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아닌 바리스타로 봐 주세요”
장애인 일자리 친화 카페…영암 달맞이공원 ‘카페 은가비’
중증 장애인 8명 운영…“사회 진출 발판 되었으면”
무화과 등 지역 특산물 활용 음료·디저트 개발 계획
2026년 02월 08일(일) 19:30
‘은가비’ 바리스타 (왼쪽부터) 최규광, 이호경, 정대웅씨. <영암군 제공>
월출산 국립공원 풍경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카페 은가비’<사진>에는 ‘열심히 주문 건을 만들고 있지만 서툰 손길에 조금 느릴 수 있다’는 특별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영암군 영암읍 달맞이공원 2층에 지난 4일 문을 연 ‘카페 은가비’는 중증 장애인 8명이 일하고 있는 장애인 일자리 친화 카페다.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로 이뤄진 사회적 협동조합 은가비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은가비’는 ‘은은한 가운데 밝고 빛난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이곳은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각자의 속도로 빛을 내고 있다.

영암 복지관 장애인 바리스타 수강반에서 실력을 닦은 중증 장애인들은 자격증을 취득하며 자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부터 3년간 영암 왕인박사축제 현장에서 임시 카페를 운영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운영 수익금 전액은 영암군에 전액 기부했다.

“세상의 인식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어요. 이곳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이 카페에서만큼은 벽을 느끼지 않고 밝게 일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월출산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손님들도 직원들을 ‘장애인’이 아닌 ‘바리스타’로 봐주길 바랍니다.”

김승복(여·68) 은가비 대표는 “장애인들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개점 소감을 밝혔다.

음료 가격은 아메리카노 2500원, 카페라떼 3500원 등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됐다. 직원들이 더 많은 손님과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다.

실제로 직원들은 카페 일을 시작한 뒤로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카페에서 일하는 게 즐거워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거나 눈 뜨자마자 ‘직장에 다녀오겠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하며 집을 나선다. 자신만의 카페를 여는 게 꿈이라며 카페 이름까지 미리 지어놓은 직원도 있다.

“사회에서 고정된 일자리를 갖기 어려웠던 직원들에게 삶의 활력이 생기고 꿈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해요. 아무리 바빠도 눈대중이 아닌 정량대로 음료를 만드는 ‘FM 스타일’부터 작은 것 하나까지 기억하는 꼼꼼한 스타일까지, 8명의 직원 모두 각자 가진 특징도 다양하죠. 그저 편견없는 장소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 합니다.”

카페에서는 현재 영암 자립센터 장애인들이 만든 무화과 잼, 사과주스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은가비는 앞으로 무화과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음료, 디저트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카페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주말 오후 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영암=전봉헌 기자 jbh@kwangju.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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