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같은 성장소설 혹은 사소설을 읽는 긴장과 몰입
중국 4대문학상 준마상 수상작 산문집 ‘처마에 걸린 달’ 나와
저자 이족 출신 아웨이무이뤄 …광주 교대 염창권 명예교수 감수
2026년 03월 03일(화) 15:36
저자 아웨이무이뤄. <문학들 제공>
인간의 보편적 정서는 시공을 초월해 공감의 힘이 있다. 우리 남도가 내재하는 공동체적 정서, 인간다움, 자연에 대한 애정 등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감성을 환기한다.

중국의 4대 문학상 ‘준마상’ 수상작인 아웨이무이뤄의 ‘처마에 걸린 달’(문학들)은 유년기의 기억과 공동체의 서사를 풀어낸 산문집이다.

쓰촨성 량산 출신의 이족 작가인 아웨이무이뤄는 청소년기 다양한 밑바닥 생활을 통해 자신만의 문학적 성과를 이뤘다. 작가에 따르면 그 시기는 ‘강호를 떠돌던 시절’이다. 핍진한 삶을 통해 자신만의 문학의 길로 들었던 작가는 전국소수민족문학창작 준마상 산문 부문 수상, 제10회 쓰촨문학상 특별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중국 소수민족문학의 높은 성취를 보여주는 이번 산문집은 작가의 실제 체험에서 연유한 경험적 현실이 녹아 있다.

작품집은 우리의 기성세대가 지나왔던 지난날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과 추억 등이 담겨 있어 여운을 준다.

번역은 이영남 광시사범대학 외국어학원 조선어과 교수가 맡았다. 광시사범대 중·한, 한·중 번역팀 핵심책임자로 지금까지 ‘육유의 향촌 세계’, ‘속세기인’ 등을 번역했다.

감수는 시와 시조, 동시 등을 쓰는 신춘문예 출신 염창권(광주교대 명예교수) 평론가가 맡았다

염 교수는 3일 “지난해 교환 교수로 중국에서 근무하는 중에 아웨이무이뤄 작가를 알게 됐다.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성장한 한 여성의 이야기는 중국의 현대사와 내밀한 속사정을 보여준다”며 “원고를 보고 한국 독자들에게도 소개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출판을 권유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에는 많은 소수민족이 있지만 아웨이무이뤄는 이족 출신이다”며 “번역을 감수하는 과정에서 ‘성장소설적’ 가치를 함의하는 이번 작품을 독자들을 비롯해 문인들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작품집 발간이 이뤄지기까지는 적잖은 우역곡절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출판 등에 대한 검열이 있는 중국에서 소수민족의 작가가 자유롭게 책을 펴낸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을 터였다.

송광룡 문학들 대표는 “염 교수님으로부터 ‘책을 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꼼꼼히 원고를 살펴봤다”며 “중국 소수민족 작가이지만 에세이를 소설처럼 쓸 뿐 아니라 척박한 자연과 산골 마을의 이야기를 특유의 감성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고 언급했다.

책에는 장르적 성격이 혼재된 모두 32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특히 1990년 전후로 진행된 개혁개방의 파고와 이주에 따른 두려움, 호기심 등이 공동체 사회 저변게 침윤돼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표제작 ‘처마에 걸린 달’은 향토적 서정과 상징으로 구현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다. 신체적 상징을 뜻하는 7개 단어를 중심으로 자의식 강한 소녀를 등장시켜 유년의 추억, 사람과의 이연 등을 울림 있는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작품에는 떠돌 수밖에 없는 소수민족의 현대사도 투영돼 있다. 작가는 16세 이후 보부상, 농민공으로 10여 년을 떠돌다가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 시절 경험들은 유목민들의 특유의 정서뿐 아니라 삶의 보편적 진실을 담고 있다.

“나의 반평생을 되돌아보면 공장의 작업 라인과 이용원 그리고 니트 공장의 풀기 어려운 실타래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고백에서는 고향에 대한 향수는 물론 소수자들의 아픔과 슬픔이 묻어난다.

한편 해설을 쓴 염 시인은 “개혁개방기에 도시로 이주한 청년 군상들의 애환과 고투가 한국의 도시화 시기와 20여 년의 시차를 두고 전개된다”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세대를 이어온 소수민족이 가진 인내심과 문화적 원형들, 그리고 생의 지난함을 극복하는 낙천성 등이 이 책에서 모두 읽힌다고 하겠다”고 평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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