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의료 오지’ 30년 숙원 풀고 ‘국립의대 시대’ 개막
22개 시·군 중 17개 군 응급의료 취약
노인·장애인 비율 1위…의료 수요 최고
매년 80만 도민 타 시·도로 원정 진료
복지부, 전남 국립의과대학 신설 확정
정원 100명 규모 2030년 개교 목표
의료 질 높이고 소멸 위기 극복 도움
도민들 “개교 시기 앞당겨야” 목소리도
노인·장애인 비율 1위…의료 수요 최고
매년 80만 도민 타 시·도로 원정 진료
복지부, 전남 국립의과대학 신설 확정
정원 100명 규모 2030년 개교 목표
의료 질 높이고 소멸 위기 극복 도움
도민들 “개교 시기 앞당겨야” 목소리도
![]() <클립아트코리아> |
2034년 신안군의 한 섬마을. 여든을 넘긴 노인이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신고를 접수받은 119종합상황실은 닥터헬기를 출동시켜 노인을 태운뒤 목포의 ‘전남 국립대학교 병원’ 옥상 헬리포트에 착륙했다. 이후 응급실로 옮겨진 노인은 즉시 스텐트 시술을 받았고 시술은 성공적이었다. 노인의 생명을 구한 의사는 ‘지역의사제’ 1기로 선발된 목포 출신 전문의와 전남 국립의대 인턴 의사들이었다.
노인은 119의 빠른 대처와 전남 국립대병원 의료진의 조치 덕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과거 같았으면 목포에서 배를 타고, 광주나 서울의 상급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 ‘뺑뺑이’를 돌다 골든타임을 놓쳤을 상황이지만, 섬 응급의료센터에서 띄운 닥터헬기는 20분 만에 노인을 병상으로 옮겼다.
전남 국립의대가 설립된다. 이제 전남도민들은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아 ‘원정 수술’ 길에 오르지 않아도, 내 고향 전남에서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는 시대를 맞이한다. 30년 넘게 전남 도민들이 가슴 속에 품어온 국립의대는 현실이 됐다.
◇30년 숙원의 종지부, 전남 국립의대 시대 개막=전남도의 30년 한(恨)이 마침내 풀렸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는 최근 2030년 개교를 목표로 정원 100명 규모의 ‘전남 국립의과대학’ 신설을 확정했다. 1990년 전남도가 처음 의대 신설 건의문을 정부에 보낸 이후, 수차례 정권이 바뀌는 부침 속에서도 전남 국립의대 신설이라는 지역민의 열망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전남은 전국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지자체라는 불명예를 씻게 됐다. 전남 국립의대는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의 ‘대학 통합’을 기반으로 추진되며, 연간 100명의 의사를 양성하게 된다. 현재 광주에 위치한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 모집 인원의 8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전남 의료 체계를 뿌리부터 바꿀 거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치료 가능 사망률 전국 1위’… 지표가 증명하는 절박함=전남이 이토록 의대 설립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는 통계가 보여주는 차가운 현실 때문이다. 전남은 노인 인구 비율(26.3%)과 장애인 비율(7.6%)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의료 수요는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상급 종합병원이 도내에 단 한 곳도 없다.
현실은 가혹했다. 도내 276개 유인도 중 의사가 없는 섬만 164개에 달하며, 22개 시·군 중 17개 군이 응급의료 취약지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3명으로 OECD 평균(3.7명)에 크게 못 미친다. 가장 뼈아픈 지표는 ‘치료 가능 사망자 수’다.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살 수 있었던 사망자가 전남은 인구 10만 명당 44.1명으로 서울(36.4명)보다 월등히 높다.
매년 80만 명의 도민이 타 시·도로 원정 진료를 떠나며 지출하는 의료비만 연간 1조 5000억원. 돈도 돈이지만, 길 위에서 허비하는 ‘골든타임’은 도민들에게 생존의 문제였다. 전남 국립의대 신설은 단순히 대학 하나를 짓는 문제가 아니라, 180만 도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였던 셈이다.
◇1990년 첫 건의부터 2024년 통합 합의까지… 30년의 부침=전남 국립의대 설립의 역사는 인고와 투쟁의 기록이다. 전남 국립의대 설립은 지난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목포대가 국립의대 유치 건의로 시작된 이 여정은 1996년 순천대의 설립 타당성 연구로 이어졌다.. 이후 2012년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전국적인 관심을 환기했고, 2018년 교육부의 타당성 조사에서 B/C(비용 대비 편익) 결과가 1.7이라는 높은 수치가 나오며 기대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대와 정치적 이해관계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절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후 2022년 김영록 지사 취임 이후 전남 국립의대 신설을 추진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이번엔 지역 내 입지 갈등이라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목포와 순천, 동부권과 서부권의 유치 경쟁이 격화되며 자칫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특히 2024년 초, ‘공동 단일의대’ 추진 합의와 파기라는 급박한 상황이 이어지며 지역 여론은 요동쳤다.
