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눈치보느라…충장로 차량 금지 ‘유명무실’
수십t급 화물차·배달 오토바이·불법 주정차 횡행…보행자 불편
동구·동부경찰, 현수막 걸고 단속 강화 홍보만…해결의지 있나
상인 합의 오후 4시~밤 10시 ‘차없는 거리’ 전남대 사례와 대조
2026년 02월 26일(목) 19:30
26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 일대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광주 충장로 일대가 ‘보행환경 개선지구’로 지정돼 차량 진입이 금지됐는데도 지자체 등의 방관으로 하루 종일 수십대 차량이 버젓이 활보하고 있다는 지적<광주일보 2월 4일 6면>과 관련, 광주시 동구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동구는 광주동부경찰 등 관계기관과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도 실질적인 보완책 없이 ‘단속 강화’라는 원론적 해결책만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지자체가 충장로 상인들의 눈치만 보느라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동구는 지난 4일, 13일 두 차례에 걸쳐 광주동부경찰, 배달플랫폼 등과 함께 충장로 일대 차량 진입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회의를 열었다고 26일 밝혔다.

동구에 따르면 충장로 1~5가 구간은 지난 2013년 ‘보행환경 개선지구’로 지정돼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수십t급 윙바디 화물차와 배달 오토바이, 탑차 등이 통행 금지 시간에 충장로 곳곳을 통행하고 있고, 더불어 단속·계도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동구는 최근 충장로 일대가 F&B(식음료) 위주 상권으로 변모하면서 물류 차량과 배달 오토바이 통행이 증가했고, 지난 1월 배달플랫폼의 쇼핑몰 서비스까지 시작되면서 통행량이 더욱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구와 경찰은 회의 결과 ‘단속 강화’만 하기로 결론낸 것으로 확인됐다.

회의 도중 이동식 볼라드를 설치하는 등 차량 통행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검토 수준의 논의만 하고 실행 계획은 세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구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통행을 차단하면 충장로 내 상인들이 물류 상·하차를 못한다며 불편을 호소할 것”이라며 “혹시나 소방차나 구급차 등 긴급 차량이 오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출동 시간이 지체되는 악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충장로를 방문한 광주 시민들은 “하나마나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반응이다. 충장로를 걷다 튀어나온 차량을 피해 다니느라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닌데, 상인 편의를 핑계로 불편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주 시민 고은별(여·24)씨는 “현수막까지 걸어놓고 충장로 일대 단속 강화를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뤄지지 않아 ‘헛구호’에 그치는 모양새”라며 “행정과 경찰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준석(23)씨도 “충장로 진출입로에 차량과 오토바이 등의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시설물 설치와 함께 단속이 시급해보인다”며 “상인들과 차량 진입 시간대를 재협의해 출입을 통제하면 이용객들의 불편을 줄이고, 상인들도 납득시킬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동구의 대처는 자체적으로 ‘차 없는 거리’를 지정해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있는 광주시 북구 용봉동 전남대 후문 상권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구는 지난 2017년부터 우치로 90번길·100번길 등 총 430m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하고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상인과 주민 의견을 반영해 이동형 시설물을 설치하고 바닥 안내 디자인을 설치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북구의 경우 상인들과 협의를 바탕으로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운영 시간대를 정하고, 시설물을 설치해 시민들에게도 ‘차 없는 거리’라는 인식을 가시적으로 심어줘 충장로와 대비되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민원과 지적이 잇따름에 따라 차량과 오토바이를 모두 제어하기 위해 어떤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이 적절할 지 검토하고 있다. 이용객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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