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핫플] ‘제주’라는 스튜디오에서… 우리 사랑 이대로 ‘저장’
[제주 ‘커플스냅’의 모든 곳]
커플들, 유명 관광지 인증샷 여행서
한 곳 머물며 시간 기록하는 여행 진화
사랑의 감정 제주 풍광에 담아 기록
숲길·해안선 등 낭만 촬영 장소 꼽혀
단순 추억 넘어 둘만의 ‘콘텐츠’ 제작
2026년 02월 25일(수) 19:40
머체왓숲길.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 여행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처럼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돌고,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올릴 ‘인증샷’ 몇 장을 남기는 일정에 그치지 않는다. 대신 한 장소에 오래 머물며, 관계의 시간을 기록하는 여행이 늘고 있다. 그 중심에 ‘커플 스냅’이 있다.

이제 많은 커플들은 제주에서 ‘사랑을 기록하는 시간’을 여행의 핵심 일정으로 둔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행위는 단순한 촬영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의 감정,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함께 걷는 속도를 기록하는 일이다. 제주는 그 장면을 완성하는 무대가 된다.

숲은 고요함을, 오름은 자유로움을, 바다는 생동감을, 노을은 낭만을 만든다. 중요한 것은 명소의 유명세가 아니라 ‘어떤 분위기를 선택하느냐’다. 제주의 자연은 그 자체로 거대한 스튜디오다.

동백숲.<제주관광공사 제공>
◇몽환-숲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장면

비가 그친 뒤 촉촉하게 젖은 숲길은 가장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제주시 조천읍의 샤이니숲길은 완만한 산책로가 이어져 촬영 초보자도 접근이 쉽다. 삼다수 목장 입구를 지나 왼쪽 도로가를 살펴보면 약 200m 길이의 숨겨진 숲길이 있다. 사려니숲길과 헷갈릴 수 있지만, 엄연히 다른 곳이다.이른 오전 시간대에는 빛이 낮게 들어와 삼나무 사이로 부드러운 역광이 형성된다. 인파를 피하고 싶다면 오전 9시 이전 방문이 적합하다.

서귀포시 남원읍의 머체왓숲길은 빽빽한 삼나무 숲이 깊은 원경을 만들어준다. 일부 구간은 유료로 운영되며, 촬영 시 삼각대 사용이 제한될 수 있어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표선면 가시리 가시림 역시 비교적 한적한 숲 코스로, 안개가 낀 날이면 필터를 씌운 듯한 장면이 완성된다. 구좌읍 천미천 일대는 새벽 시간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장소로 유명하다. 수면에 반사되는 인물 실루엣을 담기 좋지만, 바닥이 미끄러워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제주시 아라동 관음사 입구 주변은 넓은 주차 공간과 정돈된 숲길이 있어 접근성이 좋다. 한라산 능선을 배경으로 차분한 컷을 연출할 수 있다.

숲 테마의 특징은 과하지 않다는 점이다. 화려한 소품 없이도 충분하다. 손을 맞잡고 걷는 뒷모습,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순간 같은 작은 장면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남는다. SNS용 화려함보다 ‘우리만의 기록’을 남기고 싶은 커플들에게 특히 선호된다. 계절에 따라 색감이 달라져 사계절 내내 수요가 이어지는 것도 특징이다.

렛츠런팜.<제주관광공사 제공>
◇청춘-들판과 바다가 만드는 생동감

활기찬 분위기를 원한다면 장소는 넓고 탁 트인 공간이 적합하다. 김녕 떠오르길은 김녕해수욕장 인근 해안 산책로로, 에메랄드빛 바다와 현무암 지형이 어우러진다. 따로 주소가 등록되어있지 않아 봉지동복지회관(제주시 구좌읍 김녕로1길 51-3)으로 검색해 찾아가면 된다. 바람이 강한 날이 많아 자연스러운 헤어 연출이 가능하지만, 의상 고정에는 신경 써야 한다.

애월읍 렛츠런팜 제주목장은 넓은 초지와 이국적인 풍경으로 청춘 콘셉트 촬영의 대표 장소로 꼽힌다. 봄철 유채꽃 시즌에는 방문객이 급증하므로 평일 오전 방문이 비교적 여유롭다. 일부 구간은 출입이 제한되므로 안내 표지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성산읍 개오름은 완만한 경사로 20~3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부에서는 성산일출봉과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역동적인 실루엣 촬영에 적합하다. 인근 광치기해변은 간조 시간대에 넓은 모래사장이 드러나 역동적인 점프샷이나 달리기 컷을 담기에 좋다.

청춘 테마는 특히 20대 커플에게 인기가 높다. 결과물보다 촬영 과정에서의 웃음과 움직임이 중요해진다. 달리기, 점프, 회전 컷 등 활동적인 장면이 많아 자연스러운 표정을 담기 쉽다. 사진은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함께 놀았던 시간’의 기록이 된다.

천미천. <제주관광공사 제공>
◇낭만-노을이 완성하는 로맨틱한 순간

제주의 해안선은 낭만적인 촬영의 배경으로 손꼽힌다. 조천읍 닭머르해안길은 비교적 한적한 일몰 명소다. 해가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붉은 빛이 바다 위로 퍼진다. 주차 공간이 협소해 일몰 30~40분 전 도착이 안전하다.

서귀포시 토평동 허니문하우스는 카페와 절벽 해안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노을 시간대에는 붉은 하늘과 바다가 겹쳐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된다. 남원읍 신흥리 동백숲은 겨울철(12~2월) 붉은 동백꽃이 바닥에 떨어진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다. 꽃 훼손을 막기 위해 통로를 벗어나지 않는 기본적인 에티켓이 필요하다.

표선면 안친오름은 비교적 덜 알려진 오름으로, 노을이 능선을 따라 번지는 장면이 특징이다. 다만 조명이 없어 해가 완전히 지기 전 하산해야 안전하다.

낭만 테마의 핵심은 ‘골든아워’다. 해 지기 전 30분이 사진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커플들은 이 시간에 맞춰 동선을 계획하고, 의상 역시 차분하고 단정한 스타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장 오래 꺼내보게 되는 사진이 바로 이 노을 컷이다.

따라비오름. <제주관광공사 제공>
◇힙-개성으로 재해석하는 제주

최근 빠르게 확산되는 콘셉트는 ‘힙감성’이다. 같은 장소라도 구도와 색감, 소품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만든다.

드넓은 초원을 말을 타고 달리는 자유로운 순간부터 빈티지 감성이 가득한 공간까지, 평범함을 거부하는 개성 넘치는 사진들을 남길 수 있다.

표선면 따라비오름은 부드럽게 이어지는 능선이 독특한 라인을 형성한다. 일출과 일몰 모두 촬영이 가능하지만, 바람이 강해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제주시 조천읍 제주돌문화공원은 현무암 조형물과 넓은 잔디 공간이 특징이다. 돌의 질감과 대비를 활용한 강한 명암 촬영이 가능하다.

취하도는 제주 하도 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이곳은 입구부터 노포 느낌을 물씬 풍긴다. 하도 슈퍼와 함께 숙소도 운영하고 있다. 가게 내부는 오락기계 등 레트로한 감성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소품과 다양한 추억의 굿즈, 몸빼바지 등을 판매하고 있어 제주 촌캉스의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힙 테마는 단순 추억을 넘어 ‘콘텐츠 제작’ 성격이 강하다. 같은 장소라도 날씨, 필터, 스타일링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제주가 ‘이미지 생산지’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주일보=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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