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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의 세상만사
[이홍재의 세상만사] ‘엄니, 고맙고 미안하요!’ |2019. 05.31

5·18 민중항쟁이 일어나기 두 해 전이다. 우리는 졸업 기념으로 뭔가 특별한 것을 하기로 했다. “다 같이 무대에 오르자.” 결론은 쉽게 났다. 연극 공연을 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우리 과(科)에는 연극반 활동을 하던 친구들이 꽤 있었으니 당연한 결정이었다. 주인공을 맡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온 배역은 평범한 ‘할아버지’였다. 연출을 맡은 그 친구는 …

[이홍재의 세상만사] ‘하나님!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2019. 05.02

과거 ‘학원’이란 인기 잡지가 있었다. 학생 교양지였는데 나이 든 문인이라면 그 이름만 들어도 아련한 추억에 잠기지 않을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학원’은 당시 수많은 문학 지망생들을 발굴해 키우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완도 출신 시인 김만옥(1946∼1975)도 중학생 시절부터 벌써 이 잡지에 많은 시와 산문을 게재했다. 지금은 원로가 된 같은 연배의…

[이홍재의 세상만사] 그래도 전라도가 키운 전라도 기업인데… |2019. 04.12

빨간색 줄무늬에 거북이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언제 어디에서나 그 거북이가 눈에 띄면 반갑기 그지없었다. 신병 훈련소에서 호남고속도로를 달려가는 ‘거북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고향이 그리워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는 이도 있었다. 거북이는 그만큼 우리 전라도 사람들에게는 아주 친근한 존재였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처음으로 서울 구경을 간 적이 있다.…

[이홍재의 세상만사] 나는 보았다! 그녀의 민낯을 |2019. 03.21

한때는 이 여자 참 맘에 들었었다. 얼굴이 예뻐서였을까. 솔직히 말하면 뭐 그런 이유도 없진 않았겠지. 한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으니 일찍이 가수 남진이 말하지 않았나.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그녀는 곱상한 생김새마냥 마음도 퍽 고울 것이라 짐작했었다. 그런 짐작은 감춰졌던 그녀의 비밀이 알려지면서 점차 확신으로 굳어졌다.…

[이홍재의 세상만사] 일찍이 이런 인간은 없었다 |2019. 03.01

“일찍이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최근 다양한 패러디물(parody物)을 양산하며 유행어로 자리 잡은 영화 대사다. 극우 세력의 잇단 망언(妄言)과 망동(妄動)을 보면서, 여기에 또 다른 패러디 하나를 추가한다. “일찍이 이런 몰지각한 인간은 없었다. 이자들은 사람인가 괴물인가.” 삼일절이다. 100년 전 오늘. 우리 국민은 남녀노…

[이홍재 세상만사] 돼지는 왜 죽어서도 웃는 낯일까 |2019. 02.08

엊그제 떡국을 먹었으니 또 한 살을 더 먹었다. 옛날엔 떡국 국물을 만들 때 부유한 집에선 꿩고기, 없는 집에선 닭고기를 많이 썼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설날은 음력으로 새해 첫날이다. 이날 아침 아이들은 설빔을 곱게 차려입고 집안 어른 및 친지들에게 세배를 한다. 설빔은 새해를 맞이하여 설날에 입는 새 옷인…

[이홍재의 세상만사] 영화 ‘말모이’의 감동과 여운 |2019. 01.18

“꽃아 꽃아 아들 꽃아 오월의 꽃아/…/ 망월동에 너의 넋이 쓰러졌어도/ 꽃아 꽃아 아들 꽃아 다시 피어나라.” ‘노래하는 스님’으로 유명했던 정세현(법명: 범능)이 생전에 불렀던 ‘꽃아 꽃아’란 노래다. 정세현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은 이후 스님이 되기 전까지 한때 운동권 가요 작곡자이자 민중가수로 활동했다. 이 노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언론…

[이홍재의 세상만사] ‘눈을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라’ |2018. 12.21

연말이고 하니 오늘은 그리 무겁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싶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부담 없는 이야기로 뭐가 좋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한 가지 신드롬을 떠올린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프레디 머큐리란 이름의 가수도 알지 못했다. 그래 처음 제목만 들…

