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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김은영의 그림생각] (183) 맥베스 |2017. 04.27

얼마 전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공연된 ‘맥베스 411’의 작품명은 1606년 영국에서 초연 이후 411년 만에 재탄생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기도 했겠지만, 새삼 인간의 이중적이고 다면적인 내면 심리를 일찍이 꿰뚫어본 셰익스피어에 감탄해본다. 양심의 반란에 번민하고 공포와 절망 속에서 죄를 더해가는 맥베스의 갈등, 아니…

[김은영의 '그림생각' ](182) 부활 |2017. 04.13

부활주간이다. 올해 부활절인 16일은 특히 세월호 참사 3주기이기도 해 우리 마음 속 부활의 염원을 다시 새겨보게 한다. 서양미술에서는 수세기에 걸쳐 성서를 주제로 수많은 작품이 만들어졌고 예수 부활을 묘사한 빛나는 걸작들도 그만큼 풍요롭다. 안드레아 만테나, 조반니 벨리니,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등 거장들은 예수 부활을 형상화한 작품에 장엄하고 엄격…

[김은영의 그림생각] (181) 마키아벨리 |2017. 04.06

이른바 ‘장미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요즘, 누가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명한 지도자에 대한 갈망이 리더십과 권력, 통치술을 설명하고 있는 ‘군주론’을 다시 뒤적여보게 한다. 영문 번역본이 오류가 많아 이탈리아 원전을 번역했다는 새로운 버전도 소장해 보았지만 역시 압권은 저자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 연구한 책인 것 같…

김은영의 '그림생각' (180) 동백 |2017. 03.30

“여자에게 버림받고/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맨발로 건너며/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이 악물고/그 까짓 사랑 때문에/그 까짓 여자 때문에/다시는 울지 말자/눈물을 감추다가/동백꽃 붉게 터지는/선운사 뒤 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김용택 작 ‘선운사 동백꽃’〉 ‘아직 일러 피지 않은’ 동백꽃을 노래한 미당 서정주 시인 탓에, 동백꽃만 보면 우리들 마음은 어…

[김은영의 그림생각] (179) 법 |2017. 03.16

검사출신 변호사가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검사 시절에는 법을 지키지 않으면 그렇게 밉더니만, 변호사 개업을 하고보니 법 안 지키는 사람들이 그렇게 예쁘더라”고. 설마 예쁘기까지 했겠는가마는 법을 대하는 우리 사회 이중적 태도가 드러나는 한 예가 아닌가 싶다. 지난 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보면서 법의 이성과 논리에 감탄했다. 때로 ‘권력의 시…

[김은영의 그림생각] (178) 페기 구겐하임 |2017. 03.09

‘중독’이라는 단어는 참 치명적이다. 예술이든, 사랑이든, 활자이든 간에 그것에 젖거나 빠져들면 더 이상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탐닉하지 못하는 내게 한 ‘예술중독자의 삶’은 경이롭기만 하다. 지난 주말 광주극장에서 관람한 영화 ‘페기 구겐하임:아트 애딕트’가 그랬다. 전설적인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1…

[ 김은영의 '그림생각' ] (177) 암살 |2017. 03.02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는 프랑스 파리 혁명 시기에 ‘민중의 친구’라는 신문을 발간하며 혁명을 선동하다 자신의 욕실에서 암살당한 장 폴 마라(1743∼1793)를 그린다. 미술사학자 샤이먼 샤마(컬럼비아대 교수)는 저서 ‘파워 오브 아트’에서 다비드가 그린 ‘마라의 죽음’(1793년 작)은 ‘거대한 거짓의 역사 한 편’이라고 잘라 말한다. …

[김은영의 '그림생각' ] (176) 사임당 |2017. 02.23

천재는 자신의 시대를 초월하는 사람이지만, 시대를 초월할 수 있는 것도 충분히 시대의 자식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때는 현모양처의 상징이었다가 현대에 와서는 워킹맘으로서, 천재예술가로서 재해석되고 있는 신사임당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신의 시대를 초월한 사람이다. 오백년을 건너서도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형으로 여겨지니 말이다. 드라마 ‘사임당’을 두고…

