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김은영의 '그림생각'
이처럼 정겹고 순박한 채소가 어디 있을까 (292) 호박 |2019. 12.05

“호박꽃이 꽃이냐/비웃음을 받고요/울퉁불퉁 둥글납작/내 용모 보기 흉해도/겉만 보고 속단 말 건/사람 아니 호박입니다/난 속살 단맛 있고/영양가 높고/침을 놔도 까닥 않는/참을성 좋고???” 어린 시절 별명이 ‘호박 부대’라 불리는 친구가 있었다. 여성스럽지 않고 조금 어글어글한 인상이 울퉁불퉁한 호박을 닮아서였는데 정말 호박처럼 마음씨 둥글고 모가 없어…

예술품의 가치, 돈인가 아름다움인가 (291) 경매 |2019. 11.28

최근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1913~1974)작가의 점화 시리즈 가운데 가장 큰 작품이자 유일한 두 폭 그림인 ‘우주’가 132억 원에 낙찰되어 화제다. 한국적인 구상적 아름다움을 승화시켜낸 추상화가로 한국미술사에 큰 획을 그었던 작가가 세계 미술계에서도 한층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경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진 것 같다. 미술품 경매가 …

자식 성공 위해…등굽은 어머니의 새벽기도 (290) 정화수 |2019. 11.21

지난 달 중순에 세상을 떠난 김행신 전남대 명예교수(1942~2019)의 부음을 얼마 전에 들었다. 지난 봄 광주시립미술관 ‘남도미술-뿌리전’ 참여 작가로 개막식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던 기억이 선했는데 뒤늦은 명복을 빌어본다. 만화 캐릭터 머털도사처럼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듯 촌스럽지만 한편으론 예술가스러운 단발머리를 부지런히 쓸어 넘기고, 오십년 이상 …

5월 광주와 닮아 더 아픈 ‘피의 저항’ (289) 홍콩 |2019. 11.14

홍콩발 뉴스를 접할 때마다 80년 5월 광주생각이 난다. 그때도 그랬겠구나. 광주시민들은 목숨을 걸고 민주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피 흘리며 투쟁했지만 먼 나라 사람들이 외신을 통해 전해들은 뉴스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렸겠구나. 우리 땅에서 벌어진 사태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갖는 사람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저게 붉어질 때 태풍 몇 개·땡볕 몇 날? (288) 홍시 |2019. 11.07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저 안에 땡볕 두어 달/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어찌 대추뿐이랴. 이 가을 햅쌀로 밥을 짓거나 막 나무에서 땄다는 과일을 먹을 때마다 저 시에서처럼 땡볕과 무서리와 태풍 몇 개가 함께 떠오른…

‘조커’ 같은 괴물은 언제고 우리 곁에 등장할 수 있다 (286) 조커 |2019. 10.24

만화를 많이 보았던 까닭도 있겠고 상영했던 영웅 영화를 자주 보았던 까닭도 있겠지만, 세상이 혼탁하고 어지러울수록 우리는 만화처럼 난세를 구해줄 영웅을 기다린다. 영화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들이 약하고 착한 사람을 도와주고 나쁜 사람은 혼내주면서 현실과는 달리 권선징악을 직접 실현해주기에 더욱 열광하는 것 같다. 이전에 상영했던 영화 ‘배트맨’에서 그의 …

광주 작가들의 작업장, 뮌헨 발트베르타 저택 (285) 작가의 방 |2019. 10.17

오래 전,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탐방하여 ‘창작의 방’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물을 썼던 적이 있다. 일가를 이룬 예술가들이었기에 대부분의 작가들에겐 작업실이 있었지만, ‘가난해진’ 한 시인의 경우 집 앞 카페가 집필실이었던 기억이 있다. 여성의 차별이 심했던 때라서 제도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지식과 지성을 쌓았던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도 일찍이 …

신의 징벌인가…불통·불신만 가득한 세상 (284) 바벨탑 |2019. 10.10

높고 거대한 바벨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이 내린 벌은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가르는 것이었다. 같은 언어로 소통했던 인간이 언어가 달라져 말이 통하지 않게 되면서 불신과 오해 속에 갈등하고 싸우다 마침내 세계 곳곳으로 흩어지게 된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수많은 언어와 주장이 난무한 가운데 각기 자신들의 의견만 …

