 유채꽃밭이 겹쳐 얼마나 황홀경이었던지.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미숫가루 한 잔 마시며 보리밭을 관광자원으로 일군 농장주의 혜안에 감…

[김은영의 '그림생각'] (187) 가뭄 |2017. 06.16

가뭄이다. 대지가 바삭바삭할 정도로 말라 버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만큼 극심한 가뭄이다. 지난주에는 오랜만에 잠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긴 했지만 툭툭 마른 대지만 건드릴 뿐 해갈에는 아득한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아이 젖 빠는 소리와 가뭄 난 논에 물들어가는 소리”라는 옛말을 떠올리면 비를 기다리는 농부들의 애타는 마음이 안타깝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