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예방 하나가 ‘생명 하나’ - 조상래 곡성군수
2026년 02월 23일(월) 00:20
축구장 14만7000개. 작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산불로 인해 잿더미로 변한 면적이다. 피해액은 아직 공시된 바는 없으나 2024년도 산불 피해 면적당 피해액(1ha당 약 7천만원)에 비추어 볼 때 6~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목해야할 것은 산불이 초고속화 초대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불 발생 건수는 2018년도와 2025년도는 각각 496건, 459건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피해 면적은 2018년에는 894ha, 2025년에는 10만5894ha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는 대규모 인명 피해로도 이어졌다.

산불은 태풍, 호우 등 다른 재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강풍이 불고 극한 호우가 오는 건 자연현상이라 누가 막을 수 있으랴.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대비하는 것, 그래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뿐이다.

산불은 사람에게 원인이 있다. 그래서 대비하기 이전에 ‘예방’할 수 있다. 산불 대책은 ‘예방-대비-대응’의 3단계로 추진해야 한다. 예방 단계로 먼저 주민들의 농업 활동 부산물인 고춧대, 깻대, 잔가지 등을 지자체에서 파쇄해 줌으로써 산불 요인을 사전에 제거한다. 아울러 정기적으로 산불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고 다양한 홍보 매체를 이용해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켜야 한다.

대비 단계로는 ICT를 활용한 무인 감시 카메라 설치, 산불에 강한 마을 가꾸기, 산불 안전공간 조성, 산불진화통합훈련 등이 대표적이다. 대응 단계로는 산림재난대응단과 산불임차헬기 등 진화 자원을 운용, 산불 소화시설 설치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연히 3단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예방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도 예방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지켜지지 않는 것도 예방이다.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다. 아무리 산불에 대해 계도하고 캠페인을 벌여도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고춧대를 소각하고 생활 쓰레기를 소각한다. 누군가는 여전히 산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에서 불을 피운다. 오래전부터 해왔는데 ‘뭐가 문제냐’ ‘왜 간섭하느냐’고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실제로 2025년도 산림청 전국 통계를 살펴보면 농업 부산물이나 쓰레기, 담뱃불, 입산자 실화로 인한 산불이 약 3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산불 진화는 생각보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이루어진다. 산불을 진화하는 산림재난대응단은 한시적으로 고용하는 형태이며 평균 50~60대 많게는 70대의 지역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사무실에서 행정 업무를 보던 일반 공무원들이 가세해 산불을 진화한다. 그래서 혹자는 산불은 마치 ‘의병’의 느낌으로 끄는 것이라는 웃픈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산불 현장은 매우 위험하다. 군수이자 산불 총괄 지휘관으로서 진화 인력이 짙은 어둠을 뚫고 붉은 불 속으로 뛰어들 때마다 마음을 졸이게 된다. ‘혹시나 진화 과정에서 다치지는 않을까’, ‘산불 속에 고립되어 위험에 빠지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늘 앞선다.

옛말에 ‘동주공제(同舟共濟),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건너간다’라는 말이 있다. 산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이와 같아야 할 것이다. 불법 소각 행위라는 순간의 편의를 버리고 나와 우리, 공동체의 안전을 취해야 한다.

이제 ‘불법 소각 행위 하나가 곧 재난 하나’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산불 예방 하나가 곧 생명 하나’라는 생각으로 산불 예방에 함께 나서야 한다.

오늘 하루도 희망해 본다. 산불 진화 대원들이 타오르는 불에 뛰어드는 용기를 낼 일이 없었으면 한다. 차라리 대원들이 할 일이 없어서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는 게 어떨까 생각도 해본다. 산불이 날 때마다 애가 타는 대원들의 가족을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산불이 사라진 불(火)멸의 곡성,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불(不)멸의 곡성. 높아진 우리 국민의 시민의식이라면 그리 요원한 일도 아닐듯하다. 이제 오래된 습관들과 작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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