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수록 나눔 키운 ‘착한가게’… 광주는 따뜻했다
월 3만원 기부 지난해 6658곳 10억 5천만원…전년보다 1189개 늘어
폐업률 전국 2위 경제난 속에도 광주의 공동체 정신은 오히려 빛나
2026년 02월 05일(목) 21:00
광주 양동시장에 있는 ‘1969 양동통닭’이 사랑의 열매의 ‘착한가게’ 5만호에 가입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지역 경기가 어려워도 매달 기부를 이어가는 ‘착한가게’ 가입 점포 수가 매년 늘고 있다.<광주사랑의열매 제공>
#.광주시 서구 동천동에서 미용실 ‘클레오파트라’를 운영하는 조현주(여·59)씨는 지난해 말 가게 입구에 ‘착한가게’ 명패를 다시 내걸었다. 이·미용 봉사와 라이온스 후원 등 꾸준히 나눔을 실천해온 조 대표는 10여 년 전 이미 착한가게에 가입했던 이력이 있다. 하지만 경기 불황으로 한때 기부를 중단해야만 했다. 나눔의 불씨를 다시 지핀 것은 작은 돼지저금통이었다. 지난해 말 가게에서 틈틈이 모은 잔돈이 담긴 저금통 20여만 원을 동 행정복지센터에 기탁하며 나눔의 기쁨을 다시 느낀 것이다. 그 길로 조 대표는 착한가게 재가입을 결심했다. 조 대표는 “경기가 예전 같지 않아 모두가 힘들지만 작게나마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고 강조했다.

# 강성윤(68·세동산업)씨는 지난 2015년 착한가게에 가입해 10년째 매달 3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며 그릇 닦기, 신문 배달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만큼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배고픔의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주변을 더 살피게 됐다”고 했다. 나눔에는 아내 박춘화(65)씨도 함께하고 있다. 박씨가 지난해 착한가게 동참을 결정하며 부부가 나란히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강씨는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모이면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어설 큰 힘이 된다”며 소상공인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로 자영업 폐업률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치솟는 등 지역 경제가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콩 한 쪽이라도 나누려는 광주 시민들의 ‘공동체 정신’은 오히려 더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5일 광주사랑의열매에 따르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매달 매출의 일정액(최소 3만원)을 기부하는 ‘착한가게’ 가입 점포 수가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23년 4599곳이었던 가입 점포는 2024년 5471곳으로 늘더니 지난해 6658곳까지 급증했다.

기부금 역시 2023년 7억 3534만원, 2024년 8억 3453만원, 2025년에는 10억 5473만원으로 매년 늘어났다.

광주는 착한가게 가입 수가 전국 17개 시도 중 2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 압도적인 나눔세를 보이고 있다. 인구와 경제 규모가 훨씬 큰 수도권 주요 도시들을 제치고 거둔 성과로 ‘나눔의 도시’ 광주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광주는 2008년 8월 다사랑의료재단과 신세계내과영상의학과의원을 시작으로 약국, 미용실, 카센터, 학원, 식당 등 업종을 불문하고 골목 상권 곳곳에서 나눔 행렬을 잇고 있다.

기부 열기는 지역 자영업자들이 처한 혹독한 현실과 대비돼 더욱 값지게 다가온다.

국세청 통계상 지난해 광주 지역 폐업 사업자 수는 2만 6062명, 폐업률은 11.8%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고금리와 소비 침체라는 이중고 속에서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는 상황임에도 자신보다 더 힘든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광주 DNA’가 발현된 셈이다.

광주사랑의열매가 구축한 지역 밀착형 기부 시스템도 나눔 문화 확산의 일등공신이다.

사랑의열매는 광주 97개 동 중 76곳과 ‘연합모금 협약’을 맺고 있다. 기부자가 낸 성금이 자신이 속한 동네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이도록 하는 구조다.

광주 서구는 기부와 소비, 상권 활성화를 연계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서구의 경우 지난해 492개소의 신규 업소가 착한가게 현판을 달았다. 이는 광주 신규 착한가게 1147곳 중 42%에 달하는 수치다.

광주 서구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착한가게-착한쿠폰’ 사업은 소상공인들의 참여를 적극 이끌어냈다. 기부금을 쿠폰으로 발행해 취약계층에게 지급하고 이 쿠폰을 다시 지역 착한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광주사랑의열매 관계자는 “모인 성금은 명절 음식 나눔, 여름철 보양식 지원, 주거 환경 개선, 결식 우려 가구 밑반찬 배달 등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 소중하게 쓰이고 있다”며 “불황 속에서도 피어난 광주의 나눔 정신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희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착한가게 가입은 사랑의열매 홈페이지 또는 광주사랑의열매 대표번호를 통해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직접 방문이 어렵다면 거주지 행정복지센터에 전화해 가입 의사를 밝히는 방식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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