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과세 유예 - 박진표 경제부장
2026년 02월 19일(목) 00:20
“집을 여러 채 가졌다는 이유로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까?”

이 질문은 우리나라만의 고민이 아니다. 주택이 자산이자 생활 기반이 된 순간부터 각국 정부는 늘 같은 고민을 했다. 20세기 초 영국은 1차 세계대전 후 심각한 주택난을 겪었다. 당시 런던과 주요 공업 도시에서 임대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지주들이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영국 정부는 다주택 보유에 대한 추가 과세와 임대 규제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해결에 나섰다.

미국 역시 대공황 이후 비슷한 길을 걸었다. 1930년대 뉴딜 정책 과정에서 연방정부는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소득에 누진적 세율을 강화했다. 일부 주에서는 다주택 임대소득에 추가 세금을 부과했다. ‘양도세 중과’라는 직접 표현은 없었지만 주택을 사고파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현재의 중과 제도와 유사하다.

아시아 일부 국가도 중과세를 적극 활용했다. 싱가포르는 집값 급등이 반복될 때마다 외국인·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추가 취득세(ABSD)를 부과했다. 홍콩 역시 단기 매매 및 비영주권자와 추가 매입 등에 높은 인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뛰는 집값을 견제했다. 이러한 중과세는 ‘징벌’이 아닌 ‘속도 조절 장치’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도 그 연장선에 있다. 2017년 8·2 대책 이후 본격화됐고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의 양도에 추가 세율을 적용했다. 이 중과 제도는 과열지역에서 투기적 순환을 끊겠다는 신호로, 조정대상지역에만 한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중과세는 세금을 높이면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를 벗어나기도 한다. 실제 일부 부동산 시장에서는 높은 중과 세금을 내면서도 팔지 않는 이른바 ‘버티기’ 현상이 나타난다. 이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시장 충격과 반발 여론 등을 명분으로 ‘중과세 유예’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그동안 관행처럼 반복해온 ‘중과세 유예’를 오는 5월 9일자로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에도 정부 정책을 비웃는 이른바 ‘버티기’가 통할 지 지켜볼 일이다.

/박진표 경제부장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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