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늘리기 급급 전남 축제…지역 장인·콘텐츠는 ‘뒷전’
강진축제, 팬클럽 차량만 수십 대…축제 질보다 ‘화제성’만 치중
올해 열리는 축제만 125개…지역 경제 활성화 위해 내실 기해야
2026년 02월 22일(일) 20:25
휴일인 22일 강진군 대구면 고려청자박물관 일원에서 열리는 제54회 강진청자축제에서 시민들이 청자물레 성형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유명한 연예인을 섭외하면 뭐합니까. 축제 주인공인 지역민들은 연예인 들러리만 서는 꼴이 됩니다.”

지난 21일 개막한 제 54회 강진청자축제 행사장에서 부스를 연 축제 장인들은 “올해도 축제 주인공은 ‘연예인’과 그 팬클럽 차지”라며 혀를 찼다.

축제장 내 가로등마다 연예인 초대가수가 온다는 홍보물은 잔뜩 걸렸는데, 축제 주인공인 청자 장인들의 부스와 청자 판매관 등에 대한 안내판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외진 곳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연예인 공연 유치에만 골몰해 축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한탄도 나왔다.

강진청자축제를 시작으로 올 한 해 125개 전남 지역축제의 막이 올랐다.

지자체는 올해도 축제를 통한 타 지역 여행객들의 발길을 불러들여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총력을 쏟는다는 각오다. 하지만 축제 질을 개선하기보다 인원 동원에만 치중해 연예인을 동원한 ‘화제성 모으기’에만 관심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역 축제의 정체성 확보해야=21일 찾은 제 54회 강진청자축제 현장은 개막식 초청가수(김수찬·미스김·안성훈 등)의 이름과 얼굴 사진 등이 프린팅된 티셔츠를 입고 응원봉과 가수의 이름이 달린 현수막, 머리띠 등을 지참한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축제 공연 초대가수들의 팬클럽 회원들은 이날 수십대 대형버스를 대절해 축제 현장을 찾았지만 축제보다 가수 공연에 관심을 쏟는 듯한 모양새였다. 팬클럽 회원들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민간요 판매관에서 만난 장금애(여·74) 강진다산명차 대표는 “행사장에 관광버스 100대가 왔다 해도 다 가수 팬클럽 버스들인데, 공연이 끝나는 순간 10분도 안 돼 다 빠져나간다. 청자를 보러 오는 게 아니라 연예인을 보러 오는 것”이라며 “연예인 섭외에 쓰는 예산 일부만 청자 판매 촉진, 청자 알리기에 투입해도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강진군은 특히 오는 28일 열리는 ‘청자의 소리 콘서트’에서 학폭논란을 빚었던 트로트 가수 황영웅을 비판 여론에도 출연을 시키기로 결정하면서 ‘화제성’에만 관심을 쏟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축제 부스 운영자들은 “연예인은 논란을 무릅쓰고 출연을 강행시켜주고, 정작 지역민들의 축제 개선 요구사항은 하나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수년 전부터 부스 배치가 복잡하고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전시를 보러 온 지인들이 부스를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는 사례가 빈번했는데, 올해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진에서 40년 넘게 청자를 빚어온 박경래(74) 래요도자 대표는 “청자 전시장의 위치도 안내도 노선도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며 “축제 위원회를 통해 매년 개선 의견을 전달하지만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특정 몇 명이 틀을 다 정해버리고 나면 우리 목소리는 전달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에 도움되는 콘텐츠 마련해야=단순히 지역축제를 열고 방문객 수만 늘린다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지역축제 현황 및 성과분석(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지역축제 수는 2019년 884개에서 2024년 1170개로 32.35% 증가한 반면, 방문객 1인당 관광소비액은 3만 6000원(2019년)에서 3만 1000원(2023년)으로 12.72% 떨어졌다.

전남지역 축제 분석 결과도 비슷했다. 전남의 축제 수는 2019년 107개에서 2024년 121개로 13.08% 증가했지만, 1인당 관광소비액은 5년간 8000원(2019년)에서 8010원(2023년)으로 단 0.20% 오르는 데 그쳤다.

광주의 경우 지역축제 수가 2019년 8개에서 2024년 21개로 162.50% 급증해 전국 17개 광역 가운데 증가율 1위를 기록했지만, 1인당 관광소비액은 2만 9750원(2019년)에서 2만 7620원(2023년)으로 오히려 7.14% 쪼그라들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지역축제의 무분별한 증가보다 질적 개선과 재정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지역축제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 심사 및 평가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전남 지역 축제 본격화=전남에서는 올해 강진청자축제를 시작으로 125개의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3월에만 꽃 소식을 전하는 신안 섬 홍매화축제(2월 27일~3월 2일), 광양 매화축제(3월 13~22일), 구례 산수유꽃축제(3월 14~22일), 구례 300리 벚꽃축제(3월 27~29일), 여수 영취산진달래축제(3월 28~29일), 해남 달마고도 힐링축제(3월 28~29일) 등이 줄지어 열린다. 4월에도 완도 청산도 슬로걷기축제(4월 1~30일), 진도 보배섬 유채꽃축제(4월 3~20일), 신안 섬 수선화축제(4월 3~12일), 보성 벚꽃축제(4월 4~5일), 신안 섬 튤립축제(4월 5~14일), 화순 봄꽃축제(4월 17~26일) 등 20개 축제가 예정됐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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