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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의 세상만사
AC 원년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2020. 06.25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표현을 잠시 빌리자면, 올해는 에이시(AC: After Corona) 원년(元年)이다. 이제 다시는 비시(BC: Before Corona) 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들 말한다. 과연 그렇다.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일상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그게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은 아닐 것이다.…

경상도는 어쩌다 섬이 되었을까 |2020. 05.28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이 지난주 토요일 봉하마을에서 엄수됐다. 이날은 노 전 대통령 기일(忌日)이었다. 그가 홀연히 떠난 지 어느덧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남는 세월이 훌쩍 지나간 것이다. 추도식에 참석한 이들은 저마다 ‘노무현 정신’을 기렸다. 그들이 말하는 ‘노무현 정신’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반칙과 특권으로 점철된 기득권 …

가슴 졸였던 그날 밤도 이젠 추억이 되고 |2020. 04.30

벌써 추억이 된 것인가. 겨우 2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그날 밤. 그렇게 바작바작 맘을 졸여 본 적이 또 언제 있었던가. 내 가족이 출마한 것도 아니요 예전처럼 맛있는 닭죽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세상에. 그저 몇몇 후보들의 낙선을 간절히 바라며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니. 놀라운 건, 의외로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4·15 총선 호남의 선택은? |2020. 04.09

우선 옛날이야기 하나 듣고 가자. ‘바리데기’라고 하는 우리 무속 설화다. 오구대왕은 아들이 왕위를 이었으면 했다. 하지만 일곱 번째 자식도 딸이었다. 칠공주의 막내인 바리데기가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도 바리데기가 됐는데 여기에서의 ‘데기’는 ‘부엌데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다.) 그러나 버려진 바리데기는 어…

멧돝 잡으려다 집돝까지 잃을라 |2020. 03.19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일을 하려다 목적도 이루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것조차 다 잃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구럭은 ‘새끼로 그물처럼 떠서 만든 그릇’이다. 한데 이 속담은 어떻게 해서 생겨났을까. 먼저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겠다. 어떤 어부가 게를 잡으러 나갔다가 조금만 더 잡으려고 욕심을 부리는 사이 밀물이 밀려온다. 어부…

아, 코로나 코로나! |2020. 02.27

‘아, 코로나 코로나!’ 이렇게 제목을 정해 놓고 보니 아주 오래된 옛 노래(올드 팝송) 하나가 생각난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세환이 번안해 부르기도 했던 ‘코리나 코리나’. 노랫말에 수십 번 나오는 ‘코리나’는 꿈에도 잊지 못하는 사랑하는 연인의 이름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모두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는 꿈에서라도 볼까 두려운 악마의 이름이…

쥐뿔도 모르면서 탱자탱자한다면 |2020. 02.06

(오늘의 이 글에는 청소년이 읽기에 다소 부절적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주의가 요망됩니다. 다만 학문적인 호기심 차원의 접근은 허용하며, 19세 미만의 경우 부모님의 적절한 지도가 필요함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도 모르는 놈이 송이버섯 따러 왔다’는 말이 있다. 남성의 생식기와 송이버섯의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한 말일 것이다. ‘불알도 모르는 …

제멋대로 상상해 본 ‘4월 총선’ |2020. 01.16

회자정리(會者定離)란 말이 있다. 사람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거자필반(去者必返)이란 말도 있다. 떠난 자는 언젠가 돌아온다는 뜻이다. 모두 불경(佛經)에 나오는 말이다. 그래서 스님이었던 한용운도 ‘임의 침묵’에서 그리 노래했던 것일 게다.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21대 총선이 3개월 앞…

단식은 아무나 하나 |2019. 12.10

침어낙안(沈魚落雁)은 미인(美人)을 형용(形容)하여 이르는 말이다. 어찌나 미모가 뛰어났던지 물고기가 부끄러워 물속으로 몸을 감추고, 날던 기러기는 날갯짓을 잃은 채 그만 땅에 떨어진다는 뜻이다. 폐월수화(閉月羞花)란 말도 있다. 달은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고, 아름다운 꽃마저 가만히 잎을 말아 올려 제 몸을 감출 정도라는 것이다. 이는 모두 중국의 4대…

나도 당신처럼 골프나 치고 싶다 |2019. 11.12

정보요원에게 쫓기는 꿈을 꾸었다. 숲속으로 도망치는데 희끄무레한 건물이 보인다. 아마도 화정동 안기부 청사인 듯하다. 건물 안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들린다. 틀림없이 반체제 인사나 운동권 학생이 붙잡혀 고문을 받고 있을 것이었다. 한참 쫓기다 가까스로 잠에서 깼다. 전두환 시절 그곳에 연행돼 작은 고초를 겪은 지 벌써 40년이 되어 가는데, 얼…

‘시대의 스승’ 이들을 기억하라 |2019. 10.15

광주 시민이라면 무등산 자락에 있는 춘설헌을 한 번쯤 가 보았을 것이다. 이곳의 주인은 세 번 바뀌었는데 모두 이 시대의 선각자들이었다. 첫 번째 주인은 석아(石啞) 최원순(1896~1936), 두 번째 주인은 오방(五放) 최흥종(1880~1966), 그리고 마지막 주인이 의재(毅齋) 허백련(1891~1977)이었다. 택호(宅號) 또한 석아정(石啞亭)에서 …

만약 청문회가 열렸다면… |2019. 09.24

박광태 전 광주시장 재직 시절 이런 일이 있었다.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어쨌든 국제대학스포츠연맹 실사단에 잘 보여야 했다. 광주로 들어오는 관문인 호남고속도로 동림 나들목을 비롯해 빛고을로·무진로·농성광장 등 실사단이 거쳐 갈 주요 길목에 꽃잔디를 심기 시작했다. 광주역 광장의 멀쩡한 잔디도 파헤쳐지고 꽃잔디로 옷을 갈아입었…

자식이 뭐길래 |2019. 08.30

여름휴가 기간에 ‘천년의 질문’을 읽었다. 조정래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재벌 비자금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사주간지 기자를 중심으로 입법·사법·행정을 비롯해 재벌과 언론 등이 온통 부패의 고리로 엮인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마치 김지하의 담시 ‘오적’(五賊)이 소설로 되살아난 듯했다. ‘오적’이 세상에 처음 나온…

우리가 무슨 동네북인가 |2019. 08.09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좀 뜨악하긴 했다.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 대통령의 이 말씀, 분명 맞는 말이긴 한데 찜찜하다. 왜 그럴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제 침략으로 목 앞에 칼이 들어오는 이 위급한 때에 너무 한가한 말씀 아닌가. 그래도…

일제, 사지도 말고 팔지도 말고 |2019. 07.19

우리 독립군 간부의 처형 장면. 목을 치기 전 뒤편에 일본군의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또 다른 사진. 옷이 벗겨진 여인은 온몸이 상처투성인데, 목은 잘려 있고 얼굴은 등 뒤로 돌려져 있다. 베어 낸 독립군 병사의 머리를 공중에 높이 매달아 놓은 사진도 있다. ‘이것이 일본의 실체다’. 본 칼럼의 독자 한 분이 며칠 전 누군가의 글과 사진을 보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