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수레 - 채희종 디지털 본부장
2026년 02월 03일(화) 00:20
조선 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은 국가 산업이 빈약하고 백성이 가난한 원인을 국내에 수레가 다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수레는 교통 수단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물자를 전국으로 실어나를 수 있어 물류의 흐름을 촉진해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주장이다.

박지원은 ‘열하일기’의 일신수필편 ‘수레제도(車制)’에서 청나라 여행 도중 목격한 20여 가지의 수레를 소개하며 우리도 하루 빨리 수레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짐 싣는 수레에 대해서는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짐 싣는 수레는 대차라고 하는데 800근(약 480㎏) 정도의 짐을 실어 말 두필이 끌게 하며, 무게 증가에 따라 말을 10마리까지 늘린다고 기술하고 있다. 10마리가 끄는 수레는 계산상 2.4t을 끌 수 있어 지금으로 치면 트럭인 셈이다.

수레 이용으로 중국은 풍부한 재화와 물건이 사방에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영남지방 아이들이 새우젓을 모르고, 서북 사람들은 감과 귤을 구분하지 못하고, 바닷가에는 버리는 생선이 많지만 서울에서는 귀한 값을 받는다며 이 모든 불편과 궁핍이 수레가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수레가 다니지 못하는 이유는 선비와 벼슬아치들이 조선은 길이 구불구불하고 산이 많다며 반대하는 탓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수레가 다니면 길은 자연히 생기는 것으로 수레는 백성을 이롭게 하는 국가 경영에서 중요한 도구”라고 역설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로봇의 산업현장 투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노조를 향해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로봇들이 스스로 판단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하며 24시간 먹지도 않고 지치지 않고 일하는 세상이 곧 오게 돼 있다”며 이같이 말한 것이다.

물론 이 대통령이 말한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수레’는 인공지능 로봇이 산업과 일상에 투입되는 전 세계적인 흐름을 의미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거스를 수 없는 로봇과 인공지능의 활용이 조선 후기 국가 발전을 위해 수레를 도입하려 애썼던 박지원의 노력과 오버랩된다.

/채희종 디지털 본부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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