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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김은영의 '그림생각' (168) 판도라 |2016. 12.15

인류 최초의 여성으로 불리는 ‘판도라’에게 열어서는 안 되는 상자가 있었다. 금지할수록 소망하고, 금기일수록 깨지는 것은 동서고금이 똑같은 것 같다. 아름답지만 참을성 없는 여인이었던 판도라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열어보아서는 안 되는 상자를 열었고, 그 덕분에 인류의 모든 재앙과 불행, 질병, 고통이 인간 세상에 쏟아져 나왔다. 이제 상자에 남은 것은 …

[김은영의 그림생각] (167) 바니타스 |2016. 12.08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도서 1장 2절)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었고 다 누렸던 솔로몬왕은 그가 기록한 성경 속 전도서를 통해 허무함의 절정을 고백했다. 천하를 다 가진들 진정한 안식을 구하지 못한다면 바람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는 탄식이었을 것이다. 세속의 영광이나 쾌락의 덧없음을 일찍이 깨달았던 솔로몬은 그래서 ‘지혜의 …

[김은영의 '그림생각' ](166) 촛불 |2016. 12.01

2주일 전에도 1주일 전에도 토요일 밤, 금남로 오월 광장 근처에 있었지만 촛불을 들고 뛰어가 어두운 밤에 밝은 열망 하나 보태지 못했다. 눈앞의 작은 일에만 불평하고 분노하는 나 자신이 광장의 그 장엄한 대열에 끼어들기가 아무래도 어색하고 쑥스러웠던 것 같다. 소용돌이치는 분노에 합류하지 못하고 ‘옆으로 비켜서’ 비겁하게 마음 졸이며 방관만 했던 내 모습…

[김은영의 '그림생각'- 브라질]푸근한 산세와 풍광 ‘우리와 닮았네’ |2016. 08.11

리우 올림픽 열기로 무더운 여름밤을 더욱 뜨겁게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우리나라와 반대편에 위치해서 지리적으로도 멀고 심리적으로는 더 멀어서인지 리우데자네이루와 브라질에 대해선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앞으로도 브라질을 여행하는 일은 쉽게 생기지 않을 것 같지만 올림픽으로 인해 들썩이는 관심은 라틴아메리카 문화와 예술에 관한 서적과 화집을…

[김은영의 '그림생각' -해변의 여인]등대·수영복 … 그리운 여름날 바닷가 |2016. 08.04

세상사가 아무리 복잡하고 해야 할 일이 산적해도 ‘7월 말 8월 초’가 휴가철의 절정인가 보다. 모두가 길 떠나는 여름날 도심은 확실히 한산하고 공항, 철도역, 버스 터미널은 넘치도록 붐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여름휴가를 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피서지 인기곡만 들어도 마음속엔 파도가 일렁인다. 오래 전 유행했고, 여름이면 단골로 …

김은영의'그림생각' (163) 수박 공재 |2016. 07.28

올해 여름을 폭염과 가마솥더위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미진한 것 같다. 급기야 불타는 태양의 열기를 돔 아래 가둬놓은 듯한 ‘열돔’이라는 최상급의 단어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허름해진 기억력 탓일까. 어린 시절 여름날은 아무리 더워도 선풍기 바람 아래 시원한 수박을 한 입 베어 먹으면 여름나기가 족했다. 조금 더 호사를 부려 얼음 동동 띄운 수박화채 한 그…

[김은영의 그림생각](162) 니스 |2016. 07.21

프랑스 동남부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길게 펼쳐진 해변을 프랑스어로 코트 다 쥐르(c?te d’azur)라 한다. ‘쪽빛의 해안’이라는 뜻의 이 해변은 깐느, 앙티브, 방스, 모나코, 니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풍광이 연상되는 도시들이 줄지어있다. 수년 전 미술관 투어를 위해 들렀던 니스의 해변에서 쪽빛의 짙고 연한 다채로운 색상의 스펙트럼을 마주…

[김은영의 그림생각] (161) 모기 |2016. 07.14

“맹호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모기 한 마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단다…”〈정약용 작 ‘증문(憎蚊)’중에서〉 2백여 년 전 다산이 토로했듯, 여름 나기를 힘들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모기 인 것 같다. 비를 좋아해서 기다렸던 …

[김은영의 '그림생각'] (160) 화가 타고르 |2016. 07.07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빛나던 등불의 하나 코리아/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될지니” 〈타고르 작 ‘동방의 등불’〉 아시아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인도의 타고르(1861∼1941)가 발표한 한 편의 시는 일제강점 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우리에게 무한한 격려와 사랑, 용기를 주었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우리들 마음속엔 ‘동방…

[김은영의 '그림생각' (159) 전쟁 일기] 빽빽한 피난 행렬 뒤로 속절없이 막막한 하늘 |2016. 06.23

6월이 일주일 여 남았다.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지 않고 6월을 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가슴 아픈 민족의 역사이고, 한국인들에게 통한의 기억을 남긴 사건이니 말이다. 한국전쟁은 동족상잔과 이산이라는 처절한 슬픔을 만들고 개개인의 삶을 뿌리째 흔들고 말았다. 그 비극은 때로 미술작품으로 기억된다. 우리의 근대미술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

김은영의 '그림생각' (158) 유월 |2016. 06.16

“유월이 오면/향기로운 풀섶에 그대와 함께 앉아 있으리//솔바람 부는 하늘에 흰 구름이 지어놓은/눈부신 궁전을 바라 보리//그대 노래 부르고 난 노래를 짓고/온종일 달콤하게 지내리//풀섶 위 우리들의 보금자리에 누워/오, 인생은 즐거워라! 유월이 오면”〈로버트 브리지스 작 ‘유월이 오면’〉 순전히 이 한편의 시를 좋아해서 유월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이…

[김은영의 그림생각](157) 추한 욕망 |2016. 06.09

요즘은 세상 뉴스를 접하는 게 두렵다. 추한 욕망으로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상처와 폭력을 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욱이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폭력은 두려움을 넘어 증오를 느끼게 한다. 서양미술에서 화가들은, 그 유명한 ‘다윗과 밧세바’, 구약성서 속 ‘수산나와 두 노인’ 등 역사나 신화 속 스캔들이나 사건을 화면에 담아 후세에 경종을 울리기도…

[김은영의 '그림생각' (156) ‘율리시즈의 귀환’]페넬로페의 ‘10년 망부가’ 애틋 |2016. 06.02

지난 주말,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상연한 윌리암 켄트리지의 오페라 ‘율리시즈의 귀환’을 관람했다. 서울의 몇몇 지인들이 이 오페라를 위해 KTX를 타고 광주에 내려온다고 해 한달음에 달려간 것이다. 아시아문화전당 공연 관람 차 버스 대절한 서울 관객들도 눈에 띄어 마냥 반가웠다. 전형적인 클래식 오페라하고는 거리가 먼 무대장치와 가수들의 의상, 목…

[김은영의 '그림생각'](155) 불안 |2016. 05.26

알랭 드 보통(1969∼ )은 에세이집 ‘불안’에서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것이야말로 불안의 원천”이라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불안의 원인으로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을 꼽았고,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

[김은영의 '그림생각' ](154) 봄비 |2016. 05.12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노라…”〈변영로 작 ‘봄비’ 중에서〉 올 봄에는 유난히 비가 자주 내린다. 올해, 봄비는 연둣빛 잎새를 톡톡 두드리며 방문하는 ‘은실’ 같기도 하였다가 장맛비 같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