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노후 풍력발전기 사고 위험 높다
화순 사고 원인 날개 미세 파열
최근 경북 영덕서도 유사 사고
전남 육상풍력 51기 10년 넘어
영광·신안 등 염분·강풍 요인에
날개 선단부 코팅 마모 유발 우려
구조적 안전성 점검 철저 필요
2026년 02월 09일(월) 20:20
지난해 4월 화순에서 하단이 꺾이는 사고가 난 풍력발전기. <화순군 제공>
화순군에서 풍력발전기가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원인이 날개(블레이드)의 ‘미세 파열’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경북 영덕군에서도 노후한 풍력발전기가 같은 원인으로 파손·전도되는 사고가 난 데 따라, 전남 지역의 다른 노후 풍력발전기들도 미세한 흠집만으로 파손될 위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풍력발전기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점검 및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9일 화순군과 발전기 운영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발생한 풍력발전기 전도 사고는 블레이드 파손부와 회전 불균형이 겹치면서 중간부가 꺾여 전도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5년 4월 21일 새벽 도암면 우치리 화학산 능선에 설치된 4.7㎿급 풍력발전기 1기가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해 높이 127m 타워가 중간이 부러진 채 쓰러졌다. 해당 설비는 지난 2023년 6월 30일 준공돼 상업운전 시작 후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현장 조사에서는 블레이드가 먼저 끊어진 뒤, 지지대 부분인 ‘타워’를 가격한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운영사 측은 블레이드의 재질인 FRP(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 구조 특성상, 제작 과정에서 미세 균열이 발생할 경우 피로 하중을 받으며 균열이 커져 부서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설치 직후 실시하는 드론 촬영 등 비파괴 점검만으로는 내부층 박리(델라미네이션)나 접착부 결함 같은 ‘속 결함’을 100% 걸러내기 어렵다는 입장도 내놨다.

해당 발전기는 제조사인 독일 지멘스 가멘사에서 하자보상 처리키로 했다.

발전기는 철거돼 기초만 남아 있는 상태며, 안전성 검토 결과에 따라 기초를 재사용할지 전면 철거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운영사는 검토가 끝나는 대로 올해 설비를 발주해 재설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2일에는 경북 영덕군 창포리 풍력발전단지에서 풍력발전기 타워 꺾임 사고가 발생 구조물이 도로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발전기도 블레이드에 미세한 파손부가 생기면서 회전하던 블레이드가 균형을 잃으면서 기둥째로 꺾여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미세 파손부’에 의한 유사 사고가 잇따르자, 전남도 내 다른 노후 풍력발전기도 비슷한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기준 전남도 내에 설치된 육상풍력발전시설은 총 20곳(455.2㎽)으로 각각 영광에 7곳, 신안에 4곳, 화순에 2곳, 여수·순천·장9흥·무안·영암·완도·진도에 각 1곳이 있다.

이중 9곳은 운영을 시작한지 10년 이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화순군 한국서부발전(2015년부터 운영), 영암풍력발전(2013년), 영광풍력발전(2012년), 영광 지산풍력발전(2012년), 영광 호남풍력(2014년), 영광백수풍력발전(2015년), 진도군 가사도 에너지 자립섬 구축사업시설(2014년), 신안풍력복합발전(2008년), 신안풍력발전(2009년) 등이다. 이들 발전소에서 운영하는 노후 풍력발전기만 51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단지 확대보다 블레이드 등 핵심부품에 대한 구조적 안정성 점검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대형 풍력 블레이드는 유리섬유·탄소섬유를 겹겹이 쌓아 수지로 굳힌 복합재 구조물로, 작게라도 결함이 발생하면 장기간 회전하며 하중을 받아 큰 파손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더욱이 전남에서는 해안과 근접한 영광, 신안 등 지역 시설의 경우 염분, 강풍, 비말, 강우 등 환경적 요인이 겹치기 쉬워 블레이드 선단부 코팅이 마모되는 침식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현행 유지관리 전략과 점검 기술은 대부분 풍력발전 사업자의 운영 정책에만 의존하고 있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비 연식과 설치 지역 등에 따른 위험도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사용 연장 평가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점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은 “쉽게 말하면 ‘경기는 하고 있는데 규정이 없는’ 상태다. 산 정상이나 해상처럼 취약한 환경에 설치되는 만큼 사고 가능성이 큰데, 그에 비례해 기준이 더 강화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설비는 늘어나는데 제도와 규정이 뒤따라오지 못하는 구조가 문제다”며 “이런 조건에서 사고가 나면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까지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풍력발전 설비는 대부분 외국에서 만들어져 들어오는데, 국내 현장에서 설치되는 과정의 품질 안전기준이나 정기 점검·안전진단 기준이 촘촘하게 정리돼 있지 않다. 어떤 부위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누가 점검하고 진단해야 하는지 과학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7일까지 노후 풍력발전 설비를 대상으로 특별안전점검에 착수하고 20년 이상 가동한 노후 발전기 또는 동일 제조사·동일 용량 등 유사사고 가능 설비 80기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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