돌파구는 ‘대학 통합’이었다. 2024년 11월, 목포대와 순천대는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두 대학이 통합하여 하나의 국립의대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지역 간의 갈등을 넘어 전남 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은 결단이었다. 이러한 전남의 자구 노력은 정부를 움직였고, 2025년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되며 마침내 확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역의사제’와 ‘광주·전남 통합 의료권’이 가져올 나비효과=전남 국립의대 설립은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사제’ 도입과 함께 전남 의료의 질을 근본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지역의사제로 선발된 학생들은 10년간 전남 내 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하게 된다. 이는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고, 지역 사정에 밝은 전문의들이 주민 곁을 지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또 정부의 ‘지역의사지원센터’를 통해 교육과 정착 전 과정을 지원받으며, 전남은 공공의료의 주치의를 담당하게 된다.
여기에 광주와의 의료 통합 시너지도 기대된다. 기존 광주의 전남대·조선대 병원과 신설되는 전남 국립대 병원이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중증 환자 전원 체계가 더욱 촘촘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전남이 하나의 ‘초광역 의료 생활권’으로 묶이게 되면, 더 이상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망하지 않아도 되는 ‘의료 자치’가 실현된다.
정부가 밝힌 전남 국립의대 개교 목표는 2030년이다. 그러나 30년을 기다려온 도민들에게 2030년은 멀게 느껴진다. 평원 인증과 시설 확충 등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개교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는 상존한다.
전남 국립의대는 단순한 의료 교육기관을 넘어,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전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또다른 성장 동력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 전남 국립의대의 문이 열리는 날, 대한민국 의료 지도가 비로소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남은 ‘의료 유배지’라는 오명을 던지고, ‘생명의 땅’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고 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전남 국립의대가 설립된다. 이제 전남도민들은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아 ‘원정 수술’ 길에 오르지 않아도, 내 고향 전남에서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는 시대를 맞이한다. 30년 넘게 전남 도민들이 가슴 속에 품어온 국립의대는 현실이 됐다.
이번 결정으로 전남은 전국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지자체라는 불명예를 씻게 됐다. 전남 국립의대는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의 ‘대학 통합’을 기반으로 추진되며, 연간 100명의 의사를 양성하게 된다. 현재 광주에 위치한 전남대와 조선대 의대 모집 인원의 8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전남 의료 체계를 뿌리부터 바꿀 거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 전남도는 전남 국립의대 유치를 위해 민간 유치위원회, 의과대학 유치를 위한 공동협력 협약식, 국회 대토론회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
현실은 가혹했다. 도내 276개 유인도 중 의사가 없는 섬만 164개에 달하며, 22개 시·군 중 17개 군이 응급의료 취약지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3명으로 OECD 평균(3.7명)에 크게 못 미친다. 가장 뼈아픈 지표는 ‘치료 가능 사망자 수’다.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살 수 있었던 사망자가 전남은 인구 10만 명당 44.1명으로 서울(36.4명)보다 월등히 높다.
매년 80만 명의 도민이 타 시·도로 원정 진료를 떠나며 지출하는 의료비만 연간 1조 5000억원. 돈도 돈이지만, 길 위에서 허비하는 ‘골든타임’은 도민들에게 생존의 문제였다. 전남 국립의대 신설은 단순히 대학 하나를 짓는 문제가 아니라, 180만 도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였던 셈이다.
![]() 전남도는 전남 국립의대 유치를 위해 민간 유치위원회, 의과대학 유치를 위한 공동협력 협약식, 국회 대토론회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
그러나 의료계의 반대와 정치적 이해관계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절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후 2022년 김영록 지사 취임 이후 전남 국립의대 신설을 추진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이번엔 지역 내 입지 갈등이라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목포와 순천, 동부권과 서부권의 유치 경쟁이 격화되며 자칫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특히 2024년 초, ‘공동 단일의대’ 추진 합의와 파기라는 급박한 상황이 이어지며 지역 여론은 요동쳤다.
![]() 전남도는 전남 국립의대 유치를 위해 민간 유치위원회, 의과대학 유치를 위한 공동협력 협약식, 국회 대토론회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
◇‘지역의사제’와 ‘광주·전남 통합 의료권’이 가져올 나비효과=전남 국립의대 설립은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사제’ 도입과 함께 전남 의료의 질을 근본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지역의사제로 선발된 학생들은 10년간 전남 내 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하게 된다. 이는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고, 지역 사정에 밝은 전문의들이 주민 곁을 지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또 정부의 ‘지역의사지원센터’를 통해 교육과 정착 전 과정을 지원받으며, 전남은 공공의료의 주치의를 담당하게 된다.
여기에 광주와의 의료 통합 시너지도 기대된다. 기존 광주의 전남대·조선대 병원과 신설되는 전남 국립대 병원이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중증 환자 전원 체계가 더욱 촘촘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전남이 하나의 ‘초광역 의료 생활권’으로 묶이게 되면, 더 이상 수도권 대형병원을 선망하지 않아도 되는 ‘의료 자치’가 실현된다.
정부가 밝힌 전남 국립의대 개교 목표는 2030년이다. 그러나 30년을 기다려온 도민들에게 2030년은 멀게 느껴진다. 평원 인증과 시설 확충 등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개교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는 상존한다.
전남 국립의대는 단순한 의료 교육기관을 넘어,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전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또다른 성장 동력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2030년 전남 국립의대의 문이 열리는 날, 대한민국 의료 지도가 비로소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남은 ‘의료 유배지’라는 오명을 던지고, ‘생명의 땅’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고 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