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깨어짐은 어떻게 예술로 승화되는가
‘ACC 지역협력협의회’ 추천 박치호·정광희 작가
ACC 복합6관 ‘파편의 파편’전…11일∼4월5일
2026년 02월 11일(수) 18:00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정광희 작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박치호 작가
부서지거나 깨어진 조각을 ‘파편’(破片)이라 한다. 사전적 의미의 파편은 물리적인 손상 등을 함의한다.

일상에서 파편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 버려질 운명에 처해진다. 하지만 예술의 관점에서 파편은 무궁무진한 영감의 모티브이자 창작의 기제로 작용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김상욱, ACC) 복합전시6관에서 11일 개막해 오는 4월 5일까지 펼쳐지는 ‘파편의 파편: 박치호·정광희’전.

전시장에 들어서면 ‘파편’이라는 상처와 깨어짐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되고 가치를 획득하고 있는가를 보게 된다. 이번 전시는 ‘ACC 지역협력협의회’ 추천으로 진행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먼저 박치호 작가의 전시실에 들어서면 인간의 삶, 특히 인간의 신체가 내재하고 있는 상흔의 흔적을 사유하게 된다. 수묵의 번짐 기법을 매개로 내면의 상흔을 탐색해 온 작 작가의 창작의 지향을 가늠할 수 있다.

작품 ‘floating’은 한쪽 팔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몸을 초점화했다. 부유하는, 떠다니는 뜻을 담고 있는 ‘floating’은 안주하지 못하는 삶을 상징한다. 작가의 눈에 비친 남자는 상처투성이의 삶을 살아왔다. 파편화된 시간, 세월에 침윤된 인생을 작가는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전시실 벽면에 부착된 “산다는 것 상처 위에 상처가 남고, 그 위에 또 다른 상처가 생기는 일. 살아있기에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들, 나는 이 상처 덩어리들이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작가의 고백은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박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단초는 ‘기억’과 ‘망각’이다. 인간은 상처를 통해 기억하고 또 잊어버리고 새로운 상처가 덧입혀지며 한 세월을 한다.

박 작가는 “망각도 삶에서 이해해야 할 부분이다. 기억과 망각은 서로 맞물려 있다”며 “망각을 통해 기억도 한다. 망각에는 우리 지역의 상흔 광주 5·18도 여순항쟁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의 전시에서는 ‘몸의 소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시각을 확장해 자연을 담은 형태의 작품도 선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치호 작 ‘floating’
정광희 작가의 작품
정광희 작가는 달항아리 ‘파편’들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온전하지 않는 조각’이 어떻게 생명력을 획득하고 생명성을 발하는지 보여준다. 깨진 조각들은 상처 입은 존재를 은유한다.

남도 수묵의 장을 의미있게 구현하기 위해 진력해온 그는 ‘나는 어디로 번질까’라는 화두를 붙잡고 작품 활동을 해왔다. 번짐의 의미, 보이지 않는 것의 의미, 스스로를 깬다는 것의 의미 등을 그동안 작품에 투사했다.

정 작가는 “번짐은 물성의 ‘번진다’라는 의미 외에도 사회학적 관점의 에너지가 전반적으로 번져간다는 의미도 함의한다”며 “나는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번질까, 라는 고민은 창작의 주요 동인이다”고 언급했다.

‘파즉전’(破則全)의 작품은 깨어짐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보여준다. 부서짐은 완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여정이라는 것이다.

정 작가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깨는 사람은 어디서든 주인공이다. 나는 파편이고 우리는 주인공이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화된 틀을 깸으로써 온전함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덧붙였다.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전시 입구에 놓인 ‘질문 카드’는 작품 속 파편의 의미를 자신의 삶에 투영해볼 수 있게 한다.

한편 김상욱 전당장은 “두 작가의 작품에 공통적으로 내재하는 키워드는 ‘파편’”이라며 “오늘날 파편과 균열이 일상화된 삶에서 관람객들이 저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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