[이홍재의 세상만사] ‘나는 이렇게 속았다’ |2018. 11.30

최근 광주시 산하 어느 기관장은 이상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를 건 이는 ○○기자 클럽의 아무개 기자라 했다. 그는 대뜸 무슨 책을 사 달라고 했다. 말투가 아주 강압적이었다. 그러나 그 기관장은 금방 눈치를 채고 점잖게 나무랐다. 전화 속의 남자는 슬그머니 수화기를 내려놨다. 언론사 난립 속에 ‘게나 고동이나’ 기자랍시고 나대는 세상이긴 하다. 한데…

[이홍재 세상만사] ‘달랑 두 칸’ 그래도 꼭 필요하다면! |2018. 11.09

‘십년공부(十年工夫) 도로 아미타불’이란 말이 있다. 고생만 하고 아무 소득이 없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무아미타불은 산스크리트어라고도 하는 범어(梵語)의 ‘나마스 아미타바’(Namas Amitabha)에 기원한다. 나마스(Namas)는 ‘두 손을 마주 대고 머리를 조아려 경배하다’라는 뜻이다. 지금도 인도나 네팔에 가면 ‘나마스테’라는 인사말…

[이홍재의 세상만사]비엔날레-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2018. 10.19

비엔날레, 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민화를 몇 년째 배우고 있는 그녀가 얼마 전 직접 그린 작품 한 점을 보내왔다. 그림 속에는 풍염(豊艶)한 모란 몇 송이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시(詩)도 쓰는 그녀가 굳이 모란을 택한 것은 ‘찬란한 슬픔의 봄’을 마냥 기다렸던 시인 영랑을 좋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없이 사는 내가…

[이홍재의 세상만사] 이제 그런 일은 또 없겠지 |2018. 09.21

엊그제 봤을 땐 꽃대들만 덜렁 솟아 있었던 것 같다. 한데 하룻밤 사이에 어찌 저리도 곱게 피어난 것일까. 출퇴근길, 화사한 꽃무릇이 금파공고 담장을 따라 나지막한 언덕을 온통 빨갛게 물들였다. 꽃이라고 어찌 귀가 없을까. 저들도 아마 남북 정상이 얼싸안고 70년 적대 관계를 완전 청산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게지. 두 정상이 손을 마주잡고 백두산 천지에 오른…

[이홍재의 세상만사] 예전엔 우리가 미처 몰랐던 것들 |2018. 08.31

“장난감을 받고서는/ 그것을 바라보고 얼싸안다 기어이 부숴 버리고/ 내일이면 벌써 장난감을 준 사람조차 잊어버리는/ 아이처럼// 당신은 내가 드린 마음을 귀여운 장난감인 양/ 조그만 손으로 가지고 놀 뿐/ 내 마음 고뇌에 떨고 있는 걸 살피지 않네”(헤르만 헤세의 ‘아름다운 사람’) 이 시(詩)를 보면 사람들은 70년대 초 가수 서유석이 불러 크게 히트했…

[이홍재의 세상만사] ‘바람 앞의 촛불’ 공기업 수장들 |2018. 08.03

옛날에 술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정직하고 공손한 데다 좋은 술을 만드는 재주도 있었지만 술이 시어지도록 팔리지 않았다. 나중에 이유를 알아보니 집안에 사나운 개가 있기 때문이었다. ‘사나운 개가 있으면 술이 시어진다’는 구맹주산(狗猛酒酸) 혹은 맹구지환(猛狗之患)의 고사(故事)다. 요즘 날씨 참 덥다. 푹푹 찐다. 마치 찜통 속에 들어온 듯하다. 대지는…

[이홍재의 세상만사] 꿈의 그라운드 “심장이 터져도 좋았다” |2018. 07.13

어릴 적 시골 마당에서 돼지 오줌보(방광)에 바람을 넣은 공을 발로 툭툭 치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축구공이 없거나 드물던 시절, 옛날 세대들은 실제로 그렇게 돼지 오줌보 공으로 축구를 했다. 공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했다. 먼저 돼지 오줌보에서 오줌을 빼내고 밀짚대 같은 것으로 바람을 넣은 뒤 끄트머리를 묶으면 된다. 하지만 이런 풍선 모양의 형태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