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김은영의 '그림생각'
[김은영의 '그림생각'] (193) 계란 |2017. 08.17

“대낮 골방에 처박혀 시를 쓰다가/문밖 확성기 소리를 엿듣는다/계란…(짧은 침묵)/계란 한 판…(긴 침묵)/계란 한 판이, 삼처너언 계란…(침묵)계란 한 판/이게 전부인데/…/인이 박혀 생긴/생계의 운율/계란 한 판의 리듬/쓰던 시를 내려놓고/덜컥, 삼천 원을 들고 나섰다”〈고영민 작 ‘계란 한 판’중에서〉 계란 한 개로 간략한 한 끼를 해결하기도 하는…

[김은영의 '그림생각'] (192) 피서 |2017. 08.10

“환하게 비추는 태양이 싫어/…/태양을 피하고 싶어서/아무리 달려보아도/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고…” 대중가수 비가 불렀던 노래에서처럼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 이 찌는 듯한 더위를 벗어나고 싶은 날들이다. 태양을 피하고 싶은 이유야 노래를 불렀던 가수와 다르겠지만, 도무지 이 여름을 견디기가 어렵다. 입추가 지나서도 꺾이지 않는 이 긴 여름 더위…

[김은영의 '그림생각'] (191) 여름 |2017. 07.27

폭염과 폭우가 교대하면서 무더운 여름이 절정이다. 나무 아래 쏟아지는 매미소리가 여름날 소나기 휘몰아치는 음향처럼 들리는 것도 그만큼 이 여름이 뜨겁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옛 선인들이 누렸던 피서법 중의 하나인 탁족이 떠오른다. 산간 계곡의 물에 발을 담그면서 더위도 씻고 정신 수양을 하기도 했던 탁족은 문사들과 화가들에게 좋은 예술적 소재가 되기도 …

[김은영의 '그림생각' ] (190) 프로필 |2017. 07.13

새 정부의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후보자들의 인물 소개와 총평을 더한 프로필(profile)이 관심이다. 그 프로필을 보면 한 사람이 살아오면서 이룩한 학업이나 성취, 종사했던 직업의 발자취를 알 수 있지만, 서양미술에서 프로필은 ‘사람의 정측면을 묘사하는 미술 장르’를 뜻했다. 특히 서양미술에서 프로필은 중세 말에서 르네상스시기 초상화에서 유행했는데…

[김은영의 '그림생각'] (189) 뇌 |2017. 06.29

최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열명 가운데 한명이 치매환자라고 한다. 새 정부가 질병이 아니라 재앙이 되어버린 치매를 국가가 돌보겠다는 의지로 ‘치매국가책임제’를 구축하겠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요즘 주변에서 뇌와 관련한 서적이나 융합 뇌 과학 등에 관심이 뜨겁다. 어른 주먹 2개 정도 크기로 불과 1.4kg인 뇌, 우리 몸 속의…

[김은영의 그림생각] (188) 보리밭 |2017. 06.22

지난 4월 직원 단합대회를 위해 다녀온 고창 청보리밭이 하도 머릿속에 떠나지 않아 다시 찾았더니 어느덧 수확을 앞둔 6월 황금빛으로 너울져 있었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청보리 물결이 무한한 지평선 끝으로 사라지고, 밭 너머 저편 유채꽃밭이 겹쳐 얼마나 황홀경이었던지.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한 미숫가루 한 잔 마시며 보리밭을 관광자원으로 일군 농장주의 혜안에 감…

[김은영의 '그림생각'] (187) 가뭄 |2017. 06.16

가뭄이다. 대지가 바삭바삭할 정도로 말라 버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만큼 극심한 가뭄이다. 지난주에는 오랜만에 잠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긴 했지만 툭툭 마른 대지만 건드릴 뿐 해갈에는 아득한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아이 젖 빠는 소리와 가뭄 난 논에 물들어가는 소리”라는 옛말을 떠올리면 비를 기다리는 농부들의 애타는 마음이 안타깝기 그…

[김은영의 그림생각](186) 장미 |2017. 06.01

“…눈 먼 손으로/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그건 가시 투성이었어//가시 투성이 삶의 온 몸을 만지며/나는 미소 지었지/이토록 가시가 많으니/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라고…” 〈김승희 작 ‘장미와 가시’ 중에서〉 장미 만발한 계절이다. 서울에서 곡성까지, 놀이동산에서 대학 캠퍼스까지 전국 곳곳에서 장미 축제 바람이다. 그 예쁜 장미꽃이 보고 싶어 큰 맘 먹고 …

[김은영의 그림생각] (185) 운림산방 |2017. 05.25

지난 주말 광주비엔날레재단에서 시민대상 교육행사프로그램 일환으로 마련한 남종화의 원류를 찾아 떠나는 남도기행을 다녀왔다. 강진 백련사 템플 스테이를 시작으로, 해남 녹우당과 남종화의 성지라 할 진도 운림산방을 탐방하면서 새삼 ‘예향’의 근원인 우리 남도 땅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진도군 의신면 첨찰산 아래 자리한 운림산방(雲林山房)은 조선 후기 …

[김은영의 '그림생각'] (184) 행복 |2017. 05.18

인간이 살아가면서 바라는 궁극의 목표는 행복한 삶일 것이다. 행복한 삶을 사는 길은 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와 같은 장삼이사들에게는 일상을 소소한 기쁨으로 채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만 같다. 거기에 먹고 사는 것이 충족되고, 마음이 평온하여 일상의 질서까지 더해질 수 있다면 두말할 것도 없겠다. ‘인류의 스승’이라 할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김은영의 그림생각] (183) 맥베스 |2017. 04.27

얼마 전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공연된 ‘맥베스 411’의 작품명은 1606년 영국에서 초연 이후 411년 만에 재탄생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기도 했겠지만, 새삼 인간의 이중적이고 다면적인 내면 심리를 일찍이 꿰뚫어본 셰익스피어에 감탄해본다. 양심의 반란에 번민하고 공포와 절망 속에서 죄를 더해가는 맥베스의 갈등, 아니…

[김은영의 '그림생각' ](182) 부활 |2017. 04.13

부활주간이다. 올해 부활절인 16일은 특히 세월호 참사 3주기이기도 해 우리 마음 속 부활의 염원을 다시 새겨보게 한다. 서양미술에서는 수세기에 걸쳐 성서를 주제로 수많은 작품이 만들어졌고 예수 부활을 묘사한 빛나는 걸작들도 그만큼 풍요롭다. 안드레아 만테나, 조반니 벨리니,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등 거장들은 예수 부활을 형상화한 작품에 장엄하고 엄격…

[김은영의 그림생각] (181) 마키아벨리 |2017. 04.06

이른바 ‘장미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요즘, 누가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명한 지도자에 대한 갈망이 리더십과 권력, 통치술을 설명하고 있는 ‘군주론’을 다시 뒤적여보게 한다. 영문 번역본이 오류가 많아 이탈리아 원전을 번역했다는 새로운 버전도 소장해 보았지만 역시 압권은 저자 ‘마키아벨리’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 연구한 책인 것 같…

김은영의 '그림생각' (180) 동백 |2017. 03.30

“여자에게 버림받고/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맨발로 건너며/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이 악물고/그 까짓 사랑 때문에/그 까짓 여자 때문에/다시는 울지 말자/눈물을 감추다가/동백꽃 붉게 터지는/선운사 뒤 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김용택 작 ‘선운사 동백꽃’〉 ‘아직 일러 피지 않은’ 동백꽃을 노래한 미당 서정주 시인 탓에, 동백꽃만 보면 우리들 마음은 어…

[김은영의 그림생각] (179) 법 |2017. 03.16

검사출신 변호사가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검사 시절에는 법을 지키지 않으면 그렇게 밉더니만, 변호사 개업을 하고보니 법 안 지키는 사람들이 그렇게 예쁘더라”고. 설마 예쁘기까지 했겠는가마는 법을 대하는 우리 사회 이중적 태도가 드러나는 한 예가 아닌가 싶다. 지난 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보면서 법의 이성과 논리에 감탄했다. 때로 ‘권력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