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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김은영의 ‘그림 생각’(233) 포도씨앗의 사랑 |2018. 08.02

사랑하는 남녀가 포도를 먹는다. 포도씨앗을 뱉지 않고 입안에 모아두었다가 서로의 얼굴에 포도씨앗을 뱉으며 행복하게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본 소년이 엄마에게 흉내 내어 포도씨앗을 뱉았다가 등짝을 실컷 두들겨 맞는다. 진정한 사랑의 유희를 이해받지 못한 소년의 슬픈 이야기는 작가 임철우의 소설 ‘포도씨앗의 사랑’의 중요한 모티브였다. 포도를 먹거나 …

김은영의 ‘그림 생각’ (232) 탁족(濯足) |2018. 07.26

작열하는 태양, 잠 못 이루게 하는 최악의 열대야, 열흘 넘게 이어진 폭염 기록행진은 찜통과 용광로 더위 등 더 뜨거운 온도를 상상하게 하는 단어를 총동원하게 한다. 열돔에 갇힌 듯 숨이 턱턱 막히는 올 여름 이 살인적 더위는 우리 인간을 참으로 당황스럽게 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기후가 갈수록 이상고온인 것도 사실이지만 냉방시설에 길들여진 우리들이 …

김은영의 ‘그림 생각’ (231) 일본 폭우 |2018. 07.12

사흘 간 석 달 치 비가 쏟아진 일본 전역 곳곳에서 그로 인한 피해 소식이 엄청나다고 한다. 최근 태풍 쁘라삐룬이 우리나라를 빗겨가 안심하는 사이에 태풍 후 밀려든 장마전선 영향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물난리를 겪는 일본발 뉴스를 접하면서 방재 시스템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인 일본도 자연 재해 앞에서 속수무책인 것을 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인간의 힘으로…

김은영의 ‘그림 생각’ (229) 러시아 월드컵 |2018. 06.28

말로만 들어도 설레는 그 도시, 러시아의 문호 막심 고리키의 고향인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러시아 월드컵 한국 첫 경기가 열렸다. 혼이 팔려 경기에 몰입한 건 아니지만 아쉽고 답답한 경기였다. 솔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에 위치한 로스토프나도누에서는 멕시코와 2차전을 치렀다. 문전에서 벗어난 슈팅과 선수의 무리한 태클을 볼 때는 흔히 말하듯 “밥 먹고 축구만…

김은영의 ‘그림 생각’ (227) 라일락 |2018. 05.31

“창밖은 오월인데/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시간//라일락 향기 짙어 가는데/너는 아직 모르나보다/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언제 초록의 기운이 시작되었나 싶게 벌써 오월의 끝자락이다. 장미 만발하고 라일락 꽃향기 그윽한데 우리를 둘러싼 삶의 현실은 학창시절 수학시간 풀었던 미분 적분보다 더 어렵고 팍팍하기만 하다. …

[김은영의 '그림생각'] (226) 38년 |2018. 05.24

늘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 오월은 전시장과 5·18기념음악회, 금남로 거리와 망월동 등 여러 현장을 찾아다니느라 분주했다. 38년이 흘러 한 세대를 훌쩍 넘었지만 오늘도 오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광주의 서사는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80년 오월 현장을 지나왔던 광주의 작…

[김은영의 '그림생각'] (225) 오월 광주 |2018. 05.17

“금남로는 사랑이었다/내가 노래의 평화에/눈을 뜬 봄날의 언덕이었다/사람들이 세월에 머리를 적시는 거리/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처음으로 알아낸 거리/금남로는 연초록 강 언덕이었다”〈김준태 작 ‘금남로 사랑’중에서〉 오월 광주가 뜨겁다. 최근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촬영된 미공개 영상이 38년 만에 공개되고, 계엄군들의 반인륜적인 성범죄 사건에 대한 …

