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김은영의 '그림생각'
[김은영의 '그림생각'](148) 바둑 |2016. 03.17

요 며칠 사이 최대의 화제는 단연코 알파고와 바둑, 아니 이세돌이었다. 천개가 넘는 컴퓨터가 결합된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 알파고에 맞서 홀로 광야에 선 듯 고군분투하며 고도의 집중력과 초인적인 의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주었던 이세돌기사는 이제 우리 인류에게 전설이자 역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겨뤘던 다섯 번의 대국은 역사적…

[김은영의 '그림생각'] (147) 비례 |2016. 03.10

비례대표, 여성 몫 비례, 청년 비례 등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어휘 가운데 하나가 ‘비례’인 것 같다. 어쩌다보니 최근 정치 현장에서 빈번히 오르내리지만 ‘비례’는 서양 미술, 특히 완전하고 아름다운 형태를 추구하고자 했던 그리스미술에서 중요한 개념이었다. 눈에 보이는 대상을 모방하고 재현하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했던 그리스미술은 이를…

[김은영의 '그림생각' (146) 귀향]아픈 역사에 대한 눈물겨운 위로 |2016. 03.03

히틀러의 나치시대가 저질렀던 ‘홀로코스트’를 인류가 망각할 수 없게 한 것은 그 역사적 사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가 지금도 계속 제작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쉰들러 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피아니스트’ 등의 영화는 악령에 홀린 광기의 시대에 대한 나치 독일의 역사적 책임을 통감하게 했다. 일본이 일제시대의 만행에 대해 끊임없이…

김은영의 '그림생각' (145) 선량 |2016. 02.25

4·16 총선을 앞두고 도심의 건물은 국회의원 예비 후보들의 출마를 선언하는 현수막으로 덮여있고 언론 매체에서도 자신을 내세우는 열띤 목소리들로 드높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리더를 찾아야하는 정치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이상적인 지도자의 조건으로 인격의 원만함이나 덕성 등을 요구합니다만, 인격이 고결한 것과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김은영의 '그림생각' (144) 반려견 |2016. 02.18

바야흐로 우리나라도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가구가 천만 명을 넘어섰다 한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 꼴로 반려동물과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자녀들의 성장 스토리 붐에 이어 먹방/쿡방 유행과 함께 최근엔 반려견 관련 프로그램이 대세다. 반려견에게 식사와 배변 훈련을 시키는 ‘반려견 행동 전문가’가 나오는 ‘개밥 주는 …

김은영의 '그림생각' (143) 모성 |2016. 02.04

살아가면서 우리를 슬프게 하거나 기쁘게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그 수만 가지 정서를 한 줄로 정리할 수 있는 건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한 편의 수필 때문인 것 같다. 안톤 슈낙이 나열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정말 우리들 마음을 덩달아 부서지게 했다. 그가 말한 슬픔의 첫 머리는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다. 수필이 강렬해서인지 나의 본능적…

김은영의 '그림생각' (142) 설국 |2016. 01.28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소설의 첫 문장만으로도 기억 속에 오래도록 새겨질 가와바다 야스나리(1899∼1972)의 소설 ‘설국’은 이렇게 시작된다. 작품 속 배경을 직접 가보기 전까진 “같은 일본 땅일 텐데 ‘국경의 긴 터널…’이라는 표현은 과장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기도…

김은영의 '그림생각' (141) 옛 풍경 |2016. 01.21

딸아이와 즐겨보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함께 시청하면서 모처럼 세대 공감을 느꼈다. 30여 년 전 유행했던 가수 김창완의 ‘청춘’이나 이문세의 ‘소녀’ 를 함께 따라 부르면서였다. 서로 “어떻게 이 노래를 아느냐?”며 놀라워했다. 청춘이 떠나갈까 안타까워하며 ‘청춘’의 노래를 부르던 때야말로 푸르던 청춘이었음을 그때는 몰랐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

김은영의 '그림생각' (140) 사다리 |2016. 01.14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가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언어는 그 자체로 우리들 삶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다. 지난 해에 이어 새해 벽두부터 언론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가 ‘헬조선’ 혹은 ‘수저론’이다. 희망을 기약할 수 없는 청춘들의 좌절이 투영된 단어다. 그런 상황에서도 한 점의 그림에서 잠시…

김은영의 '그림생각' (139) 플란더즈의 개 |2015. 12.24

미션 스쿨인 여고에 다니면서 어느 해 성탄절을 앞두고 친한 친구 전도로 교회에 갔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성가대 지휘를 하는 교회 오빠를 좋아했었다. 당시 여학생들에게 ‘교회 오빠’는 로망이었다. 성탄절 즈음의 축제와 같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또 마음에 둘 ‘교회 오빠’가 없어서였을까. 나의 신앙은 더 이상 자라지 못했고,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

김은영의 '그림생각' (138) 복면 |2015. 12.10

최근 ‘복면 금지법’을 둘러싼 대립으로 복면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는 것 같다. 현대인들은 문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의식하지 못한 채 일상이 기록되고 감시당하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복면을 쓴다는 것은 이런 감시로부터 벗어나려는 소극적인 방어에서부터 출발했을 것이고 얼굴을 감추는 익명성 대신 과감한 표현의 자유를 얻으려는 심리 때문일 것이다. 나…

김은영의 '그림생각' (137) 조용필 콘서트 |2015. 12.03

“내 영혼이 떠나간 뒤에/행복한 너는 나를 잊어도/어느 순간 홀로인 듯한/쓸쓸함이 찾아올 거야//바람이 불어오면 귀 기울여봐/작은 일에 행복하고 괴로워하며/고독한 순간들을 그렇게들 살다 갔느니/착한 당신 외로워도/바람 소리라 생각하지 마…”〈조용필 노래 ‘바람이 전하는 말’중에서〉 생각해 보면, 살면서 나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거나 스스로를 위해 선물한 …

김은영의 '그림생각' (136) 역사 |2015. 11.19

역사학자들은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역사의 반복성’을 든다. 오늘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일의 선례는 이미 지나간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경우가 많기에 역사를 교훈 삼아 미리 대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교과서 국정화 반대와 노동개혁, 청년 실업과 빈부 문제 해결을 외치는 시위 등을 보아도 ‘반복하는 역사’를 떠올리…

김은영의 '그림생각' (135) 하늘을 걷는 남자 |2015. 11.12

한 시간을 달콤하게 보내려면 아이스크림을, 하루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한편의 영화를, 일주일을 산뜻하게 누리려면 이발을 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내게 영화 한편은, 어떤 경우엔 한 달 이상 그 감흥이 지속되기도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감독·로버트 저메키스)가 그럴 것 같다. 무모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한 한 남자의 끝없는 도전을 보…

김은영의 '그림생각' (134) 기원 |2015. 11.05

지난 주말 친구 따라 교회 바자회에 다녀왔다. 팥죽과 수제 돈가스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찐빵과 꽈배기튀김은 후식, 두 손엔 김치 등 먹을거리를 바리바리 들고 나서니 잔치 집 마실 다녀온 듯 마냥 즐거웠다. 내 마음 속 종교는 따로 있지만, 신앙이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언제부턴가 교회 법당 성당 그 어느 곳엘 가도 똑같이 마음이 편안하다. 절로 마음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