[김은영의 '그림생각' ] (175) 백설 |2017. 02.16

“…백설이여! 잠시 묻노니, 너는 지상의 누가 유혹했기에 이 곳에 내려오는 것이며, 그리고 또 너는 공중에서 무질서의 쾌락을 배운 뒤에, 이 곳에 와서 무엇을 시작하려는 것이냐? 천국의 아들이요, 경쾌한 족속이요, 바람의 희생자인 백설이여! …”〈김진섭 작 ‘백설부(白雪賦)’ 중에서〉 지난 주말, 모처럼 펄펄 눈 날리는 거리를 걸으면서 경건한 눈 마중으…

[김은영의 그림생각] (174) 그랜드 투어 |2017. 02.09

미술전공자나 애호가들에게 올해는 몹시도 마음 설레는 한해일 것 같다. 2017년은 매 2년마다 열리는 국제현대미술제를 뜻하는 ‘비엔날레’라는 용어의 원조 격인 베니스비엔날레가 개최되고, 매 5년 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 매 10년마다 문을 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대륙 안에서 펼쳐지는 굵직한 미술행사여서…

[김은영의 '그림생각'] (173) 비너스 |2017. 02.02

우리가 종종 완벽하리만치 아름다운 여성에게 하는 최고의 찬사로 ‘여신 같다’고 표현할 때 그 ‘여신’은 아마도 미의 여신인 ‘비너스’를 의미할 것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미의 규준이 될 만한 여배우에게도 굳이 여신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그만큼 비너스가 아름다운 여성의 대명사이거나 이상상(理想象)이기 때문인 것 같다. 미술사에서 비너스의 원형은 기원전 3만 …

[김은영의 '그림생각'] (172) 로코코 |2017. 01.19

로코코(Rococo)는 18세기 초 프랑스에서 생겨난 예술형식으로 귀족과 부르주아의 취향을 반영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 시대인 17세기 바로크(Baroque)가 절대 군주의 화려한 궁전에서 펼쳐져 호방하고 역동적이면서 남성적 양식을 과시한다면, 로코코는 새 시대의 사교적인 살롱의 등장과 함께 그 곳을 누볐던 귀족 부인들의 섬세하고 장식적인 여성 취향을 대…

[김은영의 '그림생각'] (171) 에곤 쉴레 |2017. 01.12

지난 해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표지그림은 에곤 쉴레의 작품 ‘네 그루의 나무들’이다. 채식을 하면서 점차 나무가 되어가는 주인공의 마른 육체와 영혼을 상징하는 듯 처연한 느낌을 주는 나무그림은 소설과 잘 어우러졌지만 에곤 쉴레의 작품인 것은 뜻밖이었다. 소녀들의 도발적인 초상은 물론 적나라한 인체를 표현한 작품으로 재판정까지 …

김은영의 '그림생각' (170) 프레스코화 |2017. 01.05

올해가 닭의 해이기도 하고 AI(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인해 계란파동이 이어지기도 해 새해 벽두부터 닭과 계란이 단연 뉴스의 중심이 되고 있다. 평소 후라이드 치킨과 계란으로 만든 모든 요리를 좋아하는 까닭에 계란 품귀현상이 당분간 계속 된다고 하니 계란 소식에 자꾸 마음이 간다. 풍요로울 때는 모르고 지내다가 결핍의 순간에 그 존재가 애틋해지는 세상사를 …

[김은영의 그림생각](169) 해녀 |2016. 12.29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바닷가에서 해녀들이 채취해 온 해산물을 즉석에서 맛보았던 경험은 특별했다. 그 바다의 싱싱한 식감을 제주의 해조음과 함께 낭만적으로만 생각했었던 적이 있다. 지난 주 다녀왔던 제주도에서 해녀를 만난 건 바다가 아니라 제주도립미술관이었다. 제주 해녀 문화가 여성 주도의 지역경제활동, 불턱에서 싹틔운 공동체정신, 배려와 공존의 미덕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