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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그림생각'
김은영의'그림생각' (163) 수박 공재 |2016. 07.28

올해 여름을 폭염과 가마솥더위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미진한 것 같다. 급기야 불타는 태양의 열기를 돔 아래 가둬놓은 듯한 ‘열돔’이라는 최상급의 단어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허름해진 기억력 탓일까. 어린 시절 여름날은 아무리 더워도 선풍기 바람 아래 시원한 수박을 한 입 베어 먹으면 여름나기가 족했다. 조금 더 호사를 부려 얼음 동동 띄운 수박화채 한 그…

[김은영의 그림생각](162) 니스 |2016. 07.21

프랑스 동남부 지중해 해안선을 따라 길게 펼쳐진 해변을 프랑스어로 코트 다 쥐르(c?te d’azur)라 한다. ‘쪽빛의 해안’이라는 뜻의 이 해변은 깐느, 앙티브, 방스, 모나코, 니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풍광이 연상되는 도시들이 줄지어있다. 수년 전 미술관 투어를 위해 들렀던 니스의 해변에서 쪽빛의 짙고 연한 다채로운 색상의 스펙트럼을 마주…

[김은영의 그림생각] (161) 모기 |2016. 07.14

“맹호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모기 한 마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단다…”〈정약용 작 ‘증문(憎蚊)’중에서〉 2백여 년 전 다산이 토로했듯, 여름 나기를 힘들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모기 인 것 같다. 비를 좋아해서 기다렸던 …

[김은영의 '그림생각'] (160) 화가 타고르 |2016. 07.07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빛나던 등불의 하나 코리아/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될지니” 〈타고르 작 ‘동방의 등불’〉 아시아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인도의 타고르(1861∼1941)가 발표한 한 편의 시는 일제강점 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우리에게 무한한 격려와 사랑, 용기를 주었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우리들 마음속엔 ‘동방…

[김은영의 '그림생각' (159) 전쟁 일기] 빽빽한 피난 행렬 뒤로 속절없이 막막한 하늘 |2016. 06.23

6월이 일주일 여 남았다.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지 않고 6월을 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가슴 아픈 민족의 역사이고, 한국인들에게 통한의 기억을 남긴 사건이니 말이다. 한국전쟁은 동족상잔과 이산이라는 처절한 슬픔을 만들고 개개인의 삶을 뿌리째 흔들고 말았다. 그 비극은 때로 미술작품으로 기억된다. 우리의 근대미술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

김은영의 '그림생각' (158) 유월 |2016. 06.16

“유월이 오면/향기로운 풀섶에 그대와 함께 앉아 있으리//솔바람 부는 하늘에 흰 구름이 지어놓은/눈부신 궁전을 바라 보리//그대 노래 부르고 난 노래를 짓고/온종일 달콤하게 지내리//풀섶 위 우리들의 보금자리에 누워/오, 인생은 즐거워라! 유월이 오면”〈로버트 브리지스 작 ‘유월이 오면’〉 순전히 이 한편의 시를 좋아해서 유월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이…

[김은영의 그림생각](157) 추한 욕망 |2016. 06.09

요즘은 세상 뉴스를 접하는 게 두렵다. 추한 욕망으로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상처와 폭력을 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욱이 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폭력은 두려움을 넘어 증오를 느끼게 한다. 서양미술에서 화가들은, 그 유명한 ‘다윗과 밧세바’, 구약성서 속 ‘수산나와 두 노인’ 등 역사나 신화 속 스캔들이나 사건을 화면에 담아 후세에 경종을 울리기도…

[김은영의 '그림생각' (156) ‘율리시즈의 귀환’]페넬로페의 ‘10년 망부가’ 애틋 |2016. 06.02

지난 주말, 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상연한 윌리암 켄트리지의 오페라 ‘율리시즈의 귀환’을 관람했다. 서울의 몇몇 지인들이 이 오페라를 위해 KTX를 타고 광주에 내려온다고 해 한달음에 달려간 것이다. 아시아문화전당 공연 관람 차 버스 대절한 서울 관객들도 눈에 띄어 마냥 반가웠다. 전형적인 클래식 오페라하고는 거리가 먼 무대장치와 가수들의 의상, 목…

[김은영의 '그림생각'](155) 불안 |2016. 05.26

알랭 드 보통(1969∼ )은 에세이집 ‘불안’에서 “우리가 현재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는 느낌, 우리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 받는 그 느낌, 이것이야말로 불안의 원천”이라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불안의 원인으로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을 꼽았고,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

[김은영의 '그림생각' ](154) 봄비 |2016. 05.12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노라…”〈변영로 작 ‘봄비’ 중에서〉 올 봄에는 유난히 비가 자주 내린다. 올해, 봄비는 연둣빛 잎새를 톡톡 두드리며 방문하는 ‘은실’ 같기도 하였다가 장맛비 같기도 …

[김은영의 '그림생각'](153) 공놀이 |2016. 05.05

어린이날 즈음해서인지 살아가면서 후회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딸아이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함께 놀아주지 못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놀이터에 간 적은 있다. 엄마랑 공놀이를 하고 싶어 했던 아이의 바람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네 태워 뒤에서 밀어주거나 혼자서 미끄럼틀을 몇 번 오르내리게 했던 것 같다. 한 번도, 아이가 놀다 지쳐 집으로 돌아가자고 할 때까지…

[김은영의 그림생각 (152) 차밭]수묵화의 현대화 … 보성 차밭이 생생 |2016. 04.28

우연히 차 씨앗을 구해 새싹 틔우는데 성공하면서 수년 전부터 차나무를 키우고 있다. 이 세상 모든 새싹이 여리고 예쁘지만 곡우 즈음에 돋아나는 차나무 어린 잎 싹의 예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마치 창처럼 뾰족한 어린 싹 하나에 그 옆으로 어린 잎 한 장과 성숙한 잎 한 장이 펼쳐있어 일창이기(一槍二旗)라 하는데, 이런 찻잎을 따서 햇차를 만든…

김은영의 '그림생각' (151) 일본 |2016. 04.21

또다시 지진이 일본을 강타했다. 일본은 그지없이 아름답지만 불안정한 자연 환경을 지닌 탓에 지진과 쓰나미, 화산 폭발 등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일본 후지산 인근에서 미세 지진 발생 건수가 급증하면서 일본 열도가 긴장하더니 최근 규슈 지방 지진에 이어 아소산 폭발 우려까지 겹쳐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듯하다. 일본 발 지진이나 화산 …

[김은영의 '그림생각' (150) 나비]새 봄의 전령사 … 전생이 채향사였나 |2016. 04.07

젊은 날엔 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젊음의 에너지와 패기로 분주했던 그 날들은 꽃보다 예쁘고 마음 끌리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었던가. 자연에 마음 두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것 일게다. 노랑꽃들이 분홍 꽃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릴레이로 피어나는 봄꽃의 향연을 느낄 수 있는 이 순간이 축복이라 여겨진다. 일호 남계우(1811…

[김은영의 그림생각] (149) 안개 |2016. 03.31

스스로 사대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는 “선진 외국이라면 어땠을까?” 하며 자주 견주어 보곤 한다. 그럴 때면 나 자신 어쩌면 뼛속 깊은 사대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 4·13 총선을 앞두고, 겉으로는 민생과 경제와 국민을 내세우면서 속마음은 오로지 국회에 입성하려는 권력의지만 가득한 후보들과 어지럽게 이합집산하는 정당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