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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김은영의 '그림생각' (138) 복면 |2015. 12.10

최근 ‘복면 금지법’을 둘러싼 대립으로 복면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지는 것 같다. 현대인들은 문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의식하지 못한 채 일상이 기록되고 감시당하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복면을 쓴다는 것은 이런 감시로부터 벗어나려는 소극적인 방어에서부터 출발했을 것이고 얼굴을 감추는 익명성 대신 과감한 표현의 자유를 얻으려는 심리 때문일 것이다. 나…

김은영의 '그림생각' (137) 조용필 콘서트 |2015. 12.03

“내 영혼이 떠나간 뒤에/행복한 너는 나를 잊어도/어느 순간 홀로인 듯한/쓸쓸함이 찾아올 거야//바람이 불어오면 귀 기울여봐/작은 일에 행복하고 괴로워하며/고독한 순간들을 그렇게들 살다 갔느니/착한 당신 외로워도/바람 소리라 생각하지 마…”〈조용필 노래 ‘바람이 전하는 말’중에서〉 생각해 보면, 살면서 나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거나 스스로를 위해 선물한 …

김은영의 '그림생각' (136) 역사 |2015. 11.19

역사학자들은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역사의 반복성’을 든다. 오늘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일의 선례는 이미 지나간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경우가 많기에 역사를 교훈 삼아 미리 대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교과서 국정화 반대와 노동개혁, 청년 실업과 빈부 문제 해결을 외치는 시위 등을 보아도 ‘반복하는 역사’를 떠올리…

김은영의 '그림생각' (135) 하늘을 걷는 남자 |2015. 11.12

한 시간을 달콤하게 보내려면 아이스크림을, 하루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한편의 영화를, 일주일을 산뜻하게 누리려면 이발을 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내게 영화 한편은, 어떤 경우엔 한 달 이상 그 감흥이 지속되기도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감독·로버트 저메키스)가 그럴 것 같다. 무모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한 한 남자의 끝없는 도전을 보…

김은영의 '그림생각' (134) 기원 |2015. 11.05

지난 주말 친구 따라 교회 바자회에 다녀왔다. 팥죽과 수제 돈가스로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찐빵과 꽈배기튀김은 후식, 두 손엔 김치 등 먹을거리를 바리바리 들고 나서니 잔치 집 마실 다녀온 듯 마냥 즐거웠다. 내 마음 속 종교는 따로 있지만, 신앙이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언제부턴가 교회 법당 성당 그 어느 곳엘 가도 똑같이 마음이 편안하다. 절로 마음모…

김은영의 '그림생각' (133) 피아노 |2015. 10.29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가 ‘폴란드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이 내내 화제다.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결심하고 쇼팽 콩쿠르를 준비했다는 조성진씨의 인터뷰를 접하면서 오래전 보았던 영화 ‘피아니스트’(로만 폴란스키 감독)가 동시에 겹쳐진다. 영화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유대계 폴란드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

김은영의 '그림생각' (132) 멘디니 |2015. 10.22

“…/허리가 아프니까/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꽃도 열매도, 그게 다/의자에 앉아있는 것이여//…사는 게 별거냐/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의자 몇 개 내 놓는 거여.” 〈이정록 작 ‘의자’중에서〉 허리가 아픈 것은 아니지만 어느 곳에서든 의자를 만나면 한번 앉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쩌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신세지는 가구가 의자이기 때문…

김은영의 '그림생각' (131) 적벽 |2015. 10.15

얼마 전, 화순 적벽에 다녀왔다. ‘조선 10경’ 중의 하나로 꼽힐 만큼 경치가 뛰어나다는 화순 적벽이 개방된 지 꼭 1년만이었던 것 같다. 뜻밖에도 험하고 굽이도는 산길이어서 심한 버스멀미로 조금 고생스러웠지만 화순 적벽은 말 그대로 비경이었다. 넘실거리는 호수, 7km에 이르는 병풍처럼 길게 펼쳐진 절벽, 과연 중국 양쯔강의 적벽과 비견되어 이름 붙여질…

김은영의 '그림생각' (130) 가을 |2015. 10.08

“가을이구나!/…/우리의 정신을 고문하는/우리를 무한 쓸쓸함으로 고문하는/가을, 원수 같은. //나는 이를 깨물며/정신을 깨물며, 감각을 깨물며/너에게 살의를 느낀다/가을이여, 원수 같은.” 〈정현종 작 ‘가을, 원수 같은’ 중에서〉 가을날이 얼마나 사무치게 좋았으면 고문, 살의, 원수와 같은 역설의 단어를 추려냈을까? 감정을 간수하지 않아도 되는 시인…

김은영의 '그림생각' (129) 발레 |2015. 10.01

지난 주, 광주시립발레단이 공연한 ‘차이콥스키, 그가 사랑한 발레’를 관람했다. 고전 발레답게 남녀 무용수들의 화려한 동작과 특히 발레리노의 중력을 거스르는 힘찬 도약 등 멋진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그간 여성 무용수의 보조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던 발레리노에 대한 나의 편견이 깨지면서 고난도의 테크닉에 더욱 열광했던 것 같다. 사실 무용사에서 발레는 남성…

김은영의 '그림생각' (128) 가을 안개 |2015. 09.24

“안개 속을 걷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덤불과 돌은 모두 외롭고/수목들도 보이지 않는다/모두가 혼자이다/…/안개 속을 걷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살아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사람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모두가 혼자이다”〈헤르만 헤세 작 ‘안개 속에서’중에서〉 아침 출근길, 안개가 자욱해서 가을 안에 들어와 있음이 느껴진다. 안개 낀 날이면 지금도 반사…

김은영의 '그림생각' (127) 삼천배 |2015. 09.17

무엇을 선망하거나 이루고 싶은 일들이 줄어들면서 새삼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카이사르의 말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인간’이라지만 보고 싶지 않은 현실까지도 직시하게 되고, 그동안 무심하게 넘겼던 것을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는 점도 나이가 주는 미덕이라 생각하고 싶다. 지난 주말 강진·해남 곳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

김은영의 '그림생각' (126) 난민 |2015. 09.10

파도에 실려 터키의 바닷가로 떠밀려온 세 살 시리아 난민 꼬마의 시신 사진 한 장이 온 세상을 울리더니 그 ‘울림’의 파장이 널리 퍼지고 있다. 어린 꼬마 한 명이 타인의 삶에 무심했던 우리를 일깨우고, 사람들의 인도주의를 눈뜨게 한 것이다. 최근 미술에서도 난민 문제는 중요한 이슈다. 올 봄에 개막한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황금사자상 수상작도 …

김은영의 '그림생각' (125) 그림 값 |2015. 09.03

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는 그 작품이 매매되었어야 한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누가 샀던 적도, 팔았던 적도 없어 돈으로 매길 수는 없지만, 가장 비쌀 것 같은 그림으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모나리자’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해 한 프랑스 언론이 ‘모나리자’를 팔면 국가채무를 줄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

김은영의 '그림생각' (124) 불안 |2015. 08.27

쌀 세 가마, 라면 세 박스. 지난 주말 팔순의 시어머니께서 비축해놓으라며 당부하신 목록이다. “전쟁 겪어봐서 안다. 전쟁 일어나면 식량이 있어야 안 굶어 죽어야….”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초긴장이라는 뉴스를 접하면서도 ‘설마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겠어.’ 했던 안이한 마음이 슬며시 불안해졌다. 우선 라면 한 박스를 ‘사재기’해 두었다. 다행히 남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