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의 틀 깨고 ‘메가시티 혁신’으로 가야 - 김승남 광주시도시공사 사장, 전 국회의원
2026년 02월 02일(월) 00:00
1990년 독일 재통일 당시, 독일 정부는 베를린과 이를 둘러싼 브란덴부르크주의 통합을 추진했다.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며 역사적 일체감을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베를린은 도시 자체가 하나의 주(도시주)였고, 브란덴부르크는 이를 도넛 모양으로 감싸고 있었다.

별개의 행정 시스템 탓에 인프라 중복 투자와 의사결정 지연이라는 비효율이 발생하자 이를 하나로 묶어 거대 ‘수도권(Metropolregion)’ 체제를 구축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6년간의 치열한 논쟁 끝에 1996년 주민투표에서 이 계획은 무산됐다. 베를린 주민은 찬성했으나 흡수 통합에 대한 거부감과 경제적 불안감을 느낀 브란덴부르크 주민들이 반대(62.7%)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복투자와 갈등, 런던, 파리와 같은 거대 도시와 경쟁하기에는 한계성을 보이는 등 독일은 지금까지도 이 사안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선진국인 독일이 이미 30여 년 전부터 행정 경계를 허물고 ‘메가시티급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단일 거버넌스 구축에 사활을 걸었었다는 점이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광주와 전남의 통합 논의를 보며 다양한 의견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다수가 통합이라는 큰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낙관적인 표정들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유례없는 길을 가고 있기에 참고할 지표나 모델이 부족한 탓이다. 특히 광주 내 일부에서 지적하는 ‘지역 정체성’과 ‘5·18 광주정신의 고유성’ 훼손에 대한 우려와 보존에 대한 절실함도 충분히 공감한다.

140만 유기체인 광주시의 역사적 무게가 통합 과정에서 희석될지 모른다는 걱정은 당연하다. 특히 ‘동일 생활권, 동일 행정체계’의 원칙은 행정 안정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21세기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초변화의 시대다. 세계 경제 흐름은 예측 불가능하며 대한민국은 수도권 일극 체제라는 기형적 구조에 놓여 있다.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광주’라는 울타리를 넓혀 글로벌 메가시티 경쟁에 대응할 환경을 조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광주시 존치 3단계 구조(통합도-광주시-구)’는 경계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칸막이 행정을 고착화하고 통합의 핵심 동력인 신속한 의사결정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할 위험이 크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직제 유지가 아니라 중앙의 권한을 가져와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하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를 5개 자치구로 재편해 통합 지자체 직속으로 두는 것은 ‘광주의 해체’가 아니라 광주라는 엔진을 전남이라는 광활한 동력원과 직접 연결하는 ‘결합’이다. 이를 통해 광주의 첨단 산업(AI, 모빌리티)과 전남의 자원(에너지, 농생명)이 행정 절차 없이 실시간으로 융합되는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움직이지 않으면 변하는 것은 없다. 광주와 전남이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녹아들 때 비로소 우리는 수도권에 대응하는 진정한 ‘남부권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다. 광주정신 또한 지리적 경계를 넘어 전남 22개 시·군과 호흡할 때 ‘남도 전체의 가치’로 확산될 것이다.

행정 구역상 명칭이 재편된다고 해서 역사적 위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통합 지자체의 ‘심장’으로서 전남 전체의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견인하는 더 넓은 플랫폼이 될 것이다. 격변하는 AI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틀을 지키는 ‘보존’인가, 미래 세대를 위한 ‘혁신’인가. 이제는 모두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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