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선 부추기는 전남 농정…애타는 농민들만 ‘발동동’
가격 폭락 대파 산지폐기 요청 외면…진도·신안 밭·창고에 쌓인 채 방치
돼지열병 사료 정보 제공은 미적…농민들 “누구를 위한 방역이냐” 분통
2026년 02월 24일(화) 20:25
지난 2월 초 진도군 앵무리의 대파밭.<진도군 제공>
전남도가 대파 가격 폭락,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등이 잇따르는데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해 농민들의 애만 태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도·신안 대파 농가들은 전남도의 미온적 대응에 대파를 폐기하지 못해 쌓아두고 있는가 하면, ASF 원인으로 의심되는 사료와 관련해서도 농가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24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등에 따르면 신안군 농민들은 대파생산자협의회 주관으로 대파 산지 폐기를 요청할 방안을 찾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대파 가격이 폭락해 군에 피해 보전을 위한 산지 폐기를 요청했는데, 군이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아 대파가 밭과 창고에 그대로 쌓여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 농민들 호소다. 결국 농민들끼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진도군, 신안군 대파 재배 농민들은 지난달부터 한 달 가까이 농협을 통해 군과 전남도에 대파 산지 폐기를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안 임자도에서 대파를 재배하는 김창욱 씨는 “설 이후 한때 1000원대까지 올랐지만 최근 다시 800~900원대로 떨어져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며 “정부나 시·군에서 산지 폐기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해 예정에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생산자 피해는 외면한 채 단순히 물가 안정 차원에서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설 연휴 직전 오름세를 보이던 대파 가격은 2558원에서 지난 20일 2322원으로 9.23% 하락했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대파(1㎏ 기준) 가격은 2228원으로 전월(1973원)보다 12.92% 올랐지만, 전년(2606원)보다 14.5% 낮고 평년(2983원)보다도 25.31% 낮은 수준이다. 2년 전 가격(3649원)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떨어졌다.

한승용(62·진도군 고군면) 씨는 “운송료, 수수료, 하차비, 박스값, 망값, 팔레트 이용료 등을 합치면 작업비만 800~900원”이라며 “경매가가 1000원이면 실제 물건값은 100원에 불과하다. 최소 1500원은 돼야 본전”이라고 토로했다.

농협 측 역시 정부의 명확한 판단이 없어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조환호 진도 선진농협 본부장은 “지난달 28일 마지막으로 산지 폐기를 요청했지만, 진행 여부는 물론 불가 사유조차 전달받지 못한 무응답 상태”라며 “정부가 대파 가격 하락을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만 보고 생산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안, 진도군과 전남도는 현재까지 폐기가 필요한 대파 물량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진도군 원예특작팀 관계자는 “평균 가격보다 크게 떨어질 경우 폐기를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며 “최근 가격이 1400원대까지 내려가 다음 주 재배 농가 30명을 만나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남도 역시 농협이나 농가 의견을 종합했을 때 정확한 폐기 물량을 파악하기 어렵고, 당장 폐기를 원하는 농가는 일부인 것으로 파악했다는 입장이다.

전남도 식량원예과 관계자는 “산지 폐기는 도가 정한 주요 농산물 기준 가격을 충족해야 추진할 수 있는데, 올해 대파 기준 가격은 1㎏당 1253원이다. 전날 기준 가격이 1400원대여서 현재 여건에서는 산지 폐기 추진이 쉽지 않다”며 “향후 가격 추이를 지켜본 뒤 추가 하락 시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또 올해 들어 도내에서 3차례의 ASF가 발생하고, 특정 사료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음에도 후속 조치를 하기는커녕 농민들에게 어떤 사료가 문제인지조차 비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농림축산검역본부 홈페이지에 해당 사료의 명칭이나 제조 업체명을 익명 처리하는 등 정확한 정보 제공을 하지 않아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농민들 스스로 정보를 총동원해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등 애를 태우고 있다.

농민들은 ASF 감염 위험을 줄여보겠다며 자체적으로 단체 채팅방을 통해 소식을 주고 받으며 업체를 추정하고, 일일이 사료 제조업체에 문의하는 등 불안감만 키우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동성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의장은 “진도 등지에서 대파 가격이 폭락해 가격 형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농민들의 어려움이 크다. 집회 계획도 논의되고 있다”며 “사료 등과 관련해서도 행정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농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 도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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