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마을 지금 살만한가] <2>이 마을에선 청년도 못산다
청년마을만 있고 인프라 없어…청년들, 결국 떠난다
주거·교통·안정적 일자리·수익 구조 문제로 장기 체류 어려워
체류 프로그램·문화 활동으론 한계…기본 생활여건 개선돼야
2026년 03월 04일(수) 20:25
강진 청년마을 ‘어나더랜드’에서 청년마을 공유주거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했던 ‘성화객잔’. 현재는 강진청년협동조합 ‘편들’이 넘겨받아 ‘그라제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큰 꿈을 안고 광주·전남에서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꾸렸던 운영자들은 “청년을 끌어모으기에는 기본적인 인프라부터 한계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남 곳곳에 조성된 청년마을이 다양한 체류 프로그램과 공동체 실험을 통해 외부 청년들을 지역으로 불러모으려고 했지만 교통과 주거, 일자리 등 지역 내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아 사업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청년이 머물 공간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결국 지역에서 먹고 살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않으니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신안 청년마을 ‘주섬주섬마을’을 운영했던 이찬슬 대표는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년이 오지 않는 게 아니라 오더라도 살 방법이 없는 구조”라고 했다.

주섬주섬마을은 안좌도 와우마을 일대의 빈집과 폐교 등을 활용해 청년 체류 거점과 문화·창업 공간을 조성한 프로젝트다. 앵무새 행동훈련사였던 이 대표는 폐교를 직접 리모델링해 ‘우실동물숲’ 공간을 만들고 공방과 스튜디오, 책방 등을 운영하며 청년들이 상점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일자리 기반을 마련했다.

빈집을 수리해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섬티아고 순례길’을 활용한 트레킹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걸음 수만큼 기부금을 적립해 신안 보육원에서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같은 성과에도 결국 청년들을 장기 정착시키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이 대표 설명이다. 이 대표는 “청년들이 섬 생활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에는 관심을 보였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나 수익 구조가 마련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머무르기 어렵다”며 “섬 지역은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부족해 청년들이 생활 기반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진 청년마을 ‘어나더랜드’를 운영했던 전지윤 대표도 지역 생활 인프라의 한계를 직접 체감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2020년 강진에 처음 살기 시작했을 때 면허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버스 노선과 번호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 처음에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현지 주민들은 버스 기사 얼굴을 보고 버스 번호를 구분해 탈 정도였다”며 “배차 간격도 알 수 없어 장날에는 주민들이 버스가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생활 인프라의 한계는 의료 분야에서도 드러났다.

강진 청년마을의 경우, 강진 내에 출산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어 임신 기간 내내 광주까지 이동해 진료를 받아야 하는 등 불편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출산 이후에도 아이가 아플 경우 강진에서는 입원 치료가 어려워 해남이나 목포 등 인근 도시로 이동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년마을 사업을 추진해도 실제 외부 청년이 정착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것이 운영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영암 청년마을 ‘달빛포레스트’의 경우, 비어있는 양곡 창고와 주택 등 유휴공간을 활용해 사무공간과 숙소 등으로 개조했고, 쓰레기없는 로컬영화제 ‘숲숲환경영화제’ 개최, 로컬푸드를 활용한 음식만들기, 영암 반딧불이 축제 개최 등 지역의 환경과 생태, 문화 콘텐츠를 선보여 최대 2000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불러모으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12월 정부 지원이 종료된 이후 지금까지 영암으로 전입해 거주 중인 청년은 2명에 그쳤다.

하준호 영암 달빛포레스트 대표는 “지금까지는 자연환경에 머무는 실험을 이어왔고, 향후 시니어와 협업하는 모델을 지역 협동조합과 준비 중”이라며 “지원사업이 막 종료됐을 뿐, 올해 새롭게 자립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년마을 운영자들은 청년마을이 성과를 내려면 청년 주도의 프로그램과 함께 정부·지자체 주도로 지역의 생활 기반 등 하드웨어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영 고흥 신촌꿈이룸마을 대표는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는 것은 인생을 옮겨야 하는 큰 작업”이라며 “청년마을이 지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이 될 수는 있지만 주거와 일자리 같은 기본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부빌 언덕’이 없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강진 글·사진=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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