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이라는 키워드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찰하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일상이 그리스 로마 신화 - 저항의 계보, 한호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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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신비로우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신들이 벌이는 전쟁과 질투, 사랑 등은 인간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리의 전래 동화와는 결이 다른 서사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특이했던 점은 신들이 지닌 인간적인 요소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인간들보다 더한 희로애락과 애욕정을 가지고 있었다. 신을 통해 인간을 볼 수 있고, 인간을 통해 신을 볼 수 있는 요인이 그러한 면과 무관치 않았을 터다.
그리스로마 신화 가운데 시시포스가 있다. 그는 신이 아니고 인간을 대표해 신에게 대항했던 인물이다. 머리가 비상한데다 신들에 대한 반항적 기질이 강했다. 결국 그는 굴러 떨어지는 거대한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저간의 사정을 자세히 아는 경우는 드물다. 기존의 전통적이고 문법적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접근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면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열린다. 텍스트 새롭게 읽기, 새롭게 사유하기가 필요한 이유다.
그래픽디자이너이자 저술가인 한호림 전 인덕대 교수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색다른 관점으로 읽어낸 ‘일상이 그리스 로마 신화 - 저항의 계보’를 펴냈다. 키워드는 바로 ‘저항’. 어휘가 주는 어감이 간단치 않은 것은 신들의 세계에서도 ‘저항적’인 일들이 무시로 일어났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 그리스 로마신화에 관심이 없었던 50~60년대 시절,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키웠다. 캐나다에 살게 되면서 서양 문화의 핵심이랄 수 있는 그리스 로마신화와 연계된 흔적, 기원들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로 담아낸 사진의 양만 해도 세계 넘버원이라 자부할 만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 만큼 그는 ‘그리스 로마신화 자체’다.
저자는 제우스, 가이아, 아프로디테,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절대 권력 이면에서 벌어지는 저항의 현장을 주목한다. 인간들 세계에서도 그렇지만 신들의 세계에서도 저항, 특히 기존 질서에 반하는 투쟁은 기존 질서와는 다른 변화의 가능성을 노정한다.
언급한 시시포스는 어느 날 납치 장면을 목격한다. 제우스가 강의 신(하신·河神)인 아소포스 딸을 강제로 끌고 간다. 최고 권력자의 행위로 다들 눈을 감는데 시시포스는 하신을 만나 협상한다. 우리에게 샘물을 하나 파주면 유괴범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신은 약속을 하고 바로 실행한다.
제우스를 찾아간 하신은 딸을 내놓으라고 따진다. 대노한 제우스는 하신을 겁박해 쫓아버린다. 그리고 제우스는 저승사자인 하데스에게 시시포스를 잡아가라고 부탁한다. 머리가 좋은 시시포스는 계략을 알고 대비를 한다. 그러나 시시포스가 죽는 것은 자연적인 노화로 인해서다. 제우스는 시시포스가 저승에서 고통을 당하도록 맞춤형 형벌을 내린다. 바로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처럼 그리스 로마신화는 ‘저항’이라는 렌즈로 바라보면 재미난 구석을 만날 수 있다. 비이성적인 모성애로 우주 최초 쿠데타를 시도한 이는 땅의 여신 가이아였다. ‘자식이 우선이야’라는 오늘날 어머니들의 생각도 사실은 그리스 로마신화 가이아의 서사와도 일정 부분 연관이 있다.
아프로디테는 여성의 미를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주인공이다. 그러나 미(美)의 여신인 그녀는 거품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이야기인즉슨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거세하기 위해 그의 아들 크로노스는 우라노스 생식기를 제거한다. 거대한 ‘물건’을 바다에 버렸고 파도에 흘러가다가 “거품 속에서 아프로디테가 탄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의 여신이 거품에서 나왔으니 아름다움이란 한낱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일 터다.
이렇듯 우리가 알고 있는 또는 놓쳤던 신화의 디테일한 내용들을 만나게 된다. 숲에서 이색적인 나무를 만났을 때의 즐거움과 비견되는 부분이다.
<책읽는 고양이·1만9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무엇보다 특이했던 점은 신들이 지닌 인간적인 요소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인간들보다 더한 희로애락과 애욕정을 가지고 있었다. 신을 통해 인간을 볼 수 있고, 인간을 통해 신을 볼 수 있는 요인이 그러한 면과 무관치 않았을 터다.
저자에 따르면 대부분 그리스 로마신화에 관심이 없었던 50~60년대 시절,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키웠다. 캐나다에 살게 되면서 서양 문화의 핵심이랄 수 있는 그리스 로마신화와 연계된 흔적, 기원들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로 담아낸 사진의 양만 해도 세계 넘버원이라 자부할 만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 만큼 그는 ‘그리스 로마신화 자체’다.
저자는 제우스, 가이아, 아프로디테,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절대 권력 이면에서 벌어지는 저항의 현장을 주목한다. 인간들 세계에서도 그렇지만 신들의 세계에서도 저항, 특히 기존 질서에 반하는 투쟁은 기존 질서와는 다른 변화의 가능성을 노정한다.
언급한 시시포스는 어느 날 납치 장면을 목격한다. 제우스가 강의 신(하신·河神)인 아소포스 딸을 강제로 끌고 간다. 최고 권력자의 행위로 다들 눈을 감는데 시시포스는 하신을 만나 협상한다. 우리에게 샘물을 하나 파주면 유괴범을 알려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신은 약속을 하고 바로 실행한다.
제우스를 찾아간 하신은 딸을 내놓으라고 따진다. 대노한 제우스는 하신을 겁박해 쫓아버린다. 그리고 제우스는 저승사자인 하데스에게 시시포스를 잡아가라고 부탁한다. 머리가 좋은 시시포스는 계략을 알고 대비를 한다. 그러나 시시포스가 죽는 것은 자연적인 노화로 인해서다. 제우스는 시시포스가 저승에서 고통을 당하도록 맞춤형 형벌을 내린다. 바로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처럼 그리스 로마신화는 ‘저항’이라는 렌즈로 바라보면 재미난 구석을 만날 수 있다. 비이성적인 모성애로 우주 최초 쿠데타를 시도한 이는 땅의 여신 가이아였다. ‘자식이 우선이야’라는 오늘날 어머니들의 생각도 사실은 그리스 로마신화 가이아의 서사와도 일정 부분 연관이 있다.
아프로디테는 여성의 미를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주인공이다. 그러나 미(美)의 여신인 그녀는 거품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이야기인즉슨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거세하기 위해 그의 아들 크로노스는 우라노스 생식기를 제거한다. 거대한 ‘물건’을 바다에 버렸고 파도에 흘러가다가 “거품 속에서 아프로디테가 탄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의 여신이 거품에서 나왔으니 아름다움이란 한낱 거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일 터다.
이렇듯 우리가 알고 있는 또는 놓쳤던 신화의 디테일한 내용들을 만나게 된다. 숲에서 이색적인 나무를 만났을 때의 즐거움과 비견되는 부분이다.
<책읽는 고양이·1만9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