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착취에 증거 없애려 강제출국 시도라니
2026년 03월 12일(목) 00:20
얼마 전 고흥 굴 양식장에 배치된 외국인 노동자가 하루 12시간 일하고도 월급으로 23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알려져 공분을 산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들을 데려온 브로커와 고용주가 노동착취 증거를 없애려고 조사를 앞 둔 이들을 협박하고 강제로 출국시키려다 적발됐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브로커와 고용주가 지난 9일 새벽 고흥군 굴 양식장에서 필리핀 계절노동자 30여명을 관광버스에 태워 인천공항으로 보내려다 메신저를 통해 도움을 요청한 계절노동자의 연락을 받은 사회단체가 현장에 출동해 제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브로커는 강제 출국을 위해 관광버스를 대절하고 필리핀행 항공권까지 예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브로커와 고용주는 고용노동부와 전남경찰청 등 관계기관이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자 자신들의 노동착취 증거를 없애려고 이같은 짓을 저질렀다. 문제는 피해자들의 고발로 사건이 알려진 뒤에도 이들을 가해자 측과 접촉이 가능한 사업장에 그대로 둬 협박을 당하게 하고 급기야 강제 출국 위기에 놓이게 했다는데 있다.

계절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 사건은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고질적인 문제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번 고흥 사건은 임금 착취를 넘어 강제 출국으로 범죄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너무 나쁘다. 경찰은 가해자에 대한 신속한 수사로 죄를 묻고 고흥군 등 관계기관은 계절노동자에 인권 실태조사를 통해 근절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남은 외국인 계절노동자가 많아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지역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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