[김은영의 '그림생각'] (224) 남성누드 |2018. 05.10

최근 한 대학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남성누드모델의 사진을 몰래 찍어 유출한 사건을 접했다. 모델과 화가 사이의 신뢰가 무너진듯하여 여러모로 씁쓸했다. 서양미술사에서 누드 미술의 기원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었다. 특히 고대 그리스미술에서 남성누드가 발전하면서 서양미술의 주요 소재가 되어왔다. 아테네를 비롯한 그리스의 여러 도시국가에서는 ‘미남선발대회’가…

[김은영의 '그림생각'] (223) 절정 |2018. 05.03

남북 두 정상의 감격 어린 만남으로 커진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기대감 덕분인지 북한이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다. 누군가는 평양 옥류관 냉면을 먹으러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다고 하지만 북한 땅을 밟게 되는 그날이 온다면 겸재나 단원이 그렸던 옛 그림 속 명승지를 답사하고 싶다. 그 가운데에서도 김홍도의 스승이었던 표암 강세황과 겸재 정선이 걸작으로 남…

김은영의 그림생각 (222) 아우라 ‘이미지’ 아닌 ‘아우라’를 보고 뽑자 |2018. 04.26

우리가 흔히 어떤 대상을 향해 “아우라가 있다!”라고 말할 때 그 ‘아우라’는 ‘도무지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뜻할 때가 많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권위를 지니는 신비한 느낌, 그를 대했을 때 느껴지는 감동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아우라(Aura)의 미학적 개념은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1892∼1940)의 저서 ‘기술복제시대의 …

[김은영의 '그림생각'] (221) ‘봄이 온다’ |2018. 04.19

2018남북평화협력기원 평양 공연 ‘봄이 온다’가 화제다. 그 녹화 방송을 시청하면서 최근 달라진 남북의 기류를 상징적으로 느꼈던 대목은 가수 백지영이 열창했던 ‘총 맞은 것처럼’ 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호응이었다. 그토록 애절한 노래가 북한 대학생 애창곡 1위라고 하니 실연의 쓰라림을 느끼는 남과 북의 정서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서라도 ‘남북은 하나’라는…

[김은영의 '그림생각'] (220) 봄바람 |2018. 04.05

“봄에 부는 바람, 바람 부는 봄/작은 가지 흔들리는 부는 봄바람/내 가슴 흔들리는 바람, 부는 봄/봄이라 바람이라 이 내 몸에는/꽃이라 술잔이라 하며 우노라/아, 봄! 내 마음 어디든 흩어지는 봄”〈김소월 작 ‘바람과 봄’〉 올 봄은 유난히도 중국 발 미세먼지 습격이 잦아서인지 없던 알러지로 병원 다니는 일도 생겨 봄꽃과 봄바람이 살짝 성가셔졌다. 그…

[김은영의 그림생각] (219) 다키스트 아워 |2018. 03.29

올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는 윈스턴 처칠(1874∼1965)이 주인공이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때인 1940년 5월 프랑스 항구 덩케르크에서의 대규모 철수작전을 결단하고 끝낼 때까지 19일간 처칠이 고뇌하고 번민하면서 힘겨워했던 ‘가장 암흑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덩케르크 작전을 직접적…

[김은영의 '그림생각'] (218) 안부 |2018. 03.22

“오래/보고 싶었다//오래/만나지 못했다//잘 있노라니/그것만 고마웠다”〈나태주 작 ‘안부’〉 자고나면 아침에 접하는 뉴스가 ‘경천동지’할 사건·사고이고 보니 가까운 사람들 혹은 오래 소식 나누지 못했던 지인들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그저 평범하게 살면서 좋은 삶을 향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최석운 작…

김은영의 ‘그림 생각’ (217) 아상블라주 |2018. 03.15

아상블라주(assemblage)는 ‘수집, 집합, 조합, 집적’의 뜻을 지닌 프랑스어이다. 또한 ‘폐품이나 일상용품 등 여러 물체를 모아 3차원적 입체 작품을 제작하는 기법’을 의미하는 미술용어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신사실주의자 페르난데스 아르망(1928∼ )은 아상블라주 기법을 활용한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파리 근교에 세워져 있는 아르망의 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