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수집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6년 02월 12일(목) 00:20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누가 한 말일까. 오랫동안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의 말로 알고 있었던 이 경구가 서구에서는 마르틴 루터의 발언으로 회자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스피노자와 루터도 아닌 이름 모를 누군가의 말이라는 설도 있다.

새삼스레 명언의 출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한권의 소설 때문이다. 현재 베스트셀러 순위 1·2 위를 다투고 있는 제 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물 셋인 저자 스즈키 유이는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작가로는 처음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 소설은 ‘어느 독문학자의 괴테 명언 출처 찾기 여정’(이지수 번역가)이다. 괴테 연구 일인자 히로바 도이치 교수는 결혼기념일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홍차 티백 꼬리표에 적힌 괴테의 명언을 발견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괴테(Love does confuse everything, but mixes-Goethe)’.

소소한 반전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매력을 느낀 건 ‘파우스트’ 등 괴테의 작품을 비롯해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좋은 문장들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명언의 보물창고’라 할만한데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연간 1000권을 읽는 독서광인 저자의 이력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저자의 부모님 결혼기념일 식사 중 티백에 적힌 명언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했다니 이 역시 흥미롭다.

책에 따르면 몽테뉴가 “만약 에라스무스를 만나면 그가 하인에게 하는 말을 모조리 격언이나 경구로 삼아야한다”고 말할 정도로 네덜란드 철학자 에라스무스는 명문장의 대가였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는 반대하지만 당신이 그것을 주장할 권리는 목숨을 걸고 지키겠소’라는 볼테르의 말(이 역시 볼테르의 전기작가가 지어냈다는 설도 있다)은 상대방의 의견을 전혀 경청하지 않는 우리 시대가 새겨들어야할 말이다. 옛날에는 명언을 말하면 그 말의 힘을 습득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말의 힘이 완벽히 작용하는 건 아니겠지만, 마음에 새길 좌표 하나쯤은 가져도 좋은 일이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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