업힌 아이가 더 안도감 크게 느낀다 (283) 어깨 너머의 세상 |2019. 10.03

해마다 가을이 되면 유독 돌아가신 엄마가 많이 생각난다. 특히 추석 성묘를 다녀오는 길에 더욱 그렇다. 유난히도 엄마 등에 업혀 병원을 갔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엄마가 그리웠다. 몸이 약했던 어린 날, 꼭 한밤중이면 고열이 나곤 했었다. 그때마다 엄마는 정신없이 딸아이를 업고 밤을 달려 병원을 찾아갔는데 온 동네 개들이 컹컹 짖어대던 장면과 엄마의 따스한 …

인류에 가장 유용한 동물, 사라질까 두렵다 (282) 돼지 |2019. 09.26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국내에서 발생한지 며칠 만에 추가 의심신고가 잇따르면서 양돈농가가 비상이다. 정확한 발병원인은 아직 파악하지도 못했지만 발생 농가의 돼지들이 바로 살처분되는 뉴스를 접하니 마음이 편치않다. 참으로 돼지는 우리에게 두가지 상반되는 감정이 공존하게 되는 것 같다.가장 더러운 곳에서 음식찌꺼기를 ‘돼지같이’ 먹고 사육된 후 맛있는 고기를 인…

호남미술계 큰 족적 남기고 떠난 김종수 화백 (281) 미술교육 |2019. 09.05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라 생각되지만 예술계의 경우 유럽이나 미국 등 여러 나라와 우리나라가 다른 점 중의 하나는 대학교수라는 직함을 가질 때 더 인정을 받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전문 연주가나 전업 작가, 전업화가보다 대학에 적을 두었을 때 더 높이 평가를 하는 분위기를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러 대학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나 전업화가로 새…

그림자 놀이 하듯…미술이 된 자연현상 (280) 그림자 |2019. 08.29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하는 친구와 지인들에게 미국의 유명한 미술사가인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의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라는 책을 선물한 적이 몇 번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아는 미술은 미술관에 전시되고 박물관에 보존되며 수집가들이 구매하고 대중매체 내에서 복제되는 그 무엇으로, 대부분 우리의 문화에 의해 차용되어 미술로 변형된 것”이라고 말하고…

또 그렇게 사라져 가는 도시의 풍경과 기억들 (279) 재개발 |2019. 08.22

“···불도저의 힘보다 망각의 힘이 더 무섭다. 그렇게 세상은 변해간다. 나도 요샌 거기 정말 그런 동산이 있었을까 내 기억을 믿을 수 없어질 때가 있다. 그 산이 사라진지 불과 반년 밖에 안됐는데 말이다.” 몇 년 전 타계한 우리시대의 이야기꾼 박완서작가(1931~2011)는 자전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서 작가가 가장 좋아하던 동네 자그마…

요즘 더 보고 싶구나, 日 반출 지고의 걸작 (278) 몽유도원도 |2019. 08.15

최근 문화재청 조사에 따르면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약 18만2천 여 점이라고 한다. 일본, 미국, 독일, 중국 등 21개국에 걸쳐 우리 문화재가 해외에 흩어져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인 7만6천 여 점이 일본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래전 왜구의 침략부터 임진왜란, 일제 강점기까지 아픈 역사와 사회적 혼란 속에서 문화재가 약탈되었거나 유출…

문화예술 유산 더해져 더 빛난 미디어아트 (277) 광주 미디어아트 |2019. 08.08

여러 전문가들이 언급했듯, 오늘날 예술가들은 점점 더 첨단기술에서 표현수단을 찾고 있고, 과학자들은 점점 더 예술에서 새로운 기술을 위한 영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영화와 TV의 등장, 인터넷과 아이폰 등 오늘날 과학기술과 정보기술의 혁명으로 새로운 이미지 사회가 펼쳐지면서 미디어 아트가 등장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문명사적 흐름에서